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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처리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국회 항의방문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 처리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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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턱없이 못 미친다. 부모들에게 장밋빛 희망만 준 거다. 예산안 통과하고 '멘붕'이 와서... 너무 힘이 쭉 빠져서..."

수화기 너머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2019년도 예산안 중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지원 예산 증액분에 대한 한숨이었다. 지난 11월 28일 100여 명의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국회 로텐더홀, 본청 입구 등을 점거하며 '현실성 있는 증액'을 요구했던 그였다.

국회는 성과로 기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제안과 자유한국당의 동의로 통과한 이번 예산안 첫 머리를 보면 '수정 주요 내용'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 인원과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확대"를 위해 예산을 증액했다고 명시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8일 보도자료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을 국회에서 81억 원 증액해 지원 대상을 1500명에서 250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일종의 성과 보고다.
 
지난 8일 통과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중 주요 내용으로 명시한 사항에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을 언급한 부분.
 지난 8일 통과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중 주요 내용으로 명시한 사항에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을 언급한 부분.
ⓒ 예산안 수정안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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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부 증액은 감사하지만, 현실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1천 명을 늘렸다고 해도, 12만 명에 달하는 주간 활동 서비스 이용 대상 발달장애인 중 단 2500명만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의 경우, 종일 가정 돌봄이 필요해 부모의 경제 활동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애초 농성 당시에도 지원 대상자 수를 1500명에서 5000명 수준만이라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윤 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천 명을 더 지원해도) 12만 명 중 2500명은 2% 밖에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수치다"라면서 "지역 민원 예산이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몇백억 원씩 늘리면서, (주간 활동 서비스 예산) 81억 원 증액은 마지못해 해준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정순경 서울지부 부대표 또한 "의원직을 걸고 해결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는데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2일 발달장애인 가족들과 만나 약속한 '생애주기별 필수 서비스'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정권이나 정치권이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면서 "치매국가책임제처럼, 발달장애인 문제도 가족의 책무가 아닌 국가의 책무로 강화해야 하는데 말만 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윤 회장은 발달장애인 예산 증액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부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그럼에도 낮 시간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라면서 "국회 입장에서는 농성도 하고 언론에도 나오니 '사회적 약자 예산 올렸다' 이런 핑계였을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이용 당하는 측면도 있다, 올린 것은 고맙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라고 씁쓸해 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목표를 다잡았다. 윤 회장은 "일단 시범 조로 2500명이라는 숫자가 잡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년에는 한방에 2만 5천명까지 늘리도록 노력해야겠다. 대통령도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당은 같은 날 예산안 분석 자료를 내고 국회가 이번 예산안에서 삭감한 민생예산안을 열거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월 10만 원 생계비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을 비롯해 장애인 연금 3급 확대 예산, 쌀변동 직불금 예산, 일자리·청년 예산 등이 그것이었다.

이에 반해 도로, 철도, 공항 등 신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대폭 증대됐다. 애당초 정부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던 울릉도 공항 건설 20억 원과 흑산도 공항건설 10억 원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이해찬 예산, 김성태 예산, 조정식 예산, 장제원 예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 세금은 힘있는 특정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배분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가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 6천여 억 원이 감액된 가운데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민원 예산은 증액시킨 데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가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 6천여 억 원이 감액된 가운데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민원 예산은 증액시킨 데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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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발달장애인, #예산안,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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