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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 지뢰제거 작업(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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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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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2018년 2월 26일 기획재정부와의 간담회 때 "국방개혁 2.0이 추구하는 비전은 공룡 같은 군대를 표범같이 날쌘 군대로 만드는 것"이라며  "국방부에서 약 10조 원가량의 예산을 절감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는 같은 해 5월 11일 '국민참여 국방예산 대토론회'에서 "장군 수를 줄이고 병력을 감축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예산을 10조5000억 정도 세이브(절약) 하겠다고 (대통령에게)보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한 해 국방예산의 거의 4분의 1을 절약할 수 있다는 국방최고 책임자의 발언은 방만한 국방인력 운영에 따른 국방예산의 비효율(낭비)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확인해 준다. 
        
  
국방예산
 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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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인건비의 비효율적 배분

<표1>을 보면 우리 군의 인건비가 신분(계급)별로 그 격차가 매우 크다. 병은 전체 병력의 65.5%를 차지할 정도로 군의 주축을 이룬다. 하지만 보수로 보면 병이 군 인건비의 14.7%를 차지하는데 그친다. 병 1인당 월 인건비 36만 원은 2019년도 최저임금(월 175만원)의 20.6%에밖에 안 된다. 모병제가 아니라 징병제여서 임금이 설사 낮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낮은 임금하에서 병사의 높은 자발성과 뛰어난 임무 수행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반면 고급장교의 인건비는 지나칠 정도로 높다. 장교의 1인당 인건비는 5726만 원(월 477만 원)으로 부사관의 1인당 인건비 4217만 원(월351만 원)보다 월 126만 원이 높다. 그런데 장교 중에서도 중령 이상의 고급장교 인건비는 연 1억 원을 넘는다. 2019년 기준으로 중령이 대략 1억14만 원(2019년 공무원 봉급 1.8% 인상적용)이고 대령은 1억1312만 원(월 934만 원)이며 소장은 1억2707만 원(월1059만 원)이다.

고급장교 수가 1만 명을 상회하므로 만약 대령의 인건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고급장교의 인건비만 연 1조1312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군인인건비의 약 10%에 해당한다. 고급장교 인건비가 일반 장병의 인건비를 제약하는 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고급장교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것과 함께 고급 장교의 인건비를 억제하고 대신 그 재원으로 임금이 낮은 장병의 인건비를 늘리는 것이 인건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주: 대만은 2017년, 중국은 2009년 기준. 나머지는 2018년 기준.
<자료출처>: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은 NATO Press Release(2018.7.10.) 일본은 2018년 방위백서, 대만은 2017년판 국방보고(대만국방부), 중국은 CSIS(전략국제연구소)의 중국 군사비 추정 자료.
 주: 대만은 2017년, 중국은 2009년 기준. 나머지는 2018년 기준. <자료출처>: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은 NATO Press Release(2018.7.10.) 일본은 2018년 방위백서, 대만은 2017년판 국방보고(대만국방부), 중국은 CSIS(전략국제연구소)의 중국 군사비 추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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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병력주의가 초래하는 인건비의 비효율성

<표2>를 보면 인건비 비중이 중국을 제외하면 40%를 넘고 영국도 거의 40%에 육박한다. 이들 주요 선진국들의 인건비가 40%를 넘는 것은 이들 나라가 간부 중심의 병력구조를 하고 있고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건비 비율이 낮은 것은 경제개발을 하느라 군인들의 인건비를 크게 억제하였던 결과다. "2011년 중국인민해방군 장교의 연평균 임금은 약 9900달러로 하루 3달러 수준이었다."(한국국방연구원,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정책방향(2015/2016)>, 2016년 45쪽) 

그러나 한국의 경우 모병제를 택하고 있지도 않고 간부 중심의 병력구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인건비 비중이 일본이나 미국과 비슷하고 영국보다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인건비가 40%를 넘는 것은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투자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총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투자비가 높아서가 아니라 대병력을 거느리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대병력 유지에 따른 비효율적 인건비
 
