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본 기자는 2010년부터 장애인차별 예방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장애인차별 예방모니터링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기자가 처음 모니터링 요원이 되었을 당시에는 시각장애인 모니터링 요원이 많지도 않았고 점자 자료를 요청하는 장애인은 아예 없었다. 그런 불편함 속에서 기자가 모니터링에 참여한 결과 인권위가 점자 자료 및 시각장애인 편의를 제공하게 됐다.

10년 동안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변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자가 예술의 전당을 모니터링 했을 때 공연장에서 공연 팸플릿이 점자 자료로 제공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아직도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 다만 변화했다고 할 수 있는 점은 공연 팸플릿에서 저작권에 침해되지 않는 일부 정보를 메일로 받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다사다난했던 10년의 모니터링 역사 속에서 빨리 변하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올해 진행했던 장애인차별 예방모니터링은 고속도로 휴게소와 운동경기장 관람 시설 등이었다. 첫 번째로 행담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방문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불편해소를 위해 휴게소를 이용할 때 전담 요원을 동행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와 관련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hi-쉼마루'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이를 이용하기는 불편하게 되어있다. 기자가 실제로 'hi-쉼마루' 앱을 실행했을 때 받아쓰기 입력 방식이 원활히 되지 않았고 휴게소에 전화할 수 있는 버튼이 작아 찾기 어려웠다.

실제로 인권위원회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앱 접근성 항목에서 모니터링 단원 57%가 충분한 정보 및 접근성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앱 접근성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서 4.1점에 불과했다. 모니터링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앱 접근성 관련 기능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휴게소 식당 메뉴를 고를 때 메뉴판이 점자로 되어있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또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ATM기에 점자가 일부 찍혀있기는 하지만 음성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출금하기는 어려웠다. 또 지체장애인 모니터링 요원이 모니터한 결과 푸드코트 계산대나 음료대가 높이 자리하고 있어 휠체어 사용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었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관람할 때 어떠한 이용의 어려움이 있는지를 모니터링했다. 그중 잠실야구장의 경우 직접 찾아가 경기를 관람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지하철에서 잠실야구장까지 찾아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표를 끊는 게 어려웠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 장애인 관람석 사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장이 6%에 불과했다. 41%는 현장 구매를 해야 한다고 답했고 53%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잠실야구장에도 이런 서비스의 존재 여부를 문의했으나 그런 제도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에게는 사실상 시각장애인은 야구장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야구경기가 벌어지는 상황을 시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 중계가 없어 타석에 등장한 타자와 투수, 포수의 이름도 모르고 타격한 공이 파울인지 안타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리와 함성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각장애인도 야구를 즐길 수 있으려면 야구장과 야구 구단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야구 중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같이 간 친구나 활동지원사, 지인 등이 옆에서 모든 장면을 중계해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 장애인차별 예방모니터링은 장애인 정책모니터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인권위는 지금까지의 모니터링 사업이 주로 편의시설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다양한 장애 유형을 포함하지 못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정책모니터링은 꼭 필요한 분야다. 거기에 더해 한 가지 제언을 하자면 장애인 지표를 개발할 때 장애인 당사자가 몸소 체감하는 부분들이 체크리스트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보다 현실성 있는 모니터링이 이뤄져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이 효과적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태그:#장애인, #차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