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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세력들의 횡포와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각 지역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3호(겨울호)에서 특집으로 마련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같지만 막상 토호 비리의 실상과 문제점 등을 얘기해보라면 회피하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음을 이번 겨울호 특집호를 만들면서 절실히 느꼈다.

심지어 언론인들조차도 지역 토호문제는 건들기 어렵다며 회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를 자부하는 학자나 지식층들도 지역의 토호문제를 거론하면 해당 지역에서 처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터뷰나 기고 요청을 회피하거나 거절했다.

계간 <사람과 언론> 겨울호,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 뿌리' 특집 다뤄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3호(2018 겨울호) 표지.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3호(2018 겨울호)는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를 특집 주제로 전국 각지의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문제점과 실상, 대안을 조망했다.
▲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3호(2018 겨울호) 표지.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 3호(2018 겨울호)는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를 특집 주제로 전국 각지의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문제점과 실상, 대안을 조망했다.
ⓒ 사랍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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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상식과 진실이 통용되는 정의로운 사회,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 바르게 소통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계간지를 만들어 보겠다며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서 호언장담했건만 이러다 특집이 유야무야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어느 지역이나 뿌리 깊은 토호세력들이 있다면, 토호의 저격수 또는 지역토호 파수꾼들이 있기 마련이란 생각으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해결의 첫 단초를 제공해 준 사람은 바로 토호의 전문가이자 누구보다 토호문제를 많이 기사로 다뤄온 현직 언론인,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였다. 일선 기자로 출발해 부장과 편집국장을 거쳐 지금은 출판미디어국장과 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기자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역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지역사회에 군림하는 토호세력의 적폐를 어떻게 개혁하고 지역의 밝고 투명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맨 먼저 그에게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들어보기로 했다.
 
"토호의 속성은 보수도 진보도,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회주의자'"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토호문제에 관해 누구보다 오랫동안 연구하며, 실상을 파헤쳐 온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겸 출판미디어국장.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토호문제에 관해 누구보다 오랫동안 연구하며, 실상을 파헤쳐 온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겸 출판미디어국장.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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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기자 노릇을 시작해 25년 동안 기자로 살아왔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지금은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2012, 산지니),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2014, 피플파워), <풍운아 채현국>(2015, 피플파워), <별난 사람 별난 인생>(2016, 피플파워) 등이 있다."  

자신의 이력을 이렇게 소개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이사 직함보다 오히려 기자가 더 잘 어울리는 그가 <사람과 언론> 이번 겨울호의 사실상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지역의 토호문제를 가장 심층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연구하며 기사로 다뤄온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토호세력의 뿌리>란 책을 비롯해 토호세력의 형태와 특징, 대안에 관한 논문, 보고서, 기사 등을 통해 누구보다 관심 있게 살피며, 심층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온 장본인이다. 다음은 서면으로 보낸 답변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 오래전에 <토호세력의 뿌리>란 책을 통해 지역의 토호세력의 실상에 대해 잘 지적해 주었는데, 그 때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특히 '토호는 영원하다'는 주장을 피력하였는데, 지금은 어떤 행태로 토호세력들이 군림하고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 토호의 속성은 보수도 진보도,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익을 챙기는 데 유리한 쪽, 즉 힘 있는 편에 붙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래서 2005년에 쓴 책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고 했던 것이다."

- 토호세력의 골 깊은 뿌리는 언제부터 형성돼 왔다고 보는지?
"토호(土豪)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초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현재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토호세력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되었다고 본다. 즉 친일세력이 그 뿌리가 된 거다. 그들은 친일행위를 통해 부와 권력을 누렸고, 해방 후에는 반공을 앞세운 독재세력에 빌붙어 그 부와 권력을 연장 또는 세습해왔다. 내가 사는 경남 마산의 향토기업들도 그 뿌리는 일제강점기로부터 비롯되었다."

-토호세력의 가장 큰 횡포와 폐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역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배분'이다. 그러나 이들 토호세력은 지역의 행정 및 정치권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탁해 각종 이권과 특혜를 받아낸다. '자원의 공정한 분배'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파괴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선거 과정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에게 보험을 들 듯 자금을 지원한다. 유력한 두 명에게 양다리를 걸쳐 지원하기도 한다. 그렇게 권력과 미리 관계를 맺는다."

- 지역의 정치·행정·문화계·재계·언론계 등에 이르기까지 장악하고 있는 토호세력의 특징은 가족 간 대물림 또는 상호간 혼맥관계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실상은 어느 정도인가?
"부는 당연히 대물림되고 이권과 특혜를 받아내는 수법, 노하우까지도 전수된다. 그리고 행정·정치권력과 결탁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 자신이 출마해 단체장이 되거나 시·도의원 또는 국회의원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과의 결탁이 아니라 직접 지역신문을 인수해 사주로 군림하며 자기 사업의 방패막이 또는 권력과의 연결고리로 활용한다."

- 전 사회적으로 적폐청산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특히 문화·언론·재벌)들의 골 깊은 유착으로 청산작업은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대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토호세력은 지역언론과 관변단체를 행정권력 및 정치권력과의 연결 통로로 활용한다.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등 3대 관변단체는 거의 모두 이들 토호가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규모는 중앙 조직과 광역시도 조직, 시군구와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기 짝이 없다.

