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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사풍문단 회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청정사풍문단 회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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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오케스트라 못지않아요. 지금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니까요."

충남 예산의 청정사풍물단 문태실 강사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풍물놀이를 설명한다.

가을 끝자락, 청정사풍물단의 '덩더쿵' 흥겹고 정겨운 소리가 국화향기를 타고 방울방울 실려 온다.

15명 안팎의 작은 소모임 청정사풍물단(회장 이진희, 충남 예산군 소재)은 '여럿이' '함께' '같이' 멋진 흥을 만들자는 소박한 바람으로 모였다. 벌써 7년째 동네 언니 오빠처럼, 가족처럼 서로를 보듬으며 아담하게 모임을 꾸려가고 있다.

이 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청정사 주지 서강 스님 덕분이다. 신도들이 함께 어우러져 할 수 있는 '무엇'을 고민하다 풍물단을 만들게 됐다. 이제는 "청정사하면 풍물단이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대표동아리로 자리매김했다.

"신도분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저도 한 1년쯤 배웠답니다. 스트레스가 무지하게 풀려요. 스님들은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속이 빵 하고 트이는 기분인데 이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에요. 아휴, 참 전달이 안 되서 답답하네요."

서강 스님이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회원들은 "아마추어, 생활음악인 수준"이라며 자신들을 소개하지만, 알고 보면 회원 모두 경력이 5년 이상 된 알짜배기 실력파들이다. 어쩐지 채만 잡았다 하면 눈빛부터 달라지고 전문가 못지않은 분위기더라니.

요즘 회원들은 삼도가락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충청도를 대표하는 웃다리 가락과 전남·영남 지방의 가락의 장점을 한데 모아 만든 가락답게 끈적하기도 한 것이 칠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듣는 맛이 살아난다. 문 강사는 박자를 어려워하는 회원들을 위해 박수도 치고 일어나 춤도 추며 열혈강의를 펼친다. 회원들은 "문 선생님이 교수님이고 우리가 학생이에유"하며 너스레를 떤다.
 
청정사풍문단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청정사풍문단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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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러니 둘러앉아 연주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몸이 절로 들썩이고 흥이 난다. 이미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모임답게 박자 하나 리듬 하나 '척하면 척'이다. 장구, 꽹과리, 태평소…. 각자 맡은 악기를 열심히 연주하는 회원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한가득 담겨있다.

"풍물놀이는 라면 같아요. 질리지 않고 안 먹으면 꼭 한 번씩 생각나고, 그 맛에 중독돼 자꾸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거라는 말도 있잖아요? 서양음악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만한 멋과 맛이 있어요."

문 강사가 마음이 푸근해지는 미소를 지으며 풍물놀이의 매력을 설명한다.

우제풍 회원도 "풍물놀이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인체공학적인 줄 몰라요. 악기와 내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니까요. 울림이 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져서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우리 회원들 중에 우울증 있으신 분이 한명도 안 계셔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어쩐지 우울증이 안 오더라"는 맞장구가 얹어진다.

풍물놀이 전체 판을 이끌어가는 상쇠이자, 동아리 비타민 역할을 담당하는 이민호 회원은 "공연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재미로 클라이막스를 계속 끌고 있기도 해요. 팔이 떨어져라 치고 있는 회원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쾌감이 느껴진다니까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회원들은 청정사 가꾸기 활동도 열심이다. 봄이면 텃밭에 수수와 옥수수를 심고, 가을이면 정성껏 기른 국화를 청정사 길목에 예쁘게 꾸며놓는다. 풍물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장소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참 아름답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먼 길 가는 사람이 빈손이면 허전하다"며 호박젤리를 한웅큼 쥐어준다. "한번만 주면 정 없다"며 한웅큼 더 집어주는 건 덤. 매서운 추위도 이들과 함께하면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풍물, #풍물동아리, #장구, #청정사풍물단,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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