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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제88회 오스카상(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는 대표적인 배우로 손꼽히곤 했던 그에게 영광을 안겨준 영화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 아래 레버넌트)이다.

19세기 미국의 탐험가이자 사냥꾼인, 거대한 회색곰의 습격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음에도 혼자 4000km를 걸어 살아 돌아온 전설적인 인물인 휴 글레스(1780~1833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영화다.

휴 글래스는 동료들과 미주리강 주변을 탐사한 후 사냥하던 중 회색곰의 습격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아리카라족과의 싸움으로 많은 동료들을 잃고 보다 안전한 길을 찾아 서둘러 철수하던 중이기도 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와 함께라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이에 일부는 앞서가 구원을 요청하기로 하고 일부는 그를 돌보며 뒤따르기로 한다.

존 피츠제랄드(톰 하디)는 휴 글래스의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 등과 남아 그를 돌보며 앞서간 일행을 뒤따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피츠제랄드는 그가 보는 앞에서 교활한 방법으로 그의 아들을 죽인 후 그를 홀로 두고 도망가 버린다. 한걸음도 뗄 수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원주민들의 공격과 야생동물들의 위험 속에 버리고 간 것이다.

이 영화는 2016년 1월 개봉했다. 개봉 당시 봤다. 인간의 생존 본능 그 당연한 위대함과, 시련 속에서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잠시였지만, 미국서부 개척시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기도 했다. 살아남고자 죽은 말의 내장을 모두 긁어낸 후 알몸으로 그 속에 들어가 혹한의 밤을 견디는 장면은 충격적인 감동과 함께 남아 있다.

원주민 마을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무차별 학살하거나 여자들을 유린하는 백인들의 야만성과 영화 전체에 드리운 인간들의 탐욕과는 대조적으로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 경관들이 감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누군가 내게 영화를 추천하며 했던 말 "멋진 풍경이 너무나 많아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환경 다큐를 보는 것 같았다"에 공감하며 봤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감동이 클수록 막연히, 뭔가, 자꾸 아쉬웠다. 이해를 다하지 못한 그런 아쉬움과 또 다른 막연한 무언가로. 그래서 참 반갑게 읽은 책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서해문집 펴냄)이다. 이와 같은 막연한 아쉬움을 털게 하고,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그리하여 내가 알고 있는 <레버넌트>란 영화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게 한 책이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미친 모자 장수인 매드 헤터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된 1866년의 유럽에서는 손을 벌벌 떨며 횡설수설하는 모자장수가 많았다고 한다. 모자를 만들고 파는 사람 중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모자장수처럼 미친(Mad as hatter)'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후 이 말은 관용어가 되어 '아주 미친', '몹시 화난'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관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모자장수가 미친 것은 바로 비버 모피 모자와 관련이 있다. 이 모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비버의 털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수은에 담가 가공하는 '캐로팅' 작업을 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수은의 독성에 대해 무지해서 수은을 매독치료제로 먹고 몸에 바르기도 했다. 캐로팅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히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수은에 맨손을 담그고, 하루 종일 휘발된 수은 공기를 마시며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모자를 만들고 파는 많은 이들이 사지를 떨고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잘 걷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미친 사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비참하게 죽어갔다. 우리가 잘 아는 수은중독증 '미나마타병'에 걸린 것이다. 미나마타병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모자장수의 손 떨림(Hatter's shake)'이다. - 18~19쪽.
 
 물갈퀴와 커다란 꼬리를 가진 갈색털의 북미산 비버(책속 설명, ⓒSteve)/1886년 비버 모자를 쓴 사람들(책속 설명, 19세기 사진)
 물갈퀴와 커다란 꼬리를 가진 갈색털의 북미산 비버(책속 설명, ⓒSteve)/1886년 비버 모자를 쓴 사람들(책속 설명, 19세기 사진)
ⓒ 출판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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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렵, 비버 모피 모자는 부를 과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수단으로 귀족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유럽의 비버들이 씨가 마를 정도였다. 비버 모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에 사람들이 눈을 돌린 곳은 신대륙. 그래서 15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 아메리카 대륙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에서 몰려든 비버 사냥꾼들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야만인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또는 자신들이 사냥할 비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로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 주인공 휴 글래스 또한 당시 수많은 모피 회사 중 하나였던 '록키 마운틴 모피 회사' 소속으로 비버 사냥을 하던 중이었다. 영화에서는 사실과 달리 원주민 여성과의 사랑으로 아들(후크)를 얻었다거나, 원주민 입장을 동정하는 등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로 설정했지만 말이다.

