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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출, 정입, 도정문? 이게 무슨 말?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정문에 "도정문 개문 안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도정문", 나로서도 처음 보는 용어였다. 내용을 읽어보니 "도서관 정문"을 줄여서 "도정문"이라고 한 것이었다.

아마 틀림없이 일반 사람들도 '도정문'과 같은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도정문 개문 안내'는 안내하려고 붙인 안내문이건만 처음부터 '안내'를 어렵게 만든 불통(不通)이 되고 만다.

엊그제 국회 정문 앞에서 소규모 집회가 있었는데, 확성기를 든 경찰의 경고방송이 들려왔다.

"지금 여러분은 정출을 막아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정출"? 이게 무슨 말일까? 언젠가부터 국회 직원들은 차량이 나가는 국회 정문을 '정출'이라 불러왔다. 반대로 차량이 들어오는 국회 정문은 '정입'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국회 직원 외에 그 용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정출'이라고 말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결국 '정출'이라는 용어 때문에, 경고를 하려 했으나 목표한 바의 소통에도 실패하고 경고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용어인가?

이런 '정출'이니 '정입'이니 하는 용어들은 참으로 이상한 용어이자 조어이다.

그것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오직 차량을 중심으로 삼고 있는 용어이다. 또 (차량을 중심으로 하여) '입구 정문'이나 '출구 정문'이라는 용어에서 '입정' 혹은 '출정'이라면 혹시 가능하겠지만, '정출'이나 '정입'은 분명 '정문 출구'나 '정문 입구'를 줄인 말로서 그야말로 정문의 입구 혹은 출구를 가리키는 말일 수밖에 없다. 의미상으로도 통하지 않고, 조어법으로도 맞지 않는다.

마치 은어, 혹은 암호와도 같은 이러한 류의 용어는 소통을 막고 또 소통을 하지 말자는 말들이다. 국민과 소통을 최우선시해야 할 국가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서 더욱 아쉽다.

삼바? 삼바 상폐

최근 TV 뉴스를 보다보니 "삼바"라는 뉴스자막이 큼지막하게 뜬다. 혹시 삼바춤을 말하는가? 자세히 들어보니 최근 문제가 된 삼성 바이오로직스 문제를 줄여서 '삼바'로 쓴 것이었다.

언제부터 누가 이렇게 '삼바'라는 말을 사용해도 된다고 약속을 해준 것일까? 그런데 '삼바'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삼바 상폐'라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를 줄여서 그렇게 쓴단다. 산 넘어 산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의 소통을 가장 지향해야 할 언론이 해서는 안 될 '횡포'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줄일 것은 말이 아니라 예산이나 불통(不通) 같은 것들이다

언어란 사회 구성원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특히 국가기관과 언론은 언어와 용어 사용에 있어 편의주의와 관성 그리고 주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 구성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구성원 간 소통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말 줄여 쓰기가 유행이지만, 국가기관과 언론으로서 그런 유행을 선도해서는 안 된다. 부화뇌동해서도 안 될 일이다. 국가와 사회의 언어를 보호할 책무가 있고 소통의 임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더욱 자세하고 친절하게 풀어 설명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작 줄여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예산이나 허세, 불통 같은 것들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제·개정'이라는 용어를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한다. '가운데 ·'이란 같은 글자가 중복되어 줄여 쓸 때 사용하는데, '제정'의 '정'은 定이고 '개정'의 '정'은 正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글자이므로 '제·개정'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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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