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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과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과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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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일 굴뚝에 올랐던 그가 이번엔 곡기를 끊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이야기다. 차 지회장은 슬픈 기록의 보유자다. 그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경북 구미에 있는 스타케미칼 공장 안 굴뚝에 올라 408일간 '고용 승계와 노동조합, 단체협약'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거리에서 차 지회장을 만났다. 그는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돌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몸이 굳지 않으려면 "몸을 좀 놀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식농성장이 차려진 천막에서 그를 인터뷰 했다.

"단식농성, 가족에겐 알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단식농성에 들어간 차광호 스타케미칼(파인텍) 지회장
 지난 10일 단식농성에 들어간 차광호 스타케미칼(파인텍) 지회장
ⓒ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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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번 큰 결심을 하게 됐다.
"박준호, 홍기탁 두 동지가 395일째(11일 기준) 75m 굴뚝에 올라가 있다. 박준호 동지는 몸무게가 50kg으로 줄어들 정도로 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기나긴 농성으로 두 사람 모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하지만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두 동지의 투쟁이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런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단식을 선택하게 됐다. 진짜 하기 싫은 투쟁이고 해선 안 되는 투쟁이지만, 두 동지를 위해서 이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아직 이야기 못했다. 조만간 알게 되겠지만 미리 말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좋은 일도 아닌데 빨리 알아서 뭐하겠나. 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 농성이 길어지고 있다.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가?
"합의서를 지키라는 거다. 2015년 회사는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단체협약을 약속했으나 교섭을 회피해 왔다. 파인텍 지회는 나를 포함해 5명이다. 김세권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플렉스 공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파인텍 노조가 스타플렉스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

그가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는 이렇다. 차광호 지회장은 지난 2006년까지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합섬에서 일했다. 이듬해 섬유산업 침체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회사는 파산했다. 2010년 광고용 섬유 제조사인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했다.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 근로자 100여 명의 고용을 승계하고 회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바꿨다. 2011년 4월 공장이 다시 가동됐다.

그러다 1년 9개월 만에 공장이 다시 멈췄다.  2013년 1월 3일 스타케미칼 김세권 대표는 시무식에서 폐업을 선언했다. 공장에 있던 기계가 빠져나갔다. 차 지회장은 2014년 5월 27일 스타케미칼 공장 안에 있는 45m 굴뚝에 올랐다. 여기서 408일간 굴뚝농성을 이어갔다.

차 지회장이 다시 땅을 밟은 건 해를 넘겨서다. 2015년 7월 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스타플렉스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차 지회장은 이틀 후인 7월 8일 땅으로 내려왔다. 스타플렉스가 고용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은 2016년 1월 안에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타플렉스는 충남 아산에 파인텍을 세웠다.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이사가 대표를 맡았다. 차 지회장은 2016년 1월 파인텍으로 첫 출근했다.

약속이 깨졌다. 2016년 1월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파인텍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과 상여금, 수당 등의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해 10월 차 지회장은 파업을 선언했다. 현재 파인텍 노동자 5명이 농성중이다. 2명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가 있으며, 2명은 이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은 단식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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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권리, 나를 발판 삼아 일어서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파인텍 오체투지 가로 막은 경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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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플렉스는 파인텍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파인텍은 스타플렉스가 만든 회사다. 신설법인에 강민표 대표의 도장이 찍혀 있다. 그는 스타플렉스 전무이사다. 김세권 대표와는 외종사촌 관계이기도 하다. 지금도 강 대표는 스타플렉스로 출근한다. 이런데도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이 무관하다고 한다. 법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만 법을 내세운다. 법대로 살아서 교묘하게 '먹튀'를 했나. 한국합섬은 당시 800억 원이 넘는 회사였다. 이걸 스타플렉스가 399억 원에 인수해 가동하는 척만 하다가 기계와 부지를 팔아 남는 장사를 했다."

