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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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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기업가 육성을 위해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사업자금 대출 등을 위해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독일·러시아에서 개인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정책을 많이 실시했다"라면서 "우리도 통일 이후엔 당연히 해야 하고, 이전에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북한 사람들을 기업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

김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기획재정부가 공동개최한 '제5차 한·독 통일 경제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통일 이후엔 대부분 기업 소유주가 남한 사람이 되고, 그 밑에서 북한 사람이 일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일 이후 사회·경제적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을 기업가로 만드는 것, 성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개인 사업가는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이지만, 그들 중엔 큰 규모의 사업자도 제법 있다. 이러한 진일보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 정책 차원에서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북한의 장마당이 들어선 토지는 국유지이고, 시설도 원칙적으론 국영 상점이지만 북한의 사업가들은 이것들을 임차해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국영 광산·공장을 임차해 운영하는 기업가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국유 자산을 활용해서 사업하는 이들에게 공식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주면 기업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생산적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북한이 상업은행법을 만들었으나 아직까진 제대로된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면서 "금융시스템을 갖추도록 북한을 계속 독려하고 기술지원을 해야 한다, 통일 이후엔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보다 불리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에게 대출 우대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독일의 금융시스템, 북한에 도움될 것"

김영찬 한국외대 외래교수도 "독일의 금융시스템은 북한에 도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경제개발 경험이 있고 사금융을 제도화시킨 경험도 있다, 경영자에 의한 기업 인수 등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과거 많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기업소나 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지배인이 사회주의가 무너진 뒤 해당 사업체를 인수, 소유권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았는데 김 교수는 그런 예를 든 것이다.  

김 교수는 독일 통일 이후 동독지역에서 나타난 '히든 챔피언'(숨은 강소기업)을 한국 정부가 본받아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독일 통일 이후에도 기호품·음식료품·가정용품 생산 브랜드 등 살아남은 동독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독일 전체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들이 서독과의 경쟁에서 생존한 것은 통일 이전부터 보유했던 기업 고유의 기술도 있었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효과가 더 컸다.

김 교수는 "체제 전환, 사유화(소유권 변동), 서독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면서 "동독 지역의 생산·고용기반 유지,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 등에 기여했다"라고 전했다.

통일 직후 독일내 '히든 챔피언' 선정기업 49개사 가운데 동독 기업이 4개사였다. 이들은 건설, 미용실, 이메일링, 운전학원 등 비제조업이었으나 통일 20년 경과 시점에선 전체 120개사 중 동독지역에서 29개사, 베를린에서 6개사가 출현했다. 통독 후 30년이 지났지만 동독에선 아직 대기업이 희소하며 경제의 소규모성이 지속 중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 스몰 자이언츠 등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라면서 "북한의 시장경제로의 전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성공적인 중소기업 출현은 경제의 기반 강화, 남북한 균형발전, 인력의 현지 유지, 대기업 부족에 대한 보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독-동독 기업간 교류가 남긴 교훈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독이 동독에 제공한 무관세 특혜, 부가가치세 경감, 스윙 제도 등은 다분히 서독의 정치적 목적으로 취해진 것으로 분단 시절 동서독 교역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라고 진단한 뒤 "6000여 개 서독 기업들이 동독과의 교역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상호간 소통과 이해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동독의 시장경제 학습에 매우 유용한 경험을 제공했다"라고 피력했다.

마티아스 브라허트 할레 경제정책연구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통일 이전 동독은 현대적 인프라 부족, 기업가 정신 부족, 서비스산업 부재 등에 시달렸다. 독일은 통일과 체제 전환이 동시에 이뤄졌다. 1989년 철의 장막이 무너진 뒤 동독은 기존 생산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 충격을 받았다.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교역이 단절되고, 동서독 무역통합 이후 일부 동독지역은 서독과 중복된 산업구조로 인해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브라허트 박사는 "이것은 더 나은 체제 전환을 위해선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은 보통 공공 부문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강도 높은 행정개혁이 지역개발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구조 변화의 동력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첨단산업, 기술·자본이 필요한 산업은 남한이 발달했고, 인력이나 자원이 필요한 산업은 북한이 비교우위가 있다"라고 전제한 뒤 "남북한 산업 통합을 했을 때 트랜스 인더스트리(국가가 분할되거나 통일됨으로써 변화·중복되는 산업) 문제가 독일처럼 심각할 것 같진 않다, 통일 뒤에 독일처럼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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