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주)NEW

 
영화 <스윙 키즈>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탄탄한 캐릭터와 재미, 메시지를 모두 갖춘 영화다. 약 17만 명을 수용한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1만 평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어 1950년대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1951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스윙 키즈>는 북측 군인, 중공군까지 17만여 명의 포로가 사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탭댄스팀 '스윙키즈'의 탄생과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을 실감나게 그린다.
 
당시 포로수용소는 김일성을 맹종하는 급진파와 자본주의에 취해 전향의 의지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잔류파간의 초긴장 상태였다. 포로수용소의 평화를 지킬 아이디어가 바로 댄스였던 것. 브로드웨이 출신 흑인 병사 잭슨에게 곧 있을 미국 기자단 방문 및 크리스마스 공연 홍보를 위해 포로들로 탭댄스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다.
 
 <스윙키즈>의 한 장면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오디션을 통해 수용소 내 최대 말썽꾸러기 로기수(도경수)와 북측 민간인이지만 군인으로 오인받아 체포된 강병삼(오정세), 덩치는 우람하지만 의외로 몸놀림은 유연한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영어와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인근 마을 처녀 양판래(박혜수)까지 5명의 멤버를 모아 '스윙 키즈'를 결성한다.
 
기수는 형 기준과 함께 북한군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인물로 전쟁터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수용소 안 급진파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그는 잭슨이 이끄는 탭댄스의 매력에 푹 빠진다.
 
<스윙 키즈>는 정수라의 '환희'를 배경으로 스윙 키즈와 미군이 벌이는 댄스 배틀부터 데이빗 보위의 'Modern love' 아래에서 기수와 판래가 진흙탕에서 질주하는 장면,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과 스윙 키즈의 크리스마스 하이라이트 무대 등 음악과 춤의 버라이어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곳곳에 웃음유발 장치가 숨어있긴 하지만 궁극적인 메시지는 동족 상잔의 비극이다.
 
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공과 아시아의 전진기지를 구축하려는 미국 사이에 있는 한반도 동족상잔의 비극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재현된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브로드웨이 최고의 탭댄서이자 배우 자레이드 그라임스는 한국 영화에 첫 출연해 화제를 모은다. 그는 가족을 그리며 탭댄스로 고독과 절망의 배출구를 찾는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도경수는 특유의 눈빛과 깊은 감정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꿋꿋한 양판래 역을 맡은 박혜수는 당찬 면모와 순수한 열정의 매력을 보여준다. 피난 중에 헤어진 아내를 그리며 힘겨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병삼은 오정세가 열연하고, 샤오팡 역의 김민호는 뚱뚱하나 유연한 몸매로 춤추며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스윙키즈>는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와 '춤'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의 이질적 조합을 통해 전에 없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한 남북-미중 인물들의 사랑스러운 개성과 앙상블로 유쾌한 웃음을 만들고, 드라마틱한 전개로 재미를 확장한다.
 
<스윙 키즈>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강형철 감독이 재창조한 영화다.
 
 강형철 감독, 배우 박혜수, 도경수, 오정세, 시사회 후, <스윙키즈>의 주역들

강형철 감독, 배우 박혜수, 도경수, 오정세, 시사회 후, <스윙키즈>의 주역들 ⓒ 임순혜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형철 감독은 "로기수가 춤을 추면서 학습해 나가는 시퀀스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전환에서 많이 따왔다. 춤 영화를 하면서 그런 장면 전환을 적극적으로 쓰고 싶었다. 흥겨운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흥이 스크린에 잘 녹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형철 감독은 "영화에서 악당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이길 바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인간을 휘두르는 모습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말하고, 이어 "한국전쟁을 떠올렸을 때 사상인 등 수치로만 보면 실감을 못하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면 아시다시피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 많이 희생했다. 그런 모습을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로기수 역의 도경수는 "탭댄스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5개월 정도 다 같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물론 탭댄스라는 게 제가 가수로서 춤을 추고 있어도 생소했다. 저도 처음에는 몸치가 됐다. 영화 캐릭터를 위해 5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는데, 도경수는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 풍부한 표정, 센스넘치는 코미디 연기와 영화 후반에 폭발하는 감정 연기, 탭댄스 등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도경수는 극중 넘어지면서 박혜수와 우연히 키스하는 장면에 대해 "사실 그게 조금 위험했다. 뒤에서 발을 밟혀서 원하지 않은데 우연히 입맞춤을 하게 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발을 조금 세게 밟으셔서 이가 아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윙키즈>의 한 장면

<스윙키즈>의 한 장면 ⓒ NEW

 
양판래 역의 박혜수는 "탭댄스를 5개월 동안 연습했는데 초반에는 정말 늘지 않더라. 열심히 하는데도 저만 못따라가는 것 같더라. 그래도 조금씩 하다보니까 3~4개월 씩 하다보니까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기수와 우연히 입맞춤을 하게 되는 장면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되게 아팠다. 극중 판래는 적당히 불쾌함을 표현해야되는데 그게 너무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너무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여러 번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며 "역사적 슬픔은 다른 장면에서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에 춤을 출 때만큼은 이 순간이 충분히 소중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오정세는 "극중 병삼이란 인물은 흥과 슬픔이 공조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정서적으로는 이별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려고 다큐적으로 접근했다. 춤을 생각할 때는 자유와 흥만 생각했다. 그 두가지 관점을 두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수 같은 친구는 춤을 췄던 친구라서 잘 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거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경수는 올 때마다 늘어있고 실력이 늘어있더라. 그래서 자극도 많이 되고 정신적으로 든든했다. 저 친구의 발을 보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개도, 키우던 닭도 빨갱이 만드는 게 이 나라"라는 대사는 결코 과거가 아니다. 자신과 다른 걸 '틀리다'고 말하고 생각하는 과거의 망령을 <스윙키즈>는 충실히 재현했다. 19일 개봉.
스윙키즈 강형철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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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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