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K 켈리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11월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가 에이스 '역수출'에 성공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은 5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BO리그 SK에서 활약했던 우완 투수 메릴 켈리와 최대 4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켈리는 2019년 200만 달러, 2020년 300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 받고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면 2021년 425만 달러, 2022년에는 525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따라서 켈리가 받게 될 금액은 최소 2년 550만 달러, 최대 4년 1450만 달러가 되는 셈이다.

2014년까지 템파베이 레이스 산하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켈리는 2015년 SK에 입단해 4년 동안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등판해 1승 2.19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2년 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그랬던 것처럼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계약에 성공했다.

200이닝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한 KBO리그 역대 3번째 투수

야구팬들이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 빅리그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 도입 초기에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타이론 우즈와 제이 데이비스는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다. 투수 쪽에서도 맷 랜들, 케니 레이번, 릭 구톰슨, 벤자민 주키치 같은 선수들이 빅리그 경력 없이 한국땅을 밟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2014년 12월 SK에서 35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켈리 역시 트리플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끝내 빅리그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켈리가 SK의 새 외국인 투수로 결정됐을 때 일부 팬들은 지나치게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그 해 다른 구단에서는 조쉬 린드블럼, 루카스 하렐, 알프레도 피가로, 필립 험버 등 쟁쟁한 이름값을 가진 투수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리는 '저비용 고효율' 외국인 선수의 모범을 보이며 김광현과 함께 비룡 군단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켈리는 2015년 181이닝을 던지며 11승 10패  4.1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소화한 이닝(181이닝)과 1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11승이 적게 느껴졌을 정도. 당연히 SK는 2016년 40만 달러가 인상된 75만 달러의 금액으로 켈리와 재계약했다.

2016 시즌 켈리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켈리는 무려 200.1이닝을 소화하며 SK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켈리에게 돌아온 승수는 고작 9승. 20이닝이나 적게 던진 두산 베어스의 마이클 보우덴이 18승을 따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켈리가 얼마나 불운한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켈리는 1983년의 고 최동원, 1989년의 김청수(이상 전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200이닝을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한 역대 3번째 투수가 됐다.

하지만 켈리는 2016년의 아쉬움을 작년 시즌의 대활약을 통해 풀었다. 30경기에서 190이닝을 던진 켈리는 16승 7패 189탈삼진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으로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며 김광현이 없는 SK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1이닝 동안 홈런2개를 맞으며 8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애초에 켈리가 없었다면 SK는 가을야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스프링캠프 선발 경쟁 뚫는다면 류현진과 맞대결도 가능

SK와 재계약한 켈리는 올 시즌 전반기를 6승 5패 5.17로 마쳤다. 켈리가 부진하자 몇몇 야구팬들은 켈리가 한국 야구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상대에게 투구패턴이 노출돼 작년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켈리는 후반기 12경기에서 6승 2패 2.78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반기 7승3패3.42로 호투했다가 후반기 1승 5패 8.78로 무너졌던 앙헬 산체스와는 대조적이었다.

켈리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손 저림 현상으로 4이닝 만에 강판됐고 불펜 투수로 등판한 5차전에서는 2.2이닝 5실점 3자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켈리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2.1이닝 5실점3자책으로 호투하면서 SK를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켈리 역시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무대 재도전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SK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셈이다.

켈리는 한국 진출 이후 오히려 평균구속이 점점 향상된 특이한 케이스다. 실제로 켈리는 2015년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44km에 불과(?)했지만 KBO리그 4년 차가 된 올해는 148km를 찍었다. 한국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한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향상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애리조나 구단에서 빅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켈리에게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준 이유이기도 하다.

애리조나는 작년 93승에 이어 올해도 82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하지만 최근 좌완 선발 패트릭 코빈이 워싱턴 내셔널스와 6년 1억40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5승을 따낸 에이스 잭 그레인키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 애리조나가 추가 영입 없이 선발진의 재구성에 들어간다면 켈리도 스프링캠프를 통해 충분히 선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애리조나는 LA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으로 1년에 19번이나 맞대결을 펼친다. 켈리가 애리조나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상황에 따라 내년 시즌 류현진과 켈리의 선발 맞대결을 보게 될 수도 있다. KBO리그가 배출해 월드시리즈 선발 마운드까지 섰던 '코리안 몬스터'와 KBO리그에서 성장해 빅리그로 역수출된 외국인 투수의 선발 맞대결. 야구팬들에겐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KBO리그 SK 와이번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켈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