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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 한 가지로 충분했던 첫 마음과 달리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둘씩 많아졌다. 태어난 지 3개월 때까지는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실감 났다. 예뻐서 아이에게 뽀뽀해주다 보면 입안에 침이 돌아, 달콤한 맛이 저절로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감사하게도 내 바람처럼 아이는 건강하다못해 에너지가 엄청났다. 그런데 이젠 배불러 터지는 소리겠지만,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을 때면 마음이 고프다. 조금만 더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밥을 스스로 먹었으면, 이를 잘 닦았으면, 잠을 일찍 잤으면, 얌전했으면... 일일이 세기도 힘든 바람들이 넘쳐난다.

나의 육아 고민도 이런 바람들을 버리면 자연스레 없어질 걱정 거리일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욕심은 점점 많아진다. 처음에는 아이가 하품만 해도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뒤집기를 해냈을 때는 엄청난 성공을 이룬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고, 두 발로 섰을 때는 마라톤 1등이라도 한 듯 박수를 쳤다.

작은 일 하나에도 칭찬하고 격려했던 시절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젠 아이가 블록을 잘 쌓아도, 밥을 잘 먹어도 기계적인 탄성만 형식적으로 삐져나온다. 아이도 거짓 칭찬은 눈치로 다 알아내곤 싫어한다.

"우리 아기, 아유 잘했네."
"잘한 게 아니야!"


온 마음을 담는 진짜 칭찬과 대충 심드렁한 가짜 칭찬을 아이는 기막히게 잘 구분한다. 내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말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독려해줘야 하는데 커지는 욕심을 막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어색한 티를 되도록 덜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부모 교육 강의 시간에 칭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부모회복공간 샘의 김성경 선생님은 능력에 대한 칭찬을 주의하고 과정과 노력, 기여와 협력에 대해 칭찬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과정과 노력에 대한 칭찬>
- 신경 많이 썼네.
- 찝찝함 이겨내고 애썼다.
- 열심히 노력해서 완성했구나.
- 심심한 걸 잘 이겨냈구나.
- 힘들 때도 있겠지만 응원해.
-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야.

<기여와 협력에 대한 칭찬>
- 네가 한 행동이 우리 가족이랑 엄마에게 큰 힘이 됐어.
- 도와주니까 편해. 네가 도와준 덕분에 내 시간이 많이 생겼어.
- 내가 지금 피곤했는데 네가 해주니 마음이 훈훈해지네.

비록 서툰 연기지만 아이가 이룬 작은 성과에도 크게, 그러나 과하지 않게 격려하도록 연습하려 한다. 욕심 부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아이가 심하게 아픈 후에야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첫 마음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아이의 '건강'만큼은 오래도록 감사하며 살고 싶다.
  
나날의 행복을 채우는 감사 일지
 
감사일지 감사하고 행복했던 일 적는 것
▲ 감사일지 감사하고 행복했던 일 적는 것
ⓒ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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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칭찬을 하지 않고, 아이에게 진짜 칭찬을 해주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분명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대체 뭘 했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데 유치원에서 매일 사소한 것 하나라도 감사했던 일을 적는 숙제를 내줬다. A4용지 한 장에 한 달치 날짜가 쓰여 있고 감사하고 행복했던 일을 적는 칸이 표로 나눠져 있는 것이었다.

한 줄씩 적어 나가다보니, 감사하게도 그걸 바탕으로 어느새 육아일기 한 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모아쓰다보니 내 경험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이 있단 걸 알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다 기사를 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을 낼 수 있었다.
 
<아이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1. 자잘한 일상 한 줄이라도 기록하기
2. 기록한 내용 중 같은 주제를 모으기 (예를 들면, 한글 교육이나 훈육했던 이야기들을 한장 정도로 정리해본다)
3. 한 주제로 모았던 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 혹은 잘했던 점, 잘못한 점 구분해 써보기
4. 유치원 선생님 혹은 상담선생님께 궁금하거나 답답한 부분 묻기
5. 기록한 일상을 인터넷 블로그나 오마이뉴스에 올려 공유하기

솔직히 처음에는 감사 일지의 조그만 칸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어떤 걸 감사해야 하는 걸까 난감했다. 너무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미소조차 지은 일이 없었을까 돌아보면 그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절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일어나 내가 "사랑해"라고 말해주니 아이가 미소를 보여줬고,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갈 때는 손을 흔들며 웃어줬다.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적어나갔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줘서 고마워.'
'유치원에 갈 때 짜증 내지 않아서 고마워.'
'많이 웃어줘서 감사해.'
'배가 많이 아팠을 텐데도 씩씩하게 잘 견뎌줘서 고마워.'
'설사로 힘들었을 텐데 의젓하게 잘 이겨낼 수 있어서 감사해.'
    
  
한 달 치의 작은 행복들을 채워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생활 속에서 쌓인 소소한 일 서른여 가지는 열심히 잘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날이어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습관이 생기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감사 일지를 쓰면 더욱 좋았다.

내 일기는 자주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로 끝나곤 했는데 감사 일지를 쓴 이후부터 항상 좋은 끝으로 매듭짓는다.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찾듯이 평범한 하루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려는 이 습관이 오래오래 이어지도록 내 옆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두어야겠다.
 
아이 마음 공부 평범한 육아 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과정
▲ 아이 마음 공부 평범한 육아 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과정
ⓒ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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