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다승 투수(137승) 배영수가 프로 20번째 시즌을 보낼 팀을 찾았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우완 투수 배영수를 연봉 1억 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삼성에서 15년, 한화에서 4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137승120패3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4.46의 성적을 기록한 배영수는 프로에서의 20번째 시즌을 두산에서 보내게 됐다.

터지면 좋고 실패해도 덜 아쉬운 두산, 현역 최다승 투수 품다 

배영수는 2004년 정규리그 MVP와 2004,2013년 다승왕, 2005년 탈삼진왕, 그리고 7개의 우승반지가 말해주듯 삼성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에이스 투수였다. 어느덧 삼성을 떠난 지 4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배영수를 '푸른 피의 에이스'로 기억하는 야구팬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삼성 시절 배영수가 보여준 성과는 대단했다.

하지만 배영수가 2014년 8승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삼성 구단은 시즌 종료 후 FA협상에서 배영수보다 그 해 12승을 차지한 윤성환과의 계약에 치중했다. 삼성팬들은 지역 신문에 배영수의 잔류를 기원하는 광고까지 개재했지만 이미 삼성과 배영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배영수는 3년 21억5000만 원의 조건에 한화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배영수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배영수와 한화의 궁합은 썩 잘 맞지 않았다. 배영수는 한화에서 활약한 4년 동안 단 13승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2017 시즌에만 25경기에 등판해 7승을 기록했을 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2016년에는 아예 1군에서 등판조차 하지 못했다.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올 시즌에도 배영수는 6월 5일 LG 트윈스전(5이닝7실점 패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배영수 출격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한화 선발 배영수가 역투하고 있다.

한화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투수 배영수 ⓒ 연합뉴스


그럼에도 배영수는 시즌이 끝난 후 구단의 은퇴 권유를 뿌리치고 현역 연장의지를 밝하며 한화와 결별했다. 야구팬들은 올 시즌 5승5패4세이브4홀드5.42로 좋은 활약을 펼친 임창용도 새 팀을 구하지 못한 마당에 올해 더욱 부진했던 배영수 역시 새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11월이 끝나기 전에 두산에 둥지를 트면서 현역 생활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SK와이번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정규 시즌에서 93승을 올렸던 강 팀이다. 두산의 선발진에는 올해 3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 토종 10승 트리오 이용찬, 이영하, 유희관 그리고 FA신청을 포기하며 명예 회복을 벼르는 장원준까지 있다. 딱히 방출 선수 시장에서 39세가 되는 노장 투수를 영입해야 할 만큼 투수가 부족한 팀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 보면 배영수는 부활하면 아주 좋고 실패해도 크게 아쉽지 않은 '리스크가 크지 않은 복권'과도 같다. 1억 원의 저렴한(?) 몸값에 보상선수는 물론 보상금도 필요 없는 베테랑 FA를 데려 온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불혹을 눈 앞에 둔 배영수 역시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착실히 몸을 만들 수 있다. 배영수의 구위는 분명 많이 떨어졌지만 프로 19년 동안 쌓은 '경험'만큼은 두산의 그 어떤 투수보다도 풍부하다.

올 시즌 FA 시장은 유난히 투수 쪽에 대어급 선수가 부족한 가운데 소속팀에서 방출된 장원삼, 심수창(이상 LG), 윤지웅(NC 다이노스), 박근홍(롯데 자이언츠) 등이 새 직장을 구했다. 여기에 현역 최다 승 투수 배영수마저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리고 아직 시장에는 잠수함 임창용과 좌완 박정진 같은 현역 생활 연장을 꿈꾸는 베테랑 투수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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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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