주: 1)영국 자료는 영국 국방부 발간 <UK Defense in Numbers>를 이용하였음. 영국 국방비 638억 달러에는 107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군사 및 경제원조가 포함되어 있음.
2) 미국 국방예산은 대통령 요구예산임. 미국의 인건비총액은 현역군인의 인건비이며 주방위군 및 예비군(81만5900명), 국방부 소속 공무원(74만명)의 인건비를 합하면 2727억 달러임. 3)독일과 프랑스는 유럽방위청(European Defense Agency)에서 발간한 자료를 이용하였음. 4)일본 자료는 <2018년 판 방위백서>를 이용하였음.
 주: 1)영국 자료는 영국 국방부 발간 를 이용하였음. 영국 국방비 638억 달러에는 107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군사 및 경제원조가 포함되어 있음. 2) 미국 국방예산은 대통령 요구예산임. 미국의 인건비총액은 현역군인의 인건비이며 주방위군 및 예비군(81만5900명), 국방부 소속 공무원(74만명)의 인건비를 합하면 2727억 달러임. 3)독일과 프랑스는 유럽방위청(European Defense Agency)에서 발간한 자료를 이용하였음. 4)일본 자료는 <2018년 판 방위백서>를 이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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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을 보면 인건비 총액이 영국은 한국보다 적고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의 인건비도 한국과 비교해 1.5배를 넘지 않는다. 국방비로 비교해도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은 한국보다 1.2∼1.6배 정도 높을 뿐이다. 그런데 군인 1인당 인건비를 비교하면 한국보다 일본은 2.8배, 영국은 3.0배, 프랑스는 3.5배, 독일은 3.3배나 높다. 이런 1인당 인건비 격차는 한국군의 인건비 총액이나 국방비가 적어서라기보다는 군인의 수가 한국의 경우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과 비교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군 병력은 일본의 2.4배, 프랑스의 2.9배, 독일의 3.4배, 영국의 4.4배에 이른다. 한국은 선진국에 못지 않게 인건비에 많은 지출을 하면서도 워낙 많은 병력을 거느린 결과 인건비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군의 1인당 인건비를 부사관 평균수준(2019년 기준 4217만원)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병력을 어느 정도 줄이면 가능할까? 병력을 27만2656명으로 줄이면 2019년도 군인인건비 총액 11조4979억 원을 가지고 부사관 평균수준을 지급할 수 있다. 만약 병력을 20만800명으로 줄이면 군인 1인당 평균인건비를 2019년도 국방예산 상의 장교 1인당 인건비 5726만원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장성 및 고급장교 절반으로 줄여야

만약 송영무 전 장관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한국군 병력을 30만 명으로 감축하고 국방예산을 2018년(43조 원)보다 13조원 줄여 30조 원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때 국방비를 인건비 45%, 운영유지비 35%, 무기도입비 20%로 배정하면 인건비는 13.5조원, 운영유지비는 10.5조원, 무기도입비는 6조 원이 된다.

여기서 인건비는 2만 명의 국방부 소속 공무원과 군무원을 포함한 32만 명의 인건비로 본다. 이 경우 군인 1인당 평균 인건비는 4219만원으로 2019년도 국방예산 상의 부사관 1인당 평균 인건비와 같다. 만약 20만 명으로 병력을 감축하면 군인 1인당 평균 인건비는 평균 6136만 원이 된다. 이 정도의 인건비면 한국군을 간부 중심의 군대로, 또 모병제로 운영유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교 수가 일본은 4만2333명(2018년), 독일은 3만7054명(2012년), 프랑스는 3만6179명(2012년), 영국은 2만7230명(2015년)인 바 이들 나라는 한국군의 장교인력 7만1064명(사관후보생 제외, 2019년)의 절반 또는 삼분의 일 정도의 수를 가지고도 질적으로 우수한 정예군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가 진정으로 국방예산을 10조원 줄여 고비용 저효율의 군대를 저비용 고효율의 군대로 전환하겠다고 한다면 미루지 말고 당장 2019년부터 국방예산 절약에 들어가야 한다. 우선 장성을 2022년까지 200명 이상 줄이고 1만 명 이상에 달하는 고급장교 인력을 5000명 수준으로, 7만명이 넘는 장교인력을 4만명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맞추어 병력규모 감축해야

30만 명을 한국군의 적정 병력규모로 보는 것은 연구기관이나 군사전문 등에 의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되었다. 김영삼 정부 때 내부적으로 35만 명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가 국방개혁 안으로 50만으로의 감군계획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 당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 한용섭, 안보경영연구원 등은 이를 너무 소극적 감군이라고 비판하며 30∼35만 명을 적정 병력수준으로 제시하였다. 마이클 오핸런은 1999년 'SUSVIVAL' 봄호에서 한국군 병력을 절반으로 감축해도 충분히 대북한 방어가 가능하다고 분석하였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유엔군 지상군 병력(남한군 포함)은 50∼52만 명이었고 남한군은 23만 명이었다(함택영, <국가안보의 정치경제학>, 153쪽). 당시 유엔군은 74만 명에 달하는 조중연합군을 상대하였다. 조중연합군을 상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은 비현실적이 된지 오래다. 독일은 통일 전 병력이 66.5만 명(서독 49.5만명, 동독 17만명)에 달하였고 1991년 체결된 유럽재래식전력감축조약(CFEⅠa)에서 34.5만 명의 보유를 인정받았지만 2016년 17.9만 명으로까지 감축했다. 독일이 이처럼 병력규모를 20만 명 이하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냉전 뒤에 연방군의 임무를 전시 임무 수행에서 평시 위기예방과 위기관리 중심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및 군사분야합의서를 통해서 사실상 종전을 선언하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에 합의하였으며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 군축도 하기로 하였다. 이제는 남이든 북이든 평시 병력운용개념으로 돌아가야 하며 합리적 방어 충분성에 입각해 서로에 대해서 공격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병력과 무기를 감축해야 한다. 국방개혁 2.0은 병력규모를 50만 명이 아니라 30만명, 20만 명으로 감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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