영화는 야영하는 장면 등에서 아마도 수많은 비버들을 죽여 꾸렸을 커다란 가죽 짐들을 보여준다. 그 짐들을 보며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인간들의 탐욕으로 멸종하고 말았다는 몇몇 야생동물들을 떠올리며 씁쓸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휴 글래스의 생존을 향한 여정과 원시적이며 멋진 자연에 끌려 그들이 사냥꾼이라는 것이나 가죽 따위는 까맣게 잊고 영화를 봤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모피는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소비되는 모피는 당시 유럽의 비버 모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버 모자 대신 밍크코트, 여우목도리, 토끼조끼, 라쿤 패딩 등 모피와 상품의 종류만 바뀌며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사냥을 통해 모피를 얻지 않는다. 대신 과거에 비해 훨씬 잔혹한 방법으로 모피를 만든다. 많은 동물이 모피가 되기 위해 평생을 비위생적이고 좁은 철창 안에서 갇혀 지낸다. 그리고 인간은 부드럽고 질 좋은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이 살아 있는 채로 껍질을 벗긴다. 동물이 죽으면 피가 응고되어 가죽이 잘 벗겨지지 않으며 털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또 최대한 많은 양의 모피를 얻기 위해 머리를 집중적으로 때려죽이거나, 물에 익사시키기도 한다. 한 생명이 아니라 철저하게 모피 생산물로 길러지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19~20쪽.

솔직히 영화 속 사건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땅의 주인인 원주민들과 싸운 씁쓸한 역사지만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대해 이미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크게 반감이 들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아마도 단언하건대 인간들의 사치를 위한 비버 사냥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봤다면 영화는 또 다르게 와 닿았을 것이다.

영화는 휴 글래스 일행이 원주민 부족인 아리카라족 추장의 딸을 납치했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것 정도로 표현한다. 그런데 천년 이상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온 아리카라족은 1800년대 초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자신들과 야생동물들을 유린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정도가 지나치자 1820년대 들어 적대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책이 알려주는 이와 같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영화를 봤다면 훨씬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지 않았을까? 아들이 눈앞에서 죽는데도 꼼짝하지 못해 고스란히 봐야만 했던 휴 글래스는 벌레처럼 기거나, 굴러가거나 하면서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귀환한 후 피츠제랄드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다. 피츠제랄드의 비참한 최후를 휴 글래스의 복수로만 봤는데...

책은 말한다. "참신한 SF영화도, 심각한 역사물도, 멋진 히어로 영화도 환경의 렌즈로 보니 새로운 의미가 보였다. 흥미로운 오락거리라고 생각했던 영화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뒤흔들 중요한 메시지를 찾아보자. 환경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미세먼지와 폭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레버넌트>를 환경과 관련된 영화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봤다. 그런데 책의 제안처럼 환경의 렌즈로 봤다면 피츠제랄드의 처참한 최후가 휴 글래스의 복수만이 아닌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자연을 유린하고 거스르는 오만한 인간들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고 느끼지 않았을까.

책이 다루는 영화는 <레버넌트>를 시작으로 <대호>, <해프닝>, <옥자>, <인터스텔라>, <터널>, <리틀 포레스트>, <마션>, <다운사이징>, <딥워터 호라이존>, <남한산성> 등 19편.

해당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줄거리와 중요한 부분들을 들려주는 한편 영화에 담긴 환경적 요소를 들려준다. 가령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의 환경오염과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가는 자원 ▲공장식 축산의 폐해 등 풍요로운 육식을 위해 희생되는 것들 ▲인간들의 끝도 모를 오만과 탐욕 등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들을 헤아리고 고민하게 한다.

참고로 이 책은 '환경'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인 '환경과교육연구소'가 기획, 회원 5명이 썼다. 앞서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에 '영화로 환경읽기'란 이름으로 연재된 글이라고 하니 한두 편쯤 맛보기로 찾아 읽어보는 것도 책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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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