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트루먼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평화롭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작은 해안도시 '씨 헤이븐'. 그 곳에 한 유쾌한 보험설계사가 살고있다. 그에겐 20년지기 친구와 예쁜 아내가 있으며, 그는 그들과 함께 나름 행복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적어도 그가 알기엔 자신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는 5000대가 넘는 카메라를 통해 하루 24시간 17억 명의 시청자에게 생방송 되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탄생부터 30년 가까운 그의 인생을 TV를 통해 지켜본다. 그는 만인의 스타지만 정작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의 부모와 아내 그리고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모두 배우들이며 그가 사는 씨 헤이븐 또한 위성에서도 보일만큼 커다란 세트장이다. 그렇게 가짜로 만들어진 세상과 카메라 속에서 살고 있는 그의 이름은 바로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이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끝판왕' 보는 듯한 <트루먼 쇼>

 
 트루먼쇼 포스터

트루먼쇼 포스터 ⓒ 해리슨앤컴퍼니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피터 위어 감독의 또 다른 걸작 <트루먼쇼>가 오는 13일 20년 만에 재개봉한다. 영화 <트루먼 쇼>는 <카타카>로 유명한 앤드류 니콜의 뛰어난 각본과 짐 캐리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또한 <트루먼 쇼>는 드라마란 장르의 옷를 입고 있지만 사실 호러에 가까운 영화이다.

극 중 '트루먼 쇼'는 당사자 몰래 한 남자를 태어난 날부터 거대한 세트장에 가둬 놓고 그의 일생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쇼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진짜 인생을 조작해 타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것이다. <트루먼 쇼>의 이러한 설정은 그야말로 요즘 방송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진정한 '끝판왕'인 셈이다. 

피터 위어 감독은 돈과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사생활 침해를 저지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변해가는 미디어에 대해 냉소적인 비판 의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문제의 원인이 매스미디어에만 있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관음증에 헤어나지 못한 채 무려 30년간 트루먼의 인생을 훔쳐본 시청자들도 행태도 꼬집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이 세트장을 탈출하자 어쩔 수 없이 '트루먼 쇼'가 중단된다. 그러자 '트루먼 쇼'를 시청하던 두 사람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무심히 채널을 돌리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오늘날 숱한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책임이 미디어 자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호응하고 동조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루먼 쇼>에는 단순히 매스미디어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만 담긴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의지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주인공 트루먼이 방송 스태프들의 온갖 방해를 이겨내고 세트장을 탈출하려던 순간, 책임 PD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가 말하는 장면을 보면 특히 그렇다.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나가려는 '진짜 세상'은 진실이 없는 거짓뿐인 위험한 세상이지만, 자신이 창조한 세상(여지껏 트루먼이 살아온 거대한 세트장)에서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다며 회유한다.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 해리슨앤컴퍼니

 
거대한 세트장을 짓고 트루먼을 가둔 채 그의 일상, 결혼, 직장 모든 걸 조종해온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에게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 속에 갇혀 사는 트루먼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신의 섭리이거나 혹은 운명이라고 여기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신'이 자신의 곁에 있으면 평안한 삶을 약속하겠다며 자신의 통제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셈이다. 하지만 트루먼은 평안한 삶을 준다는 통제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다. 여기서 크리스토프로 그려진 '신'은 오랜 기간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가둬 온 종교와 사회 관습 그리고 기성세대의 틀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진정 자유로운 삶이란 트루먼처럼 아마도 그 '신'에 도전할 때 진정 시작되는 게 아닐까? 
 
뛰어난 연출력과 짐 캐리의 연기 돋보인 영화

뛰어난 상징성과 주제의식을 스크린에 펼쳐낸 피터 위어 감독의 연출력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진실에 접근하는 미스터리한 전개와 관객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뛰어난 메시지 전달력 그리고 말끔한 영상 연출까지. <트루먼쇼>를 걸작으로 평해도 좋을 만한 탁월한 연출을 선보인다. 

피터 위어의 연출에 방점을 찍어준 건 단연 짐 캐리의 명연기이다.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짐 캐리는 <트루먼 쇼>를 통해 자신이 웃음뿐 아니라 감동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자임을 증명했다.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자기 합리화에 빠진 인물 크리스토프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은 개봉 이듬해 나란히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 해리슨앤컴퍼니

 
이 드라마 영화가 진정 호러 영화처럼 느껴지는 장면은 사실 본편보다 삭제 장면에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트루먼에게 자식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DVD에 실린 삭제된 장면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다. 그 삭제장면은 '트루먼 쇼'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여 '트루먼의 자식이 태어났을 때'의 상황에 관해 의논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책임 PD 크리스토퍼는 채널을 하나 더 만들어 트루먼의 자식 인생까지 생중계하려는 섬뜩한 계획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트루먼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인기와 부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아기까지 낳으려는 가짜 아내 '메릴'(로라 린니)의 모습에선 섬뜩함 그 이상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 삭제 장면은 <트루먼 쇼>의 DVD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걸작 영화 <트루먼 쇼>의 본편은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그리고 삭제 장면과 영화 뒷이야기들은 DVD를 통해 즐겨보길 권한다.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영화 <트루먼 쇼> 스틸컷 ⓒ 해리슨앤컴퍼니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트루먼쇼 짐캐리 삭제장면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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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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