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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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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돕기 위해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법무법인 김앤장에 전달한 정황이 드러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직접 독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사법농단 의혹에 중추 역할을 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이 두 전직 대법관이라고 파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달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의 재판거래 대상인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피고(신일철주금)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과 김앤장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김앤장 송무팀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만나 헌법재판소에 파견 간 최아무개 부장판사로부터 넘겨받은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사건 기밀을 전달했다. 박근혜 정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하기로 논의한 법원행정처가 예상치 못하게 헌재가 2015년 하반기, 소송 쟁점인 한일청구권에 관해 헌법소원을 결정할 조짐이 보이자, 파견 법관을 이용해 내부 기밀까지 빼돌렸다.

대법원은 소송을 지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의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맺은 당사자인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고려해 원고 승소 판결을 꺼렸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맞춰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소송을 지연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헌재가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해준다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헌재는 2015년 12월, 한일청구권 협정에 관해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해 '각하 처분'을 내렸다. 

한일청구권 헌법소원 등 주요 사건 기밀 빼돌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김앤장과 재판 진행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3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4~2015년 자신의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한 변호사와 만나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논의했다. 임 전 차장은 김앤장에 실무적인 방향까지 제시했다. 임 전 차장은 김앤장이 대법원에 제출할 의견서 표현을 고쳐주고, 한 변호사에게 내용에 개정 민사소송지침을 넣으라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첨삭'에 나섰다.

공정하게 재판해야 할 사법부가 특정 당사자를 만나 다른 기관의 기밀까지 불법적으로 빼돌려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어준 셈이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는 헌재 기밀 유출 혐의가 직권남용죄로 포함됐다. 검찰은 일선에서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을 포함해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조 업무방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관련 사건 등 헌법재판소 주요 사건 내부 기밀을 빼돌렸고,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순차적으로 보고됐다고 보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양승태, #김앤장, #헌법재판소, #일제 강제징용, #한일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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