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동해 묵호항 개항과 함께 70년 역사를 함께해온 동해 묵호동 <제일라사>가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영동 지역 중년 신사들의 패션을 책임져오던 수제양복의 명가 동해 묵호 <제일라사> 김두조 대표(남, 84세)는 2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의류 산업의 변화, 대기업의 기성양복 사업 진출 등으로 고객이 줄었다"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줄어, 양복점을 조만간 문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묵호는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인구 1만5천 명이 사는 그곳에 극장이 3개, 백화점이 있었다. 그만큼 영동권 최고의 어촌 부자마을이었다.
제일라사는 지난 70년간 수많은 신사 정장을 손으로 디자인하고 바느질하며 양복의 명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획량이 줄고 도시 공동화 및 신도시 중심의 인구 이동으로 고객이 줄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양한 메이커 기성복들이 등장하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제일라사의 작업은 가까운 지인들의 정장 일부를 제작하는 정도에 그치다, 결국 사업 정리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당분간 제일라사는 고객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추억 속 고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70년 영업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