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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의회가 내년도 본예산 중 35억여원을 삭감하며 5460억여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태안군의회 역사상 최대 삭감액으로 민선6기부터 추진해 온 대형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사진은 제256회 정례회에서 내년도 살림살이를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모습.
▲ 2019년도 예산안 심의하는 태안군의회 예결특위 태안군의회가 내년도 본예산 중 35억여원을 삭감하며 5460억여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태안군의회 역사상 최대 삭감액으로 민선6기부터 추진해 온 대형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사진은 제256회 정례회에서 내년도 살림살이를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모습.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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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7기 민주당 군수에 제8대 태안군의회 7명 중 6명이 민주당 일색으로 선출되면서 출범 초기부터 거수기 우려가 일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태안군의회가 지난 12일 제256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당초 집행부 요구안 대비 35억여 원을 삭감한 546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역대 태안군의회 역사상 최대 삭감액으로도 기록됐다.

특히, 군의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역사박물관 토지매입비 9억3천만 원과 태안우체국 뒤 남문리 주차타워 조성 사업비 23억 원을 비롯해 당초 집행부 요구안에서 35억여 원을 삭감했다. 민선 6기부터 추진돼 온 대형 사업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 같은 조짐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송낙문 의원과 전재옥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미 예고됐었다.

주차타워 신축과 관련해 송낙문 의원은 "태안의 중심지인 노른자위 땅을 도시기능과 도시미관의 관점에서 어떻게 쾌적하게 가꾸어 주민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 그저 대도시권에서는 이미 흉물로 전락해 가고 있는 주차타워를 올리겠다는 손쉬운 생각만 할 뿐"이라며 태안군 도시행정 전반을 질타한 바 있다.

또한 전재옥 의원은 "(이들 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대상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짚어보면, 태안군정이 마치 기획부동산 개발업자들처럼 움직인 사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하며 민선 6기에 추진된 대규모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이미 이들 사업예산의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나온 전재옥 의원은 "가세로 호가 출범한 이후 태안군은 군정의 연속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이들 사업에 대한 계속추진 의지를 밝혀왔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업 자체의 타당성과 효용성,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적 합리성"이라면서 "이 부분에서 군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연속성'이라는 원칙은 의미 없는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과 전 의원의 말 속에는 전임 군수 흔적 지우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안흥 마리나 항만 조성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따르는 불요불급한 사업들은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타당성을 재검토해 주민편익이 낮은 사업은 걸러내겠다는 의지로 정책예산을 둘러싼 군 의회와 집행부 사이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가세로 표 조직개편안도 부결됐다가 가까스로 본회의 통과… 거수기 우려 불식
 
가세로 태안군수의 첫 조직개편안도 조례특위에서 부결되며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 12일 열린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통과되며 가까스로 부활됐다.
▲ 민선7기 첫 조직개편안 심의하는 태안군의회 조례특위 가세로 태안군수의 첫 조직개편안도 조례특위에서 부결되며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 12일 열린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통과되며 가까스로 부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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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특위에서 부결됐다가 가까스로 본회의에서 되살아난 가세로 군수의 첫 조직개편안도 태안군의회가 단순히 거수기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민선 7기 '원년 예산'을 둘러싸고 불거진 의회와 집행부의 현안에 대한 인식차는 이보다 앞서 '태안군 행정기구 및 정원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 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7월부터 외부 용역 없이 자체 전담조직을 구성해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온 태안군은 분과를 통한 5개 과 신설과 사업소 폐지, 명칭변경과 분장사무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지난달 27일 열린 조례심사특별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부결되고 말았다. '자기 색깔'을 개편안에 담으려던 가세로 군수는 체면을 구긴 채 조직개편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

군청 내부 간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군수와 절대 다수 의원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원들은 업무성격이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서 명칭과 '계통'이 뒤섞인 사무 분장으로 인해 조직내 비효율과 책임 떠넘기기식 '핑퐁게임'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내세워 수정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선 사업부서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 반영되지 않은 탁상행정의 본보기라며 집행부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결국 진통 끝에 수정안이 마련되면서 조직개편안은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정례회에서 드러난 이 같은 '진통'은 8대 의회와 민선 7기 집행부의 향후 관계를 점쳐볼 수 있는 전주곡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에 없던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한때 당내 갈등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용성 부의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이를 일축했다. 박 부의장은 "의회를 집행부의 들러리요 거수기로 이해하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광경이 낯설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 부의장은 "고유의 자기역할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은 군정발전의 밑거름"이라면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진통'과 '갈등'이 상호존중의 문화 속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두 기관 사이의 긴장은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되물은 같은 당 김종욱 의원은 "진통을 겪으며 이견을 좁혀가는 것이 곧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정책과 의견들이 의회로 모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무분별한 행사성 축제예산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하겠다"면서 그 본보기로 자신의 지역구 행사인 별주부용왕제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개원 초만 해도 초선의원이 다수를 점하고, 1명을 제외한 6명의 의원이 군수와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행정사무감사에서 탄탄한 실력을 선보인 의원들은 그 여세를 몰아 내년도 예산안과 조례안 심사에서도 깐깐한 심의기준을 내세워 회기 내내 집행부를 긴장시켰다.

의회 역할과 관련한 해묵은 비판을 뒤로 하고 관계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의회상을 세우려는 의원들의 활동에 군민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태안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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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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