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수상식 후 환호하고 있다.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수상식 후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 프랑스 FIFA월드컵 조 편성, 강팀과 겨루게 됐다

국내축구에 FA컵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가 이슈였던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019년 프랑스 여자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렸다. 조 추첨에서 한국은 프랑스,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와 한 조(A조)에 속하게 됐다. 내년 6월 리옹 등 9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여자 FIFA월드컵에서 지난 '2015년 캐나다 여자 FIFA월드컵'에 이어 16강 진출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한국이 상대할 프랑스, 노르웨이, 나이지리아 전력이 만만치 않아 16강 도전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번 프랑스 대회가 여자 FIFA월드컵 출전으로는 세 번째이며 사상 첫 2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그러나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은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한 '2018 요르단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B조)에서 북한과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3승 1무로 북한과 동률을 이뤘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북한에 앞서 조 1위에만 주어지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숙적 북한을 따돌리고 아시안컵 본선 무대(4월)에 선 한국은 B조에 속해 호주, 일본과 격돌했다. 당시 무득점으로 비기는 선전을 펼치며 3팀이 모두 1승 2무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아쉽게 골득실에 뒤져 5, 6위전으로 밀렸다.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 아시아 티켓 5장 중 마지막 1장을 차지하기 위하여 한국은 필리핀과 일전을 벌인 끝에 5-0 대승을 거둬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 막차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2003년 미국 여자 FIFA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해 세계의 벽을 두드렸다. 하지만 조별 예선에서 3전 3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고, 특히 노르웨이에게 0-7 대패를 당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고 여자 FIFA월드컵과는 인연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축구는 발전을 거듭하며 2008년 첫 출전한 '2008년 뉴질랜드 U-17세 이하 여자 FIFA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후, U-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이 '2010년 독일 U-20세 이하 여자 FIFA월드컵'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한국은 콜롬비아를 꺾고 3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U-17세 이하 여자 FIFA월드컵에서는 일본을 격파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이 같은 성과로 U-17세 이하, U-20세 이하 여자 FIFA월드컵 주인공들을 주축으로, 급기야 '2015년 캐나다 여자 FIFA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여자 축구에 한국의 위상 확립과 저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한국은 여자축구 FIFA랭킹 14위에 올라있다. 이는 아시아권에서 호주(4위), 일본(9위), 북한(11위)에 이어 4번째 순위다. 여기에서 한국이 중국(16위)을 두 계단 밀어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여자축구 육성과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국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여자 FIFA월드컵 본선에 5번 출전했으며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올림픽 축구 본선에 4번 출전했다. 중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축구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또한 '1999년 미국 여자 FIFA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세계 여자축구에서 손꼽히는 강호다.

반면 한국은 1948년 중앙여중이 축구팀을 창단하여 여자축구가 첫 선을 보인 후 1949년 전국여자체육대회에서 여자축구가 열렸지만 이후 자취를 감추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육상, 핸드볼, 기타 등등의 타 종목 선수들로 급조하여, 여자대표팀을 구성한 것이 한국 여자축구의 효시로 일컬어 질만큼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일천하다. 그럼에도 눈부시게 발전하여 청소년과 성인 여자 대표팀이 FIFA월드컵 우승 및 8강 성적과 더불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3연속 동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 역대 여자 FIFA월드컵 현황

회    개최년도    개최국    우   승         준우승           한국 역대 전적
 1      1991        중국       미국           노르웨이        지역예선 탈락
 2      1995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지역예선 탈락
 3      1999        미국       미국           중국              지역예선 탈락
 4      2003        미국       독일           스웨덴           본선 조별예선 3전 3패 탈락
 5      2007        중국       독일           브라질           지역예선 탈락
 6      2011        독일       일본           미국              지역예선 탈락
 7      2015        캐나다    미국           일본              조별리그 1승1무1패 16강 탈락
 8      2019        프랑스  

