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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통일부·외교부·국방부·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청와대의 모습. (자료사진)
 청와대의 모습.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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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11월의 징크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최근 잇달아 일어난 '청와대 공직기강해이 사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고(10일),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23일). 이어 공직사회를 감찰해야 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비위 혐의를 받아 전원 교체되는(29일) 일까지 생겨났다.

공교롭게도 11월에는 2019년도 예산안과 직결된 국회 시정연설뿐만 아니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G20 정상회의 등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한 해외순방이 있었던 달이다. 그런 달에 심각한 공직기강해이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으니 이를 '불길한 징후'(징크스)로까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을 법도 하다.

특히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들의 비위 혐의로 인한 전원 교체는 초유의 일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패는 크고 작음이 없다, 부패와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깨끗해져야 한다"라는 반부패 메시지를 내놓은 터여서 청와대가 전원 교체라는 초강경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질문 하나] 청와대 특감반은 어떤 조직인가

청와대에서 '특별감찰활동'을 벌이는 조직은 세 곳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내부직원들을,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은 청와대 외부의 부처와 공사 직원들을,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은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한다. 모두 민정수석실 산하 조직들이다.

이번에 비위혐의를 받은 특별감찰반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에 있는 조직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규모나 활동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사정기관)에서 파견된 20명 안팎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감찰반장은 변호사 출신의 이인걸 선임행정관이었다. 이인걸 반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대검 중앙수사부(연구관), 법무부의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TF' 등에서 활동했고,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이번 비위혐의 건으로 교체돼 변호사로 돌아간다.

후임으로는 검사 출신인 송창진 변호사가 거론된다. 송 변호사는 대구지검 특수부, 대검 중앙수사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1부에서 근무했다. 한편 청와대는 현재 특별감찰반장을 포함해 특별감찰반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

[질문 둘] 특감반원들의 비위혐의는 무엇인가

처음에 알려진 비위혐의는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는 한 직원(행정요원)이 경찰에 지인의 수사진행 상황을 알아본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판견된 김아무개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뇌물사건을 청와대 감찰사안인 것처럼 속여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수사진행 상황을 알아봤다가 적발됐다. 건설업자인 그의 지인은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김 수사관을 감찰하면서 또다른 비위혐의를 포착했다는 것. 29일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제출한 건의안에는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혐의가 있는 특검반 파견직원"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김 수사관 외에 비리혐의자가 더 있다는 얘기다(관련 기사 : 청와대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 '비위 논란' 이후 조치).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혐의"의 내용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주중 근무시간에 단체골프(두 팀 8명)를 쳤고, 부적절한 향응(술자리 등)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은 "주중 근무시간 골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29일)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부적절한 향응 제공'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김 수사관의 지인이 마련한 술자리나 식사자리에 특별감찰반 직원들이 동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건도 김 수사관과 그의 지인이 평소 어울려 다니면서 다른 직원들에게 골프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적발됐다.

[질문 셋] 청와대는 어떤 조치를 내렸나

김 수사관의 비위혐의 사건은 '11월 초'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련 첩보가 입수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감찰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김 수사관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지인의 수사진행 상황을 캐물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수사관은 검찰로 원대복귀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다른 직원들의 추가 비위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인 28일 KBS에서 "김 수사관이 최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가 건설업자인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뇌물사건 수사상황을 캐물었다"라고 보도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경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쳐질 정도로 부적절하게 처신했다는 것이다.

조국 수석은 보도 다음날(29일)에서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최종 감찰결과를 보고받았다. 이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 전원 원대복귀 후 소속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징계 등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올렸다. 임 실장은 "즉각 절차를 밟으라"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특별감찰반 직원들의 비위 혐의를 소속기관에 문서로 정식 통보했다.

일부에서는 왜 청와대에서 '징계'하지 않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는 파견직원을 징계할 권한이 없고,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소속기관의 장, 소속 상급기관의 장에게 징계권이 있다"라며 "그래서 징계를 요구하기 위해서 그 직원을 검찰로 돌려보냈다"라고 해명했다(29일 발언, 관련 기사 :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이 검찰로 복귀한 이유).

청와대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수사권과 징계권이 없다는 이유로 비위혐의를 받던 직원들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받아 '제한된 조사'만 벌였다. 또 비위 혐의와 무관한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헤아린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조국 수석 "특별감찰반 전원을 교체한 이유는..."). 그러다 보니 비위혐의조차 확정짓지 못한 채 조사와 징계를 소속기관에 넘기기에 바빴다. 조국 수석도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30일).

김의겸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에서 이 문제를 감추거나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보도가 없었더라도 특별감찰단원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지는 의문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전방 시찰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전방 시찰 지적에 난감한 임종석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전방 시찰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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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넷] 임종석·조국 경질 요구로 확대될까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임 실장은 이 이메일에서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다"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라며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라고 주문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라는 말로 위기감을 고취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임종석 비서실장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

자신의 최측근인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사건으로 물러난 직후에 보낸 이메일이라 김 비서관 사건이 이메일을 보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임종석 이메일'의 배경에는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진행하고 있던 특별감찰반의 비위혐의 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김의겸 대변인은 "그래서 임 실장이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29일).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이미 50% 미만으로 떨어져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관련 기사 : 문 대통령 지지율, 취임후 처음으로 50% 아래).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이 올 12월 혹은 내년 1월에 단행할 수도 있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태그:#청와대 특별감찰반, #임종석, #조국,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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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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