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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 기자 말

미국의 뉴욕은 흔히 '세계 최대의 도시'라 불립니다. 문화·경제·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적 기관들이 뉴욕에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과 인근의 뉴저지주에는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2014년 5월부터 지금까지 약 4년 반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한인들의 모임인 '뉴욕 뉴저지 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뉴욕 뉴저지 세사모)'이 있습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의 활동가인 김수진씨를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김수진씨는 외국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국내 사회·정치적 현안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소식을 뉴스 생중계로 접합니다.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당시 세월호 참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김수진씨도 세월호가 침몰하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떠올라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씨 유에스에이(Missy USA)에 올라온 미주 전역 동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 공지를 봤습니다.

이미 뉴욕·뉴저지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김수진씨는 이들과 함께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로 참여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당시에는 집회를 준비하거나 참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뉴욕 뉴저지 세사모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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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둘째 주에 열린 첫 집회에는 무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첫 집회 이후 3주 연속으로 집회를 열었고, 김수진씨와 함께 집회를 준비하던 이들은 매일같이 모여 피켓을 만들고 회의를 하며 정신없이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3주간의 집회 이후 세월호 참사가 진상규명될 때까지 매달 한 차례씩 집회를 하자고 다짐했고 현재까지 4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그 다짐을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매달 집회를 하다 보면, 집회 현장에 와서 화를 내며 무차별적인 폭언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나고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응원해주는 한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은 의연히 대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집회 현장에 와서 음료수를 전해주거나, 추운 날 집회를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곳에서 잠시 쉬었다 하라며 식당 문을 열어준 이도 있었습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월례집회
 뉴욕 뉴저지 세사모 월례집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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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저지 세사모는 2015년 3월, 2016년 1월, 2018년 5월 총 세 차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첫 간담회가 있었던 2015년에는 뉴욕 뉴저지 세사모는 '어떻게 하면 유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다녀간 이후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후 있었던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도 가족들과의 만남은 오랜 활동에 잠시 지칠 수 있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초청 간담회
 뉴욕 뉴저지 세사모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초청 간담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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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저지 세사모는 4년 반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만을 바라보며 달려왔습니다. 중간에 활동 범위 확장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처음의 다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의 믿음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미 우리 사회를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난 촛불 혁명은 시작도 세월호 참사였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시민들의 힘으로 촛불혁명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를 합니다.

뉴욕 뉴저지 세사모처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많은 사람들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습니다.

김수진 활동가는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이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가 모이면 큰 소리가 되고, 그 소리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함께하자"는 그녀의 목소리는 수줍었지만 자신감과 절실함이 느껴졌습니다.

태그:#뉴욕뉴저지세사모, #김수진, #S.P.RING세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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