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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6월 3일, JTBC 강지영 아나운서가 잘린 머리카락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 게시글은 많은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4일에는 뷰티 유투버 배리나가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배리나는 화장을 지우고 외모 코르셋에 관한 비판을 하며 탈코르셋 운동을 지지했다. 이 동영상은 유투브 내에서 조회수 577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탈코르셋 100인 흑백사진전이 열리고 안경을 쓴 여성 아나운서가 증가하는 등 탈코르셋 운동이 점차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현재까지도 확산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은 무엇이고 이들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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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코르셋 문화와 탈코르셋

장씨(18)는 여학생이자 청소년 페미니스트다. 우리는 장씨와 함께 현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탈코르셋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르셋과 탈코르셋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장씨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려주었다.

"코르셋이란 '사회에서 여자는 이렇게 보여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겪었던, 아름다움만을 위해 행했던 행위들… 다이어트, 성형수술, 화장 같은. 흔히 여성들이라면 겪어 봤을 외모 코르셋이죠. 그에 반해 탈코르셋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여성성에 대한 기준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씨는 청소년으로서 겪는 코르셋의 경험으로 교복에 대한 사례를 꼽았다. 치마를 입기 싫었던 장씨는 학교의 바지 착용이 자유로워 바지를 구매했다. 하지만 이전에 구매했던 여성용 자켓과 바지를 같이 입을 수는 없었다. 자켓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형태인 반면 바지는 펴져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용 자켓의 허리는 일자로 깔끔하게 떨어졌다. 똑같이 입고 생활하는 교복임에도 성별에 따라 교복의 형태는 매우 달랐다.

장씨가 실토한 학교 내 코르셋 조장 문화는 이렇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하다못해 틴트라도 바르지 않으면 아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화장을 하지 못한 친구들은 학교에서 화장을 하거나,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치마를 줄이지 않는 친구들은 이상하게 여겨진다. 친구들은 매번 다이어트 계획이나 성형 계획, 신상 화장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화장이나 얼굴, 몸매를 지적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여학생들조차도 여성들의 코르셋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장씨는 이에 끼지 못하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던 장씨는 어느 날 트위터를 통해 탈코르셋 운동을 접했다. 코르셋과 탈코르셋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장 씨는 당시 본인의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코르셋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저런 것까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죠.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나 마찬가지였는데, 정말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현재 장씨는 더 이상 교내의,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의 코르셋을 조이는 문화에 동조하지도 방관하지도 않기로 결심했다. 친구를 따라 머리를 자르고, 화장품을 버렸다. 장씨는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여자다움'을 벗어던졌다. 장씨가 말했듯, "사회가 요구하던 여성성의 기준을 파괴하고 사회에서의 여성이 아닌 내가 되는" 탈코르셋 운동에 연대하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이후 '우리'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탈코르셋을 실천에 옮긴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이렇게 답했다.

"유아 쇼핑몰의 아이들 사진을 보게 됐는데, 정말 너무 어린 아이들이 풀 메이크업을 하고 오프숄더를 입은 채로 멍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화장하는 친구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야 보였는데, 점점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가 어려지는 걸 보고 이걸 절대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지 자료-유튜브) 실제로 유튜브 등지에서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화장품 완구의 광고, 어린이용 화장품을 사용한 메이크업 영상 등 낮은 연령층이 겪고 있는 코르셋의 현황을 볼 수 있다.
 (이미지 자료-유튜브) 실제로 유튜브 등지에서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화장품 완구의 광고, 어린이용 화장품을 사용한 메이크업 영상 등 낮은 연령층이 겪고 있는 코르셋의 현황을 볼 수 있다.
ⓒ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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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을 하기 위해 우선 브라를 벗어던졌지만, 한두 달 정도는 머리를 잘라야지, 잘라야지 하면서도 시도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친구들이 자른 걸 보고 저도 용기를 내어 머리를 잘랐어요. 틴트도 안 바르다가 머리를 자르고 며칠 안 지나서는 가지고 있던 화장품도 다 버렸고요. 약속이 있을 때에도 편한 모습으로 나갔어요."
 

그러나 장 씨에게 있어 탈코르셋의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장씨는 머리를 자르는 도중 여성에 대한 편견 어린 발언을 듣는 등 자신이 겪은 불편한 경험에 대해 토로했다. 또 탈코르셋을 한 이후에도 주변 친구들을 보며 다시 화장을 해야 할까 잠시 내적으로 갈등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장씨에게 그러한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질문했다.

