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18 KEB 하나은행 FA CUP FINAL 결승 1차전 울산현대축구단 vs 대구FC의 경기가 열렸다.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18 KEB 하나은행 FA CUP FINAL 결승 1차전 울산현대축구단 vs 대구FC의 경기가 열렸다. ⓒ 대한축구협회


2018 축구 시즌이 끝나가는 이 때, 경상도는 겨울 바람을 잊었다. 축구장에서 부는 초록 훈풍이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삼각형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세 지역의 축구팬들이 이번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매달리고 있다.

경남의 축구 명가 울산 현대가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으며, 그 상대 팀은 대회 첫 우승을 넘보고 있는 경북의 시민 구단 대구 FC다. 그런데 이 결승전과는 직접 상관 관계가 없지만 경북 또 하나의 축구 도시 포항 스틸러스가 마음 속으로 울산 현대의 우승을 빌고 있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2019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12월 6일, 9일 홈&어웨이)에 나서는 부산 아이파크까지 가세하니 이번 겨울 한국 축구의 종착역은 공교롭게도 경상도가 된 셈이다.

안드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5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FA(축구협회)컵 결승 1차전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에드가의 극장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8일 낮 홈 경기로 열리는 2차전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서 구단 역사상 첫 우승 위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대구 FC의 역습 전술 빛나다

2018 K리그 1 하위스플릿 최고의 자리인 7위에 올라 가장 듬직하게 1부리그 중위권 팀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한 대구 FC는 홈&어웨이 결승 시스템에 어울리는 1차전 역습 전술을 알차게 준비하고 나왔다. 

홈 팀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들을 상대로 6경기를 치르며 모두 패했던 대구 FC의 1차전 어웨이 게임 선택은 당연히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었다. 3-5-2 포메이션을 기초로 하여 K리그 원 3위에 빛나는 울산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막아야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전반전을 실점 없이 끝낸 것만으로도 대구 FC의 1차 목표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울산이 자랑하는 골잡이 주니오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후반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 흐름을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주니오 말고도 울산 현대에는 막아내야 할 위험 인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결승 1차전 첫 골은 후반전 초반에 벼락같이 찾아왔다. 50분에 왼쪽 측면 공격을 전개하던 울산의 황일수가 김승준의 전진 패스를 받아 과감한 오른발 감아차기 골을 조현우가 지키고 있는 대구 FC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기막히게 꽂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울산은 이 첫 골 기쁨의 여운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했다. 곧바로 1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구 FC의 역습 전술이 빛난 것이다. 그 중심에 2018 K리그 원 도움왕에 오른 세징야가 우뚝 서 있었다. 역습 과정에서 달라붙는 울산 풀백 박주호를 따돌린 세징야가 상대 팀 주장이자 베테랑 센터백 강민수를 바로 앞에 두고 절묘한 오른발 슛을 낮게 깔아 성공시켰다. 

5명의 미드필더와 함께 공간을 열어가면서 세징야가 주도하는 대구 FC의 역습 전술은 매우 날카로웠다. 키가 비교적 큰 편인 골잡이 에드가는 기본적으로 1~2명의 울산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세컨 볼을 떨어뜨려 주었고, 상대 위험 지역 어느 곳이나 누비고 다니는 세징야의 역습 드리블은 어디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세징야의 역습 선택, 에드가의 극장 역전골

이렇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홈 팀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예상했던 것처럼 공격형 미드필더 셋을 차례로 교체하며 최근 여섯 경기 전승의 압도적인 기록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공격의 고삐를 쥐고 흔들었다. 하지만 이 흐름을 꿰뚫고 있는 대구 FC 선수들은 울산 공격의 맥을 효율적으로 끊은 다음, 확실한 역습 기회가 보이지 않을 때는 철저하게 공을 돌리며 템포 조절을 시도했다. 

'이근호-한승규-김인성'으로 재편된 울산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재치있는 3자 패스를 시도하며 대구 FC 수비 뒤쪽 공간을 노렸지만 그들의 컷 백 크로스 타이밍을 대구 FC 수비수들이 웬만해서는 놓치지 않았다. 골문 바로 앞에서의 높은 공 다툼 상황에서도 상대 팀 위험 인물을 듬직하게 밀어냈다.

대구 FC가 수비면으로 준비한 경기 흐름이 만들어지니까 역습의 날카로움까지 대구 FC의 몫이 되고 말았다. 85분에 세징야의 역습 패스가 에드가에게 이어졌고 충분히 역전골을 노릴 수 있는 순간을 만들었다. 그 때 울산 현대의 골키퍼 조수혁이 과감하게 달려나와 공을 잡아냈기에 남아있는 결승 1차전 시간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더니 3분 뒤에 믿기 힘든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역시 대구 FC의 역습 전술이 빛났다. 88분, 세징야가 매우 빠른 드리블로 울산 수비수들을 흔들어놓고 오른쪽 측면으로 패스를 열어주었다. 크로스를 주문한 것이다.

거기서 올라온 크로스를 향해 대구 FC 골잡이 에드가가 날아올랐다. 믿기 힘든 헤더 역전 결승골이었다. 최근 울산과 6경기를 치르며 승점 1점조차 따내지도 못하고 6경기 모두 지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던 대구 FC가 FA컵 결승 1차전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에드가는 유니폼 상의를 훌렁 벗어 던지며 골문 바로 뒤 멀리서 찾아온 대구 FC 서포터즈와 짜릿한 승리 기운을 나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6분 가까이 이어졌지만 울산 현대의 마지막 공세는 대구 FC 골문을 직접 노릴 수 있는 정교함이 떨어졌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의 공격은 오는 8일(토) 오후 1시 30분 대구 스타디움 작별 경기에서 더욱 가다듬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최소한 대구 스타디움에서 2골 이상을 터뜨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반면에 2019 시즌부터 새 축구전용경기장인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대구 FC는 2차전에서 0-1로 패하더라도 구단 역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쯤 되니 2018 K리그 원 3위로 시즌을 마감한 울산 현대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K리그 원 4위)가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2018 FA컵 결승 1차전 결과(5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1-2 대구 FC [득점 : 황일수(50분,도움-김승준) / 세징야(51분), 에드가(88분)]

◎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황일수(71분↔한승규), 에스쿠데로(77분↔김인성), 김승준(63분↔이근호)
DMF : 믹스, 박용우
DF : 박주호, 강민수, 리차드, 김태환
GK : 조수혁
- 경고 : 강민수(60분)

◎ 대구 FC 선수들
FW : 세징야(90분↔한희훈), 에드가
MF : 황순민, 류재문, 장성원(77분↔김진혁), 김대원, 정승원(75분↔츠바사)
DF : 김우석, 홍정운, 박병현
GK : 조현우

◇ 2018 FA컵 결승 2차전 일정(12월 8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대구 스타디움)
☆ 대구 FC -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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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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