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포스터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포스터 ⓒ Kadokawa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영화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이 악어 머리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포스터와 독특한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다. 요상하고 괴상한 느낌을 줄 것만 같은 이 작품은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투고되어 400만 건 이상 열람된 화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부부라면 한 번쯤 느껴볼 만한 감정을 독특하게 다룬 영화다. 샐러리맨 준(야스다 켄 분)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현관에서 피를 흘린 채 죽어있는 아내 치에(에이쿠라 나나 분)를 발견한다. 죽었다 생각하는 아내를 붙잡고 흐느끼던 중 아내는 웃음을 터뜨린다. 알고 보니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었던 것. 그날부터 준이 퇴근할 때마다 치에는 독특한 모습으로 죽은 척을 한다. 심지어 악어 모형에 머리를 넣고 말이다.
 
준은 치에가 퇴근 때마다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기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이라 여긴다. 이런 준의 심리는 작품 초반부 내레이션과 일맥상통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언젠가 끝이 나듯 사랑에도 끝이 있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스틸컷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스틸컷 ⓒ Kadokawa

 
흔히 결혼은 사랑의 종착역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한 가족이 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니 말이다. 반면 준은 "결혼도 언젠가 끝이 나는 것"이라 여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취해 버티는 시간이 결혼"이라 생각한다. 준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전에 그가 이혼을 경험했다는 데 있다. 한 번 사랑을 끝낸 적이 있는 그는 치에 역시 자신에게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혼자 단정 짓는다.
 
준과 치에의 관점 차는 준의 직장동료 사노 부부가 그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잘 드러난다. 이 자리에서 사노(오타니 료헤이 분)는 치에에게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서 얼마나 피곤한 줄 아느냐"며 "죽은 체 하는 행동을 그만해 달라"고 말한다. 이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는 사노의 부인(노노 스미카 분)이다. 그녀는 왜 치에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준과 사노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내를 위하는 것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에는 준이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길 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택한 결혼인데 서로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치에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었으면 한다. 지친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고 새로운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죽은 체 하는 것과 요상한 코스프레라고 생각한다. 치에는 자신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계산하며 "더 많은 시간을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런 선택에는 준이 가장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배려가 숨어있다. 남편 준은 집안을 이끌어야 된다는 부담감과 직장에 충실해야 된다는 사명감 때문에 가정에 소홀했다. 또한 준은 가정주부로 집에만 있어야 했을 아내 치에가 느낄 무료함과 허무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막중한 책임감만 강조했다. 두 사람이 점점 멀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이유였다. 치에는 그런 준에게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주면서 그가 지치지 않게 노력한다. 물론 '남편의 새로운 하루를 위해 부인만 매일 노력하는 모습은 너무 가부장적인 사고가 아니냐'는 비판의 여지도 있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스틸컷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스틸컷 ⓒ Kadokawa

 
그러나 치에의 과거를 알게 되면, 치에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치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든 떠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는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를 위해 고양이 코스프레를 선보인다. 고양이 옷을 입고 달라붙은 어린 딸을 보며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마음을 쓰는 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이 영화는 '결혼'이 지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명한다. 결혼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택하는 것이 결혼이다.
 
하지만 부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의미를 잊어버리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 힘들다는 점만 강조하며 서로를 향한 이해와 배려, 무엇보다 사랑을 망각한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독특한 제목과 소재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의 의미를 조명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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