"탈코르셋을 한 내 모습이 익숙해지면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얼굴을 조각조각 품평하지 않게 되니까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에게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고요. 또 거울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어졌어요. 나의 본래의 모습을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죠. 예전에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도 습관적으로 살찌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젠 그냥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장씨는 탈코르셋 이후 자신의 가장 큰 변화로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진 점'을 꼽았다. 탈코르셋을 통해 기존에 느꼈던 외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도 이야기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머리가 짧으니 편해 보여서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예전에는 아침에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려서 지금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했어요. 화장하기로 마음먹은 날은 거의 1시간은 일찍 일어났죠. 또 한 번 화장하는 데에 쓰이는 화장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종류별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야 하고, 끊임없이 출시되는 신상품을 보면 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탈코르셋을 한 이후로는 머리 감고 말리는 것도 10분 정도여서 잠을 좀 더 잘 수 있어요. 꾸미는 데에 들어갔던 돈도 이제는 제 취미생활에 쓸 수 있고요."

장씨는 같은 학교에서 탈코르셋을 실천한 몇몇 친구들과 평소에도 의견을 나눈다고 했다. 그러나 탈코르셋을 경험한 이들과는 공감사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과는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탈코르셋에 관해 이야기하면 반감을 느끼거나, 코르셋을 코르셋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탈코르셋 이후의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장씨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전적으로 만족합니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더 이상 저 스스로 외모를 품평하는 일이 없으니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요. 무엇보다 편리합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해졌거든요. 전보다 자유로워진 느낌도 들어요."
  
탈코르셋 이후 우리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우리는 장씨로부터 탈코르셋 이후의 삶에 대해 들어보고자 했다. 탈코르셋 이후의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냐는 질문에 장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너 페미니스트야? 라는 식의 질문을 꽤 받았어요. 사상검증이라고나 할까요. 외모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진짜 많았고요. 부모님과도 갈등이 꽤 있었어요. 미용실에서도 머리를 자르러 갈 때마다 다시 길러보는 게 어떻겠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편한 거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대학 가서 어쩔 거냐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여자는 편한 거에 익숙해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에서는 뒤에서 '메갈년' 이라며 중얼거리는 경우도 있었고, 굉장히 다양했던 것 같아요."

장씨는 머리를 왜 잘랐냐는 말을 들을 때면 '기를 이유가 없고, 내가 편하고 싶어서' 라고 대답하고 넘겼다. 때론 무시하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에 대처했고, 시간이 지나자 이러한 반응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탈코르셋이 페미니즘 운동인 만큼 부정적인 반응이 아예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냥 감내했습니다."


탈코르셋 이후 긍정적인 반응으로 장씨는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꼽았다.

"제 모습을 보며 나도 자를까, 하고 고민하던 친구들이 꽤 있었어요. 실제로 제가 머리를 자르고 난 바로 다음 날 숏컷을 하고 온 반 친구가 있기도 했고요. 같은 페미니스트인 친구 중에서도 머리 어디서 잘랐냐며, 나도 곧 자를 거라고 이야기해준 친구도 있었어요. 저를 보면서 기존의 여성성을 벗어난 여자의 모습에 익숙해진 친구들이 그래도 꽤 있는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들, 특히 10~20대의 페미니스트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장씨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어릴 때부터 코르셋을 온몸으로 보고 느끼고 자랐으니까요. 여성 캐릭터의 옷을 입히고 꾸미고 남자 캐릭터의 평가에 따라 실패, 성공하는 게임을 하고 자랐고, 못생긴 여자를 희화화하고 비웃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고, 성형외과와 다이어트 광고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매일 매일 평가당하는 게 일상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유행에 민감하지 못하면 어울리지 못하고 가장 소외되는 계층이 10~20대잖아요. 현세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로서, 현 사회의 코르셋에 대한 문제점을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씨는 탈코르셋 운동이 시사하는 바와 더불어 탈코르셋 이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적했다.

"탈코르셋은 기존에 여성성이라 여겨져 왔던 사회의 암묵적인 규범을 깨부수고, 그걸 시각화하는 거예요. 여성들이 더 이상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에 순응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걸 보여주는 거죠. 그와 동시에 같은 여성에게 여성은 인형이 아니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 외모로 여성의 존재 가치를 부정할 수도, 여성의 자존감을 결정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것이고요."

"우선 탈코르셋이라는 운동 자체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탈코르셋을 한 여성이 머리를 짧게 하고 화장을 안 하는 일부 '여자답지 못한 여자'로 여겨지고 분리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해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구분 짓는 규범을 확실하게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장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 질문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탈코르셋이 쉽지만은 않은 운동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차별적인 사회에서 공기와도 같은 여성 혐오 속에 노출되어 왔으니까요. 하지만 여성 여러분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장모종이 아니었습니다. 속눈썹이 긴 것도, 입술이 유독 붉은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에게는 예쁘게 꾸며지지 않은, 우리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자유가 필요합니다. 우리 용기 냅시다. 편해짐과 동시에 연대합시다. 어린아이들마저 코르셋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서요. 여럿이 움직여야 세상은 비로소 바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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