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천문화마을 옆에는 아미동비석마을이 있습니다. 가파른 고개 하나를 두고 두 개의 문화마을이 부산의 대표적인 산동네로 자리하고 있죠.
아미동비석마을은 비록 감천문화마을만큼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마을의 형성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한 곳입니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아미동비석마을은 일본인들의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마을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살 공간이 없던 이들이 그곳까지 가서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죠.
덕분에 현재 아미동비석마을에는 공동묘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집이 묘지 위에 세워지기도 했고, 비석이 축대의 한쪽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비석에는 昭和 몇 년이라고 가장 많이 쓰여 있는데 소화 원년이 1926년임을 계산하면 그 무덤이 몇 년도에 조성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산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들은 지도도 보지 않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무덤의 흔적 찾기를 한다고 하네요.
부산에 가시면 아미동비석마을을 찾아 한국근현대사의 아픔을 배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