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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탑방에서 내려다본 건너편 사찰의 묘지. 한 가족이 참배하고 있다.
 옥탑방에서 내려다본 건너편 사찰의 묘지. 한 가족이 참배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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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교회에서 하고, 장례식은 절에서 하고

4층 옥탑방에 살고 있는 필자는 창문을 열 때 꼭 왼쪽 1/3만 연다. 미세먼지 들어올까 봐 창문도 맘대로 못 여는 서울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 문을 활짝 열면 오른쪽 바로 아래 묘지(령원.靈園)가 보이기 때문이다.

창밖에 수백 혹은 수천의 귀신들과 함께 산다는 생각에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가며 신경이 무뎌지고는 있지만 지금도 문을 열 땐 그쪽이 보이지 않도록 조심조심 연다.

창밖에 묘지가 보이는 이유는 이 건물 맞은편에 아담하고 깨끗한 절이 있고, 그 절에 묘지가 딸려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절도 많지만, 그 절은 대부분 묘지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니, 절 건물보다 묘지가 차지한 면적이 더 크다 보니 마치 절이 묘지에 딸린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9개월째 살지만 동네 산책 때 절을 살짝 들어가 보면 대웅전 문을 항상 닫아놔 불상은 보이지도 않는다. 스님이 염불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가끔 일요일 정오, 창밖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부르는 듯한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아, 유족들이 참배 왔나보다' 하고 내다보면 모처럼 스님과 유족 5-6명이 묘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종교적으로 보면 일본은 참 이상한 나라다.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건강을 빌고, 결혼은 교회나 성당에서 하고, 죽으면 절로 간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한 뒤 절에 있는 묘지에 모시는 게 일반적인 장례 풍습이다.

한국의 웬만한 절은 모두 산에 있는 반면 일본은 도심 어디서든지 절이 많다보니 묘지도 많이 보인다. 처음 나리타공항에 내려 공항열차를 타고 1시간 남짓 우에노에 있는 종착역에 오는 길에도 창밖에 묘지가 끊이지 않아 어리둥절했던 기억도 있다.

 
 일본 치바현의 한 동네 묘지 전경.
 일본 치바현의 한 동네 묘지 전경.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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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타워같은 '첨단' 납골당에서 참배하는 사람들

매장문화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도 '묘지강산'을 우려해 최근엔 화장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춰 일본은 원래부터 그런 걱정이 없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화장한 유골만 모시니 차지하는 공간이 작고, 묘 하나에 여러 가족이 합사되니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런 일본도 장묘문화를 더욱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이를 적게 낳고 고령화 되는 현상(소자고령화, 少子高齡化)의 한 단면이다.

지난 14일자 <도쿄신문>은 조상들의 묘를 정리하고 자신의 집 근처로 이장한 회사원 사토 준이치(67)씨 부부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아이치현에 사는 사토씨 부부가 나고야에 있는 자택 부근으로 묘를 이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80대의 어머니가 더 이상 묘를 관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 옮기는 김에 묘를 영구히 관리해주는 집 근처 가까운 묘지를 선택한 것이다. 나중에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작용했다.

절이 관리하는 묘지로 이장한 사토씨 조상들의 묘는 잔디밭에 가로 15cm×세로 25cm의 납작한 사각형 돌을 나란히 줄지어 놓은 게 전부다. 사토씨는 "몸이 더 쇠약해지기 전에 빨리 정리하고 싶었다"라며 "가까운 곳에 사는 둘째형 부부에게도 새로 묘를 사느니 여기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한다.

일본 전역의 이같은 개장(改葬) 건수는 지난 2007년 7만3천여건에서 2017년 10만4천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여름 <마이니치신문>이 소개한 빌딩형 첨단 납골당은 장묘문화 간소화 추세를 더욱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쿄 아라카와구 마치야역 근처의 5층짜리 하얀건물 1층에 들어가면 바로 불단과 마주하게 돼있다. 카운터 직원에게 IC카드를 건네면 돌아가신 분의 이름이 새겨진 묘석이 세워지고 그 아래는 디지털영정이 비춰지며, 전기 향로도 함께 놓인다.

이어 2-4층의 보관소로부터 고인의 유골함이 자동으로 1층까지 모셔진다. 사진에서 보듯 보관소의 벽 양쪽에 설치된 높이 10m의 선반에 유골함들이 보관돼있고 그 사이에 깔려있는 레일로 운반된다. SF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고 주차빌딩같기도 하다. 안치 비용은 묘원의 1/3 정도. 수용 한계인 3500구가 이미 다 차서 작년 가을 인근에 1500구를 모실 수 있는 새로운 빌딩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납골당을 운영하는 절의 주지스님은 "고령화에 따라 나이를 먹은 자식들이 멀리 참배를 가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무엇보다 개인이 묘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인기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최후가 이렇게 취급된다는 게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일본 저리가라 할 만큼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은 아니다.

 
 일본의 주차타워식 납골당. SF영화를 연상케 한다.
 일본의 주차타워식 납골당. SF영화를 연상케 한다.
ⓒ 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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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필자가 살던 서울의 은평구 불광동과 진관동 일대는 산세가 수려한 북한산이 가깝다. 주말에 산을 타다 보면 나름 명당자리가 많아서 그런지 조선시대 고관, 내시, 상궁, 장군들의 묘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는 보기에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다. 무덤 양 옆으로 길이 나있거나, 석물들이 쓰러져있거나, 봉문이 없어져 비석이 없으면 누구 것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것도 많다. 심지어 봉분 위로 길이 나있거나 나무가 서있는 것도 봤다.

다들 살아서 방귀 깨나 뀌며 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일 텐데, 그 영화를 죽어서도 누리고 자손대대 이어가려 찾고찾아 명당자리에 묘를 썼을 텐데, 욕심이 지나쳐 결국 후세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자손들에게 욕만 먹이고 있다.

살 만큼 살고 간 사람들의 공간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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