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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가칭)는 12일 오후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사고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2018.12.12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가칭)는 12일 오후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사고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2018.1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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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 어김없이 그의 죽음엔 청년, 비정규직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그는 1년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시설점검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열악한 외주회사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2개월차 신입사원 혼자 야간 점검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들리는 이런 식 이야기에 이제 우리 사회는 익숙해졌다. 최근 KTX 사고가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안전업무의 외주화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자유주의 시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앞세워 진행된 공공기관들의 외주화는 오늘날 노동자들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발전소도 비슷한 처지다.

40% 넘은 발전소 정비시장... 공기업인 한전KPS까지 위협
 
발전소 민간정비 부문 비율
 발전소 민간정비 부문 비율
ⓒ 김종훈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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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외주업체에 맡겨진 화력발전소의 안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본다.

발전소의 정비업무가 처음부터 민간업체에 맡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전력은 77년부터 한전KPS를 통해 발전소 정비업무를 전담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94년 한전KPS의 파업, 발전소 민영화 요구 등을 계기로 발전소 정비 분야의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정부는 민간발전정비업체를 육성하겠다며 금화, 일진, 수산, 원프랜트, HPS, 에이스기전 등의 민간업체를 선정해 한전KPS로부터 기술이전을 하는 정책을 펴왔다.

2013년부터는 5년간 1단계 경쟁도입을 하겠다며 최신기종, 대용량 신규발전소 핵심설비(터빈, 발전기 등)는 한전KPS가 맡고, 신규발전소 비핵심설비 부분은 한전KPS에 상응하는 물량을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2018년이 되면 발전소 정비분야 전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발전소 정비물량을 의무적으로 민간에 입찰하면서 발전소 정비시장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어섰고 공기업인 한전KPS의 업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특혜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때를 틈타 민간업체를 설립하거나 재취업하는 발전소 관련 공공기관 직원들도 늘었다. 김종훈 의원실에서 조사한 전력관련기관 민간정비업체 이직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10월 현재 발전 공공기관 출신이 민간정비업체 팀장급으로 이직한 인원만 100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민간정비업체 중에서 HPS, OES, 한국발전기술 등을 동일한 사모펀드(칼리스타파워시너지)가 소유하게 되었다. 정부가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정부의 기술까지 이전하면서 키운 민간정비시장이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의 독점이익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 개방 정책 제동,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상시·지속·안전업무를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까지 발전정비업무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정책도 일시 중단했다. 발전소 정비 부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기대했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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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에 나온 <발전 5사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컨설팅 최종보고서>를 보면 발전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보고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협의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소 정비 분야뿐 아니라, 애당초 정규직 전환으로 있던 운전직 비정규직까지 전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하고 있던 업무인데도 안전관리·민간전문성 활용·중소기업 진흥업종 등을 이유로 정규직화가 어렵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나 보고서 중 26페이지 분량을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어떻게 형사책임을 묻고, 손해배상, 징계 등을 할 수 있는지를 사례별로 적시하고 있어 비정규직 정규직 컨설팅 보고서가 아니라 노무관리 컨설팅 보고서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해야 할 산업부는 발전 5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기관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런 식이면 발전소에서 일하는 경비, 청소 노동자들만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고,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했다는 생색만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안전의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한쪽에서는 정규직화 해야 할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그렇게 문제 해결을 미루는 사이 또 한 청년이 죽었다.

연이은 비정규직 청년들의 죽음, KTX 열차사고, KT 화재 등으로 안전 업무의 외주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발전소의 안전을 민간업체에 맡기겠다는 이 정책은 계속될까? 문재인 정부는 발전소 정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할까?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태그:#발전소 비정규직, #김종훈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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