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세번째 골을 넣은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2.8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세번째 골을 넣은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2.8 ⓒ 연합뉴스

 
겨울 칼바람을 뚫고 찾아온 1만8351명의 엄청난 축구팬들은 대구 FC를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동안 정들었던 대구 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맘껏 즐긴 셈이다. 2002년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첫 번째 시민 구단으로 창단한 대구 FC가 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원동력은 관중수가 말해주는 것처럼 뜨거운 팬들의 응원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 열기라면 2019 시즌부터 대구 FC를 위해 새로 지은 아담한 축구전용경기장 '포레스트 아레나(가칭)' 관중석을 현재 1만 2천 석에서 2만 석에 도달할 정도로 증설해야 하는 고민을 해 봐야 할 일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조현우 골키퍼가 일으킨 대구 FC의 축구 바람이 기대 이상의 봄바람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8일 오후 1시 30분 대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A(축구협회)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넣으며 3-0으로 이겼다. 1차전 2-1 승리 기록까지 합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5-1 우승 기록을 남긴 것이다. 물론 대구 FC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현우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대구FC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있다. 2018.12.8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대구FC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있다. 2018.12.8 ⓒ 연합뉴스

 
지난 5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뜻밖의 1-2 패배를 당한 울산 현대는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최소한 두 골 이상이 필요한 울산 현대는 2018 K리그1 영 플레이어상에 빛나는 한승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대역전 드라마를 꿈꿨다. 

정말로 한승규가 울산 팬들의 꿈을 이뤄줄 것 같았다.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한승규는 대구 FC 센터백 홍정운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골문 바로 앞까지 치고 들어가 오른발 슛을 날렸다. 하지만 한국 축구 최고의 골키퍼로 떠오른 조현우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슛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슈퍼 세이브 실력을 자랑했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철벽 골키퍼 조현우의 활약은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 한 번 팀을 구해냈다. 80분, 울산 현대가 얻은 프리킥을 재빠르게 처리했고 옆으로 흐른 공을 김인성이 오른발로 낮게 깔아 골문 구석을 노렸을 때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잡아냈다.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 최고의 골키퍼 반열에 오른 조현우가 대구 FC의 복덩이라는 사실을 이 결승전에서도 여러 차례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뒤가 든든한 대구 FC 필드 플레이어들은 전반전에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후반전에 조급한 울산 수비수들을 상대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3골을 퍼부어 완벽한 우승 팀 자격을 얻었다. 

대구 FC의 순도 높은 골 결정력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FC 세징야가 MVP를 수상하고 있다. 2018.12.8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FC 세징야가 MVP를 수상하고 있다. 2018.12.8 ⓒ 연합뉴스

 
후반전 시작 후 10분만에 어웨이 팀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이영재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에스쿠데로를 들여보내 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4분만에 수비 실수로 골을 내주면서 스스로 주저앉고 말았다.

59분에 이 결승전 실질적인 우승 결정골이 나왔다. 공격에만 마음이 급한 울산 현대의 수비 실수가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위험 지역 밖으로 공을 걷어내지 못한 울산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대구 FC 미드필더 김대원이 왼발 대각선 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었다. 지난 해 이 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던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도 낮게 깔린 김대원의 슛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76분에 세징야의 깔끔한 추가골이 이어졌다. 골키퍼 조현우의 롱 킥을 받은 골잡이 에드가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울산 센터백으로 자리를 바꾼 박용우가 걷어내기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세징야 앞에 쉬운 슛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세징야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지난 여름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를 틈 타 급하게 데려온 에드가는 대구 FC 또 하나의 보물이었다. 89분에 에드가의 놀라운 드리블 실력과 감각적인 마무리 골 장면은 작별하는 대구 스타디움을 향한 헌사나 다름없었다. 울산 현대 박용우를 따돌리는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도 놀라웠지만 슛 각도가 거의 없는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상대 골키퍼 김용대의 키를 넘기는 오른발 찍어차기 기술은 2만명에 가까운 대구 FC 팬들에게 함박웃음을 짓도록 할 정도로 놀라운 슈퍼 골이었다.

이렇게 멋진 경기력으로 창단 후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대구 FC는 경남 FC와 함께 시도구민구단의 자존심을 내걸고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미 지난 달에 발표한 조추첨 결과에 따라 대구 FC는 중국의 전통 강팀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와 F조에 속한다. 나머지 한 팀은 2019년 2월 플레이오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반면에 자기들이 우승하면 포항 스틸러스(2018 K리그 원 4위)에게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 선물을 보내줄 수 있었던 울산 현대는 준우승에 그치는 바람에 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자신들이 직접 쓰게 됐다. 그래서 울산은 2019 시즌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2019년 2월 19일 '키치 SC(홍콩) - 페락(말레이시아)' 승리 팀과 플레이오프 홈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2018 FA컵 결승 2차전 결과
(8일 오후 1시 30분, 대구 스타디움)
★ 대구 FC 3-0 울산 현대 [득점 : 김대원(59분), 세징야(76분), 에드가(89분)]
- 1, 2차전 합산 결과 2승(대구 FC 5-1 울산 현대)으로 창단 첫 우승

◎ 대구 FC 선수들
FW : 세징야, 에드가(80분-경고)
MF : 황순민, 김대원(88분↔츠바사), 류재문, 정승원(90분↔한희훈), 장성원(81분↔김진혁)
DF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GK : 조현우

◎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김인성, 한승규, 김승준(65분↔이근호)
DMF : 이영재(55분↔에스쿠데로,82분-경고), 박용우
DF : 이명재, 이창용, 리차드(72분-경고), 김창수(73분↔홍준호)
GK : 김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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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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