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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결 촉구에 나섰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결 촉구에 나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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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지난달 22일 유성기업 임원이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뒤, 언론과 정치권은 유성기업 노조를 향해 '조폭노조'라는 말까지 붙여가며 비난을 이어갔다.

그러나 유성기업 폭력사태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배제된 일방적인 논조가 대부분이었다. 

손잡고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44개 시민단체들이 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충돌만 부각하는 기사만 쏟아졌다"면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친 이유다.

일방적인 '폭행'만 강조한 언론과 정치권

유성기업 폭행사건이 발생한 후,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은 "야만적이고 잔혹하게 임원 구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노조입니까(조선)", "촛불갑옷 두르고 무법 자행하는 민노총, 촛불민심 왜곡 말라(동아)"는 제목을 달고 기사를 쏟아냈다. 발맞춰 정치권도 유성기업 노조를 향한 성토를 이어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치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면서 "문재인 정권 위에 군림한 민노총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8일 열린 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노총이 권력에 취해 세상을 자기들 것처럼 여기고 촛불청구서를 들고 국회와 검찰 청사까지 점거하겠다는데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면서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 경제가 얼마나 위축될지 걱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이 폭발하자 유성기업 노조는 지난달 29일 '임원폭행'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45일 동안 이어온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농성을 접었다. 그러나 노조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섰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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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은 "보수언론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를 가린 채 '충돌'만을 부각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언론은 지난 8년의 노조파괴 행위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채널A는 유성기업 관련 보도를 총 8건, TV조선은 18건 했다"면서 "이번 폭력사건 관련보도를 제외하면, 채널A는 고작 2건, TV조선은 7건만 보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유성기업 노조와 관련된 정당한 판결이 나와도 전하지 않다가 폭행사태가 발생하자 늑대같이 달려들어 보도했다"면서 "언론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상은 법률사무소새날 변호사도 이 자리에서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이 고용했던 용역들이 13명의 노동자를 차량으로 받아버렸을 때, 같은 해 6월 20일 용역들이 던진 소화기와 벽돌에 의해 두개골이 깨지고 스무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중상을 입었을 때도 (유성기업은) 사과 한마디 안 했다"며 "심지어 노조파괴행위로 감옥에 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단 한 번도 노동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현재 아산경찰서에서는 유시형 회장, 현재 최철규 대표이사, 유시형의 아들인 유연석 대표이사가 (노조파괴 관련 사건) 변호사 비용을 부당하게 회사비용으로 지출했던 것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법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에도 (노동자에 대한 수사만) 부당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의 노조파괴를 겪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20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일대에서 유시영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사측의 노조파괴를 겪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20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일대에서 유시영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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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용역폭력 사태가 정점에 오른 2011년 한 해 동안 사측이 투입한 용역폭력으로 다친 유성기업 노조원은 58명이다. 이들에 대한 상해진단을 합치면 125주에 달한다.

그러나 유성기업 사태에 대한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유성기업은 같은해 사측과 가까운 제2노조가 설립됐고, 1노조 조합원 27명이 해고당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를 와해하는 공작을 펼쳤다.

2013년 법원은 27명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해 전원복직이 이뤄졌지만 이듬해 복직한 27명 중 11명이 다시 해고됐다. 2014년 사측은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불법 감시했고, 노사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2016년 3월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 사태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지난달 22일 노동자들의 회사 간부 폭행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한편 지난 8월,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에 앞장서다 1년 2개월의 형량을 받고 구속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는 지난 2일 석방됐다. 법원이 '심씨에 대해 건강 악화됐다'며 일시 석방한 것인데, 재판부는 일단 심씨가 머물 수 있는 장소는 병원으로 제한했다.

태그:#유성기업, #유성사태, #한광호, #유시영,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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