아직 밝지 못한 여자축구 현실

그렇지만 현재 한국 여자축구의 활성화에 의한 발전은 긍정적이지 않다. 2009년 출범한 여자프로축구 WK리그는 정체되어 있고 팀 수와 선수 숫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물론 고등학교와 대학교 여자 클럽팀이 활성화되면서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 육성 및 발전의 모멘텀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제 여자축구가 진정한 여자 축구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활성화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선과 변화의 조치를 취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마인드를 갖고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자축구는 2009년 프로리그를 출범시켰고 아울러 여자 FIFA월드컵에서 3위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은 거기까지다. 그래서 여자축구는 현재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말로만 아무리 활성화와 발전을 외쳐본 들 현재의 상황은 달라질 수 없다. 그렇다면 여자축구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모멘텀은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초등학교팀부터 프로팀까지 팀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 중 대학교와 프로팀 창단을 유도 팀 수를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렇지만 대학교 팀 창단은 만만치 않고 또한 프로팀 수를 당장 늘리는 것도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대학교와 프로팀 숫자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노력에서 벗어나 현실성 있는 제도와 정책 추구로 변화를 시도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 여자축구연맹 한 간부는 "한국 여자 프로축구와 같은 시스템과 많은 연봉을 책정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활성화에 의한 발전이 정체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열악한 환경, 경기장 여건 미흡(미 확보), 홈앤드어웨이 경기 개최 불가 등의 원인에 기인한다. 이에 한국 여자 프로축구는 진정한 프로화도 올바른 산업화도 제대로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설프게 프로 리그를 운영하고 비현실적인 산업화 노력을 계속하기보다는, 한국 여자축구 전체적인 활성화와 발전을 꾀하기 위해 순수한 아마추어로 복귀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성이 있다.

그게 실현 불가능하다면 영국 여자 프로축구와 같이 세미프로 형식으로의 전환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단기간 내에 이의 전환은 쉽지 않다. 하지만 몇 년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점진적으로라도 이를 추진하여 여자축구의 활성화와 발전을 꾀하도록 하여야 한다. 여자 선수들이 안정된 직장을 가진 상태로 운영할 실업팀이 존재한다면 취업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대학교 팀도 늘어나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진학의 기회도 부여되어 상대적으로 초, 중, 고등학교 팀도 늘어나게 된다.  
 
 2018 프랑스 여자월드컵 조 추첨

2018 프랑스 여자월드컵 조 추첨 ⓒ FIFA 홈페이지

  
그동안 한국 여자 축구는 장기적인 제도와 정책보다 단기간의 제도와 정책을 우선하며 성과만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결과는 달콤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이룩한 여자 FIFA월드컵 3위와 우승 업적은 이제 다시 바라보기 힘든 꿈이 된 채 한국 여자 축구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11월 8년만에 참가한 '2018년 우루과이 U-17세 이하 여자 FIFA월드컵'에서는, 우승을 호언장담 했지만 결과는 단 1승도 못하고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2019년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표팀도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며 최종 목표는 8강 이내 성적이다. 2010년 여자 FIFA월드컵 주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여자 대표팀으로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목표 설정이다. 하지만 한국은 '2017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북한, 일본, 호주에 패해 3전 3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일본, 호주에 밀려 동메달 획득에 그쳤다. 

이제는 한국 여자 축구도 단기간의 성적에만 매달리는 모습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성과에 순응하며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이 이번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에서 상대할 팀은 FIFA 랭킹 3위 프랑스, 13위 노르웨이, 39위 나이지리아다. 3팀 중 한국의 FIFA 랭킹 14위보다 낮은 팀은 나이지리아뿐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도 '201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한 복병이다. 

진정 한국으로서는 결의만으로 1차 목표인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여자 축구가 이번 프랑스 여자 FIFA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그야말로 한국 여자 축구는 운명의 중대한 기로에 설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여자축구로서는 먼 곳을 바라보고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여자축구는 제대로 된 뿌리를 내리며 여자축구의 황금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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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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