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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여든 할머니 집을 나오다

<80세 마리코 1>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10.31.

 
'마리코, 80세 오늘 집을 나왔습니다.' (44쪽)

"인생 80년이지만 80년을 살아왔다고 해서 하고 싶은 걸 다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118쪽)

여든이란 나이는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아흔이나 백이란 나이도 무척 재미있을 테고요. 앞으로는 백쉰이나 이백이라는 나이를 재미있게 바라보겠다고 느낍니다. 백 살을 기리는 온잔치(온 = 100)쯤은 치러야 비로소 삶맛을 안다고 말할 수 있어요.

<80세 마리코> 첫걸음을 읽고 나서 바로 두걸음이 궁금합니다. 여든이란 나이에 집에서 뛰쳐나온 마리코 할머니는 다음에 무슨 꿈을 꿀까요? 아들 며느리 손녀 증손자까지 한 집에서 사느라 집이 참으로 좁다는데, 그 집은 마리코 할머니가 소설을 쓰며 번 돈으로 지었고, 아들 며느리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할머니가 집을 짓기까지 어떻게 땀을 흘렸는지를 거의 헤아리지 못해요.

여든 살 할머니는 굳이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 테지만, '내 삶터가 내 자리 같지 않은' 곳에 머물기보다는 처음부터 모두 새롭게 부딪히면서 배우고 하나씩 다시 하기를 꿈꿉니다. 나이는 여든이지만 늙은 사람이 아닌 젊은 사람입니다.

앞으로 아흔이나 백이란 나이로 나아갈 테지만 앞으로 새로 이루고픈 꿈이 있어요. 무엇보다 이 땅에서 처음 마주하고 배울 대목이 많다고 여기면서 씩씩하고, 스스로 따스한 손길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을 품기에 젊음이면서 어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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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웃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다면

<플라잉 위치 1>
 이시즈카 치히로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5.31.

 
"제가 무섭나요?" "아니라니까. 얼마 전 그 일 때문에 좀 혼란스러워서 그러는 거야. 갑자기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나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안 될 사람이 어디 있겠어." (42쪽)

누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본다면, 저는 두 손을 들고 흔들면서 빙긋빙긋 웃으며 춤을 추리라 생각합니다. 빗자루 하늘타기를 배우려고 그이를 따라갈는지 몰라요.

누가 제자리에서 가볍게 몸을 띄워 하늘을 난다면, 저는 또 그분이 어떻게 몸을 띄워서 하늘을 나는가를 지켜보면서 이 하늘날기를 배우려고 하루하루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곁에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사람도 없고, 맨몸으로 하늘을 가르는 사람도 없다면? 늘 쳇바퀴 같거나 톱니바퀴 같은 사람만 있다면?

<플라잉 위치> 첫걸음을 읽다가 이웃이나 동무란 어떤 사람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뿐 아니라, 나 스스로 이웃이나 동무한테 어떤 숨결로 서느냐를 생각합니다. 저는 이웃들한테 무언가 배울 만한 대목이 있는 채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저는 아이들한테 무언가 가르칠 만한 슬기가 있으면서 살림짓는 어버이일까요?

스스로 빛이 나고, 스스로 빛이 되고, 스스로 빛을 짓고, 스스로 빛으로 스며들어서 환하게 노래하는 걸음걸이나 날갯짓이어야지 싶습니다. 이웃에 마녀가 있으면서 서로서로 배우고 나눌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슬기롭고 다부지며 멋스런 살림을 가꿀 노릇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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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함께 그림을 그렸다면

<아르테 1>
 오쿠보 케이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11.30.

 
'내가 어떻게 살지는 내가 정해. 내 한계를 당신네가 정할 이유는 없어! 당신네가 할 수 있는 거면, 나도 할 수 있어!' (97쪽)

"뭐, 적당한 걸로 통과시켜도 괜찮긴 하지만 말이야. 어차피 배경이니까. 하지만, 그 약간의 차이로 의뢰주의 만족도가 바뀔지도 몰라. 생각해 봐, 아르테. 넌, 누굴 위해 그림을 그리지?" (123쪽)

따돌림이나 주먹다짐을 받지 않은 사람은, 따돌리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쪽에 서는 사람은, 따돌림질이나 주먹질을 받는 삶이 어떠한지 얼마나 헤아릴까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따돌림질이나 주먹질을 받아 보아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런 바보짓이 판치기보다는, 서로 어깨동무하고, 함께 삶을 짓고, 같이 하루를 그리는 길이 되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아르테>는 사내하고 가시내 사이에 높고 깊은 금을 죽죽 긋던 무렵 이야기를 다룹니다. 가시내로 태어나면 시집을 가야 할 뿐이라 여기고, 사내로 태어나면 무엇이든 꿈꾸는 대로 할 수 있던 때에, 가시내 한 사람이 이 굴레요 틀이요 수렁을 씩씩하게 벗어나거나 풀어 없애려는 길을 보여줍니다.

이 만화책은 이 가운데 그림길을 다루는데, 사내는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어도, 가시내는 어느 것도 못하게 막았대요.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는 훌륭하다는 그림은 하나같이 사내가 그렸다지요.

먼먼 옛날부터 지구별 모든 나라에서, 사내만이 아니라 가시내도 나란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나라를 다스렸다면, 우리 삶은 따뜻하고 넉넉한 길을 걷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손잡고 가는 길일 적에 즐거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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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읽는 우리말 사전》《골목빛》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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