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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2018)도 며칠 남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남북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철수, 미투 운동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하였다.
 
 책 ‘군산 해어화 100년’ 표지와 군산 기생들
 책 ‘군산 해어화 100년’ 표지와 군산 기생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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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출연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시사회에 다녀왔고, 군산에 존재했던 권번과 기생을 다룬 <군산 해어화 100년> 책도 펴냈다. 심포지엄 주제발표도 했으며 방송에도 몇 차례 출연했다. 기생을 주제로 강의도 두 차례 했으며, 최근엔 '시네 토크'에 초대받아 다녀왔으니 '기생으로 시작, 기생으로 끝난 한해였다'고 표현해도 무리 없을 것 같다.

바빴던 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새롭게 발굴한 스토리와 문화콘텐츠도 있고, 오랫동안 가려졌던 사건과 정보를 밝혀내기도 하였다. 편향된 고정관념과 왜곡된 시각 바로잡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취재하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농담 섞인 격려를 받기도 하였다.

'시네 토크'에 다녀와서
 
 구 군산 소화권번 앞에서 장금도 명인과 인터뷰하는 필자와 신명숙 교수
 구 군산 소화권번 앞에서 장금도 명인과 인터뷰하는 필자와 신명숙 교수
ⓒ 필름에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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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감상하고, 군산 지역에서 활동했던 기생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시네 토크(Cine Talk)'가 지난 주말(8일) 군산시 팔마광장 오거리 농협창고에 새롭게 들어선 예깊미술관(대표 임성용)에서 열렸다.

최은경 영화 프로그래머가 기획한 시네 토크는 <기생: 꽃의 고백>(편집본) 관람 후 가벼운 핑거 푸드·와인과 함께 진행됐다.

진행을 맡은 최은경 프로그래머는 "일제강점기 기생들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민족 권익과 사회운동에 앞장서 참여했던 예술인이었다. 그럼에도 기생 할머니들이 영화에서 얼굴을 가리고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몰랐던 기생을 재조명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생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기생: 꽃의 고백>에서 전직 기생에게 전통 무용을 전수받는 예술인으로 출연했던 신명숙 대진대학교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신 교수는 20년 전 장금도 명인(국내 민살풀이춤 전수자)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배경과 소화권번 부채춤(권번 부채춤) 춤사위가 70여 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사연 등을 들려줬다.

권번 출신 기생들의 현재 삶을 추적하는 지역 언론사 기자로 출연했던 필자도 초대받아 기생 관련 책을 펴낸 배경과 기생의 연원, 일제강점기 군산지역 기생들의 다양한 사회 활동, 취재 뒷이야기 등을 토크쇼 방식으로 풀어냈다.

 
 시네 토크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는 필자
 시네 토크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는 필자
ⓒ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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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기생이 이웃에 살았습니다. 김난주라고, 얼굴도 예쁘고, 장구도 잘 치고, 구음 구사가 뛰어나 인기가 좋았지요. 비록 기생이었지만 흉·허물 없이 지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는 등 가깝게 지내는 이웃 아주머니였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동료 기생들과 상여를 메길 정도로 친하게 지냈죠.

김난주와 장금도 명인은 옛날부터 친한 친구였어요. 장금도 명인의 승무와 민살풀이춤도 그때 처음 봤지요. 당시 어른들은 '장금도는 얼굴은 안 이뻐도 춤추는 모습은 그렇게 이쁘다!'며 감탄했습니다. 두 분은 1960년대 초까지 창극 무대에도 올랐던 예인들이었죠. 그럼에도 훗날 냉대와 천시 받는 모습을 보며 기생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취재하다 보니 구술집도 만들고, 다큐 영화에도 출연하고, 책도 펴내게 됐습니다."


기생들을 본격적으로 인터뷰하게 된 동기와 책을 펴낸 배경 등 진행자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다.

일제강점기 군산 기생들의 다양한 활동
 
 연극에 출연한 군산 기생들
 연극에 출연한 군산 기생들
ⓒ 장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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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남 이상재 선생 군산 영결식 모습(1927년 4월10일 동아일보 캡처)
 월남 이상재 선생 군산 영결식 모습(1927년 4월10일 동아일보 캡처)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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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에서는 우리나라 기생 연원과 다양한 생활상, 군산 소화권번(주식회사) 소속 기생들 이름이 새겨진 돌비석 발굴 문제 등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제기됐다. 일제강점기 군산 지역 기생들의 사회 활동을 간략히 정리했다.

옛날 기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 을사늑약(1905), 한일강제합병(1910) 등 조국이 망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들이었다. 망국의 설움을 직접 경험한 그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일제에 저항했다. 군산 기생들도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하는 독립지사들을 도왔으며, 조선인 신문 창간 및 속간 때 축하 광고를 싣기도 했다.

조선인 야학 기성회, 체육회, 청년회 등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과 교류하며 직·간접적으로 지원도 했다. 극장, 공회당, 학교 강당 등에서 개최되는 각종 음악회와 연주회, 가극대회, 적성야학교 돕기 행사, 신파극 공연, 영화 상영 후원금과 동경지진 재해 의연금, 재만(在滿) 피란 동포 및 국내외 수재민 구호 성금, 사회 저명인사 부의금 등이 그것이다.

또한, 권번 운영과 처우 개선 등에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나타냈다. 권번이 주식회사로 바뀔 때 주주로 참여하는 등 조직적인 자치활동도 펼쳤다. 잦은 자선공연과 지원 활동, 토산품 장려 및 단연(금연) 운동, 월남 이상재 선생 영결식 참여, 동정금 기탁 등 기생들의 다양한 활동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군산에서 열린 우리 물산 장려운동 거리행진과 성금 모금에도 앞장섰으며 일제에 의해 중앙지 신문이 정간되자 위험을 감수하고 '독자 위안 연주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군산권번은 전국 최초로 지역 노동단체에 가입해 화류계에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군산 기생들의 뜨거운 민족애와 강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는 그래프이기도 하다.

감동과 격려, 아쉬움 등 다양한 반응
 
 시네 토크가 열리는 예깊미술관 제2 전시실
 시네 토크가 열리는 예깊미술관 제2 전시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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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끝까지 지킨 참석자는 30여 명. 목이 움츠러들 정도로 추웠고 눈도 내렸지만, 미술관 분위기는 사뭇 뜨거웠다. "다큐 영화를 토크 방식으로 풀어내 내용이 뜻깊게 다가왔다." "권번 출신 기생들의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다." "긴 시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 등 반응도 다양했다.

행사를 주최한 임성용 대표는 "기생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토크쇼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최은경 영화 기획자와 상의하여 자리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며 "문화 예술 관련 자료를 더욱 발굴하여 기록하고, 저장하면서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사업에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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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