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독과 함께 2019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의 자리를 채웠다. 베테랑 투수 브룩스 레일리는 12월 13일에 재계약을 마쳤고(117만 달러),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제이크 톰슨과 90만 달러에 계약(연봉 76만 달러 및 옵션 14만 달러)했다.

이리하여 KBO리그의 각 팀들은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나머지 9팀들이 다음 시즌 외국인 투수 재계약 및 보강을 마쳤다. 두산은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계약 소식이 한 건도 없으며,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kt 위즈는 외국인 타자에 대한 계약 건이 남아있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은 3명으로, 3명 모두 투수 또는 타자로만 보유할 수는 없다. 투수 1명, 타자 2명으로 라인업을 구축해도 되지만 한 경기에 외국인 선수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라인업 활용 차원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투수 2명과 타자 1명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5년째 롯데와 함께하게 된 레일리, 롯데 구단 역사상 첫 5년 연속
 
 롯데 브룩스 레일리

롯데 브룩스 레일리 ⓒ 연합뉴스

 
이리하여 레일리는 2015년 시즌부터 5시즌 연속으로 롯데와 함께하게 됐다. 특정 외국인 선수와 5시즌 연속으로 계약하는 사례는 롯데 구단 역사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레일리는 2017년 시즌 성적(30경기 187.1이닝 13승 7패 3.80)에 비해 2018년 성적이 다소 하락한 측면이 있었다(30경기 178.1이닝 11승 13패 4.74). 178탈삼진을 잡으며 리그 3위에 올랐지만, 리그 최다패의 불명예를 함께 안았다.

보통 성적이 이렇게 변화하면 연봉이 지난 시즌과 동결될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최근 장수 용병들 다수가 세금 문제와 맞물려 재계약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레일리의 재계약 여부도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재계약을 하더라도 연봉이 크게 삭감될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일리와 롯데는 연봉 동결을 결정했다. 레일리가 롯데에 남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며, 롯데 역시 레일리가 지난 4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책임지고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레일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30경기 이상을 꾸준히 등판했으며 4년 동안 평균 182이닝을 던졌다. 물론 그 4년 동안 성적이 11승 9패 3.91, 8승 10패 4.34, 13승 7패 3.80, 11승 13패 4.74 등으로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등판 횟수와 이닝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던 점은 인정받은 것이다.

레일리도 계약 과정에서 이러한 성적의 변화로 인해 연봉 인상 요인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롯데가 레일리의 계약금을 동결한 것은 어떻게 보면 통이 큰 결정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재계약 진행 과정이 다른 팀들에 비해 다소 늦어지면서 우려 요소는 있었다. 그러나 과정이 늦어진 것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대해서는 공감한 상태였는데, 미국의 추수감사절 시기와 겹치면서 11월에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못한 것이다.

추수감사절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재계약 과정에 걸림돌은 없었다. 재계약에 대해서 공감대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는 없었으며, 무난한 협상 끝에 계약을 마쳤다. 더스틴 니퍼트가 KBO리그에서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레일리는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속으로 뛰고 있는 선수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다.

'젊은 피' 톰슨의 영입, 강한 임팩트 기대하는 롯데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 ⓒ AFP/연합뉴스

 
같은 날 롯데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도 발표했다. 오른손 투수 제이크 톰슨과 연봉 76만 달러, 옵션 14만 달러를 포함해 총 90만 달러에 계약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투수 2명 자리를 오른손과 왼손 각각 1명으로 채우게 됐다.

일단 레일리와의 재계약은 무난했고, 롯데가 집중했던 요소는 레일리와 함께 뛰게 될 다른 투수였다. 레일리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성적 내용에 다소 기복이 있는 만큼 임팩트가 강한 투수가 필요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 출신의 톰슨은 메이저리그 2012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되었던 선수다. 2014년 더블A 시절에 구원투수 호아킴 소리아(현 밀워키 브루어스)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고, 2015년에는 콜 해멀스(현 시카고 컵스) 트레이드 과정에서 다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옮겼다.

필리스로 이적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승격을 거친 톰슨은 2016년 8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톰슨은 2016년 후반기에 필리스 로테이션을 잠시 지키며 10경기 선발 등판에서 3승 6패 평균 자책점 5.70을 기록했다.

2017년에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던 톰슨은 2018년 4월 데뷔 첫 세이브(3이닝)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8월에 양도 지명 선수로 공시(Designed for Assignment)되어 밀워키 브루어스로 옮겼다. 양도 지명과 관련한 규정 때문에 브루어스 이적 이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있었으나 트리플A에만 머물렀고, 확장 로스터 시행 이전에 다시 양도 지명을 거쳐 보호선수에서 빠졌다.

2018년 마이너리그 정규 시즌이 끝나면서 트리플A 콜로라도 스프링스 로스터에서도 빠진 톰슨은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었고, 다른 팀과 계약해서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 스카우트가 톰슨과 협상을 했다.

롯데 관계자들은 1994년 생의 젊은 톰슨을 여러 해 전에 이미 눈여겨보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이진 못했지만 꾸준히 상위 유망주에 등록되어 있었고 도미니카 공화국 윈터리그에서도 기량이 좋은 모습을 보면서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가장 최근 윈터리그 성적은 6경기 선발 등판에 2승 1패 평균 자책점 1.93이었다.

마이너리그 FA 신분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이적료는 필요하지 않았고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팅 코치도 톰슨의 영입을 위해 나섰다. 사도스키 코치는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톰슨을 설득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SK 와이번스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메릴 켈리도 있었다.

톰슨은 마이너리그 초기 단계부터 선발투수로 육성되던 선수였고, KBO리그에 온 외국인 투수들 중 나이에 비해 선발로 뛰었던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시속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보유했으며 나이도 젊어서 내구성에서도 큰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세웅의 전반기 공백, 외국인 투수 역할 커진 롯데

롯데는 젊은 투수 박세웅(1995년 생)이 이번 겨울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17년 12승(6패 3.68)을 거두며 큰 기대를 모았던 박세웅이었지만, 부상의 여파로 인해 2018년 빠른 공의 속도가 떨어지며 부진했다(14경기 1승 5패 9.92).

11월 12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박세웅은 재활에 최소 반 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일단 스프링 캠프에서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기에는 어렵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어갈 수 없다.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나서 캐치볼부터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전반기에 마운드에서 실전 피칭을 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빨라도 8월이나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단 2019년 시즌에는 박세웅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하고, 박세웅의 복귀 이후에 투수 운영에 관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일단 톰슨이 한국에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반기 롯데의 1선발 역할은 레일리가 맡아야 한다. KBO리그에서 5번째 시즌을 치르는 레일리가 톰슨을 리드해주면서 톰슨이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박세웅이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이 다음 시즌 롯데가 계획하고 있는 투수 운영 계획이다.

2017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탈락했던 롯데는 2018년 정규 시즌 7위에 그쳤다. 플레이오프에 마지막으로 올라간 시기가 2012년이고, 마지막 한국 시리즈는 1999년 그리고 마지막 한국 시리즈 챔피언은 1992년이다.

경험이 많은 레일리의 리드 속에 톰슨이 리그에 안착하고 박세웅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롯데는 박세웅과 톰슨, 두 젊고 강한 투수로 새로운 원투 펀치를 구축할 수 있다. 향후 몇 년 동안의 투수 운영이 걸려 있는 다음 시즌을 롯데가 어떻게 준비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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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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