- 댓글을 보면 '농성할 시간에 일하라'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있다.
"귀족노조는 기득권과 자본,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이 만든 프레임이다. 국민과 노동자를 분리하려는 눈속임이다. 여기에 노동자 간에도 계급을 나눠 서로 뭉치지 못하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까지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는 거다. 자본이 만들어낸 '귀족노조' 프레임이 깨지는 건 시간 문제다. 이미 많은 국민이 그걸 알고 있다.

농성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행위다. 자본은 우리 사회를 개인주의에 빠지게 했다. 왜? 노동자들이 뭉치면 자본에 불리하니까.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체 하고 살 수 있다.  그러면 세상은 자본이 원하는 대로, 나쁜 일자리만 만들어내는 사회가 될 거다. 돈 벌러 갔다가 죽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더 나은 권리를 위해서는 투쟁해야 한다. 돈 벌다가 죽지 않기 위해 싸우는 거다."

-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노동부가 스타플렉스와 한통속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기나긴 싸움은 없었다. 자본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만 듣지 않았다면, 두 동지가 굴뚝에 올라갈 일도 없었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하는데 김세권 대표가 한국합섬을 인수하는 과정을 살펴봐라. 합의서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라.  최소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어제(10일)만 해도 그렇다. 김 대표 면담하러 가는데 경찰이 왜 가로막나 모르겠다. 시설 보호 요청이 왔다고 하는데 우리가 면담하러 가서 (스타플렉스 사무실을) 깨부수고 뭘 훔쳐오기라도 한다는 건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경찰은 그때 우리를 잡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 범죄자 취급하는 거다.

반대로 고용노동부는 스타플렉스가 협의사항을 이행하고 있지 않은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경찰도, 노동부도, 행정부도 모두 자본의 앞잡이 역할만 하고 있다. 스타플렉스에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 왜 이렇게 힘든 싸움을 11년째 하고 있나?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 권리를 찾기 위해서 싸우는 거다. 누가 지켜주지 않으니 스스로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서 투쟁하는 거다. 나만의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건 우리 노동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경제가 안 좋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노동자 권리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 결과는 어떤가.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있는 놈만 더 잘 살게 됐다. 없는 놈은 대출도 못하는 사회가 됐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노동자가 잘 살아야 소비도 일어나고 경제도 좋아지는 거다.

박근혜 퇴진 과정을 봐라. 사람들 가슴에 웅크리고 있던 게 폭발해서 수백만 촛불이 됐다. 지금 우리 싸움도 그렇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뿐 어느 순간 폭발해서 들고 일어설 거라고 본다. 그때까지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한다. 남아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먼훗날이 될 수 있으나 사람들이 나를 발판삼아 내딛고 일어서주길 바란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인간중심의 사회를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75m굴뚝에서 395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두 동지가 있다. 저렇게 높이 올라가 있는데 청와대선 보이지 않는가 보다.

김세권 대표가 노조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면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일을 해야 한다. 두 동지(박준호, 홍기탁)가 살아서 땅을 밟게 해야 한다. 두 동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파인텍 강민표 대표 "적자 나는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

한편 파인텍 강민표 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단체협약 약속이 깨진 이유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회사가 망해서 신설법인(파인텍)을 만들어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인데 상여금 400%와 노조 사무실, 거기에 전임자와 명절 떡값 등을 (노조가) 요구하고 있다"라며 "회사가 매달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이 나면 3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다고 했는데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회사에 들어오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 거냐"라며 "아파트까지 팔아가면서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떼쓴다고 (회사가) 다 받아줘야 하는 거냐, 억울한 게 많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했다.

'먹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강 대표는 "한국합섬을 인수하기 전 이곳 저곳에 알아보니 경영자 잘못으로 파산한 것으로 파악했고 잘만하면 회사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노조가 파업하면서 생산력이 떨어졌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그쪽(노조)에선 시무식 당일 갑작스레 폐업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수많은 아픔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어 "스타플렉스가 5명을 받아주는 게 뭐가 무리냐고 하는데 그 사람들(노조) 때문에 회사(스타케미칼)가 망해 3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라며 "한 명이라도 받아주면 또 회사를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스타플렉스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럴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파인텍, #굴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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