알다시피 새마을운동은 박정희가 만든 단체이고, 바르게살기는 전두환이 만든 단체이다. 자유총연맹은 이승만이 만든 준군사 조직 민보단과 대한청년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청년단은 200만 명의 단원이 전국 읍면동까지 조직체계를 갖춘 이승만 친위조직이었다. 민보단 역시 이승만의 지시로 만든 경찰의 보조단체로 무기까지 소지한 준군사 조직이었다. 이후 이들 단체는 1954년 반공연맹으로 바뀌었다가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현재 전국 350만 회원, 17개 시도 지부와 235개 시군구 지부, 3500개 읍면동 지도위원회, 235개 청년회, 235개 부녀회와 460여 특별지부, 130개 대학건전동아리를 거느린 대규모 조직이다.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간 100억여 원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 사업비 뿐 아니라 조직운영비까지 지원된다.

정부 지원 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산도 어마어마하다. <경남도민일보>가 2017년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228개 기초지자체 등 전국 245개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새마을운동 관련단체(지역별 새마을회, 부녀회, 새마을지도자회 등)가 총 403억 4924만 원, 한국예총이 192억 1186만 원, 바르게살기운동본부가 126억 7404만 원, 한국자유총연맹이 83억 6273만 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 81억 9689만 원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관변단체 육성법을 폐지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들 관변단체는 전국에 촘촘히 뿌리박고 있으며, 그런 조직을 토호들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지역언론 또한 그렇다. 특히 지역신문은 구독자가 너무 적다. 한국ABC의 부수공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00개 지역일간지 가운데 유료독자 1만이 넘는 신문은 26개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광고효과나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비하다. 그런 지역신문일수록 전체 매출액 중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나 협찬에 의존하는 비율이 60~70% 또는 심할 경우 80~9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지역신문이 지방자치단체를 시민의 입장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 신문이 망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는 그런 언론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행정권력, 정치권력의 독버섯에 물주기식 지원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토호세력이 그런 언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을 소유한 토호세력은 망하지 않을 정도의 지원을 하는 대신 신문을 자기 사업의 방패막이나 특혜 이권 챙기기 수단으로 활용한다."

- 지역사회의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이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감시해야 할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실현에 방해세력이 누구인지 피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2003년 지역 시민단체 주도로 만든 '지방분권운동 경남본부'의 구성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앞서 말한 3대 관변단체 대표들이 이 단체의 공동대표 또는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되어 있었고, 창원상공회의소 회장도 고문으로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 상공회의소 회장은 원래 김영삼 정부 시절 신한국당 경남도지부 후원회장을 하다가 김대중 정권으로 교체되자 새정치국민회의 경남 후원회장으로 변신했다. 김대중 정권 말기에는 재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는지 후원회장직을 사퇴했다가 노무현 정부가 탄생하자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신당추진위 경남 상임고문을 맡았다. 그러다 다시 노무현 정부 말기가 되자 야당인 당시 김태호 경남도지사 쪽에 붙어 정권과 각을 세우는 지역관변단체 공동위원장으로 변신했다.

또한 이런 사람도 있다. 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이던 건설업체 회장은 <경남신문>을 인수해 사주가 되었고, 지역기업체를 협박해 비싼 광고를 받아낸 혐의(공갈)로 기소되었다가 신문사 대표직을 물러났지만 한동안 자유총연맹 회장직은 내놓지 않았다. 새마을운동 경남지회장이던 다른 건설업체 사장은 <경남신문> 회장이 되기도 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가 쓴 책 <토호세력의 뿌리>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가 쓴 책 <토호세력의 뿌리>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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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오랫동안 언론활동을 해왔는데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는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모순들을 찾아 알림으로써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기자가 되었다. 그때가 1990년이다. 그러고 보니 햇수로 29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과연 뭐가 문제일까 하는 생각으로 토호세력의 뿌리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지역현대사를 통해 본 지역사회의 지배구조, 즉 <토호세력의 뿌리>라는 책이었다.

"1인 미디어 활동을 통해 다시 토호세력 실체 파헤칠 것"

-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들이 지역현안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역의 토호세력들과 결탁되었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는지?
"나는 중앙지 또는 중앙일간지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서울지 또는 서울일간지라고 부른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을 합쳐 부르는 단어도 '서울언론' 정도가 적당하겠다. 서울언론 입장에선 서울이 아닌 지역을 각각의 공동체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안중에도 없다는 거다. 각 지역에도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서울의 종속물 정도로만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보니 서울언론에게 지역은 그저 구독자를 확보해주는 곳, 가끔 광고나 협찬이 나올 수 있는 곳쯤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언론의 지면에서 우리 지역의 여론이나 현안이 과연 하루 1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없다. 그것이 지역을 보는 서울언론의 입장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랫동안 지역언론 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줄 안다. 그중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앞서도 언급했던 지역언론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1999년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하기 전까지는 괴로웠다. 과연 기자라는 직업을 계속해야 할까 회의감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6000여 명의 시민이 주주로 참여한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함으로써 비로소 정체성과 존재이유를 찾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경남도민일보>는 나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 앞으로 계획은?
"2년 쯤 후에 회사를 좀 일찍 퇴사하고 1인 미디어로 활동하고 싶다. 지금은 임원이다 보니 기자로서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다시 1인 미디어 활동을 하게 된다면 토호세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일도 포함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계간지 <사람과 언론> 발행인 겸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사람과 언론> 겨울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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