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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소재로도 종종 쓰이는 보이스피싱,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오마이뉴스>는 총 일곱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범죄조직의 실체를 분석하는 한편, 현장에서 보이스피싱과 대면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그 여섯번째다.[편집자말]
 박경세 부산지검 검사.
 박경세 부산지검 검사.
ⓒ 박경세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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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쁜, 가장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박경세 부산지검 검사(37, 변호사시험 2기)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거악"으로 정의했다. 2013년 검사가 된 이후 줄곧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아온 박 검사는 "국정농단, 부패범죄, 기업범죄 등을 거악이라고 부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보이스피싱만큼은 우리가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부산지검에서 만난 박 검사는 ▲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 미수에 그치더라도 계속 전화를 거는 등 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며 ▲ 끊임없이 범행 수법을 개발하고 ▲ 국민 대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보이스피싱을 "중범죄이자 악질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총책부터 말단까지 각자 맡은 위치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범죄는 보이스피싱뿐"이라며 "보이스피싱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속도로 산업이 발전했다면 대한민국은 최강 선진국이 됐을 것"라고 말했다. 거꾸로 보이스피싱 범죄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이야기다. 

징역 20년,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 검사는 특히 2016년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탕한 바 있다. 해당 조직은 조직원 약 110명, 콜센터 11개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형 조직이었다. 지금까지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 중 최대 규모로 이들은 약 3000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약 54억 원의 범죄수익을 편취했다.
 
총책부터 말단까지 조직원 상당수가 검거됐을 뿐만 아니라, 총책이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아주 중요하다. 이는 박 검사가 총책 등 주요 피의자에게 ▲ 범죄단체조직죄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아래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단체를 구성해 매우 조직적으로 활동했음에도 대부분 말단 조직원만 검거되는 까닭에 범죄단체조직죄로부터 자유로웠다. 박 검사는 관련자들을 200회 이상 소환조사하고 대포통장 의심계좌 1000여 개의 거래내역을 전수 분석하며 해당 조직이 '기업형 범죄단체임'을 규명했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사례다.
 
또 그는 총책에게 일반사기가 아닌 상습사기를 적용해 특경법상 사기죄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개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 특경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 편취금액을 충족하지 못해 비교적 낮은 형량의 형법상 사기죄로만 처벌받았다.
 
일반사기는 편취금액을 산정할 때 각 피해자별 편취금액을 별건으로 취급한다. 때문에 총 편취금액이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 5억 원을 넘더라도 한 피해자에게 5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상습사기는 모든 피해 사례를 별건이 아닌 한 건으로 보기 때문에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검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매뉴얼과 시스템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다"라며 "보이스피싱은 그 자체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돌아가는지 설명했다.
 
"아침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지시사항을 주고받은 뒤 업무를 시작한다. 월화수목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쉬지 않고 전화를 건다. 사기미수도 범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팀장은 군대보다 더 심하게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두 시간 넘게 세워놓고 욕을 내뱉은 경우도 있었다.

팀장은 협박뿐만 아니라 적절히 칭찬도 하며 범죄를 독려한다. 그렇게 100명 넘는 사람이 동시에 활동한다. 웬만한 중견기업이다. 퇴근 후에도 숙소에서 서로 효과적인 범죄 방법을 연구하고 서로 문제점을 조언한다. 이렇게 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악질적인 조직은 보기 어렵다."


"칼로 찌르기 위해 먼저 약을 발라주는 악질적 범죄"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예방 영상 일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예방 영상 일부.
ⓒ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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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검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은행 창구에서 고액 인출을 시도해보고, 여러 은행을 찾아 어떤 은행이 보이스피싱에 취약한지 비교해보기도 한다. 일부러 수염을 기르고 허름한 행색으로 은행을 찾아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실험을 해본 적도 있다.

그가 소속된 부산지검도 특별히 보이스피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은 일반 형사부에 배정되는데, 박 검사가 소속된 부산지검의 경우 이를 조직범죄를 다루는 강력부에 배정한다. 보이스피싱을 단순범죄가 아닌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조직의 뿌리를 뽑기 위해 보다 면밀히 사건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박 검사가 이렇게 특별히 보이스피싱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해당 범죄가 피해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악질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상 보이스피싱을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탈취해 저지르는 전화금융사기로 정의하는데, 나는 여기에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라고 강조했다.
 
"가족이 납치됐다고 속이거나, 재산상황 등의 어려움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요샌 대출 관련 사기가 많은데 경제적 궁핍함에 처한 사람의 마음을 철저히 이용한다. 처음엔 아주 친절하게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말도 안 되게 낮은 이율의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다. 월세금도 없고 아이 식비도 못내는 사람에게 얼마나 실낱같은 희망이겠나.
 
그러다가 다시 전화해 '죄송하다 신용등급이 낮아 안 될 수도 있겠다'라고 말을 바꾼다. 그러면 희망에 부풀어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희망과 절망을 반복해 주면서 여러 차례 (대출 받기 위한 과정이란 명목으로) 돈을 편취한다. 약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주다가 또다시 칼로 찌르고... 어떤 악질적인 범죄자도 칼로 찌르기 위해 약을 발라주는 경우는 없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철저히 경제논리로 돌아간다"고 설명한 박 검사는 "단순한 처벌이 아닌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한 달에 몇 억을 편취해도 범죄를 저지르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들도록 해야 조직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대포통장·대포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암시장에서의 시세를 높여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수익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검사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금융거래, 휴대폰 개통 등에 좀 더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데 "국민 분들께서 편리성만큼 안전성에도 공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100만원 이상 송금할 경우 ATM기기에서 30분 동안 인출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 30분은 피해자가 범죄 피해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기를 당해 송금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아졌다.
 
또 얼마 전부터 은행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 인출할 경우 보이스피싱 관련 안내문에 체크해야 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는 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나중에 현금인출책을 검거했을 경우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들을 많은 분들이 불편하게 여겨 금융감독원이나 은행이 많은 항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분들이 '불편하고 까다로운 만큼 안전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수사기관, 금융당국, 통신사 함께 연구해야"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을 인출할 경우 작성해야 하는 금융사기 예방 진단표.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을 인출할 경우 작성해야 하는 금융사기 예방 진단표.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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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검사는 단순히 시민들이 보이스피싱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을 넘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박 검사는 단순히 "한 사람 명의로 휴대폰 10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보이스피싱 조직이 100만원 주고 개인정보를 산 뒤 서류 몇 장 사진 찍어 보내주면 언제든 대포폰을 개통할 수 있다, 휴대폰을 개통하는 데 좀 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이나 통신사에서 하나라도 더 읽어보게 하고, 하나라도 더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제재는 의심이 아닌 보호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많은 분들이 편리함만큼 안전에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금융당국, 금융기관, 통신사 등이 함께 연구해 무조건 제재를 가하는 게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정확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국민들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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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