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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발매되고 있는 만화 <슬램덩크> 신장 재편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슬램덩크>를 좋아한 사람들은 다시 <슬램덩크>를 읽으면서 주인공 강백호의 도전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농구공을 가지고 농구 골대가 있는 공원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만화 <슬램덩크>가 그리는 농구가 매력적인 이유는 '승리'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들의 땀 흘리는 모습이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그들은 몇 번의 실패를 하면서 도저히 넘지 못할 벽에서 '안 되나?'라며 좌절도 하지만, 기어코 눈앞의 벽을 넘고 마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늘 소개할 책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이라는 책은 바로 만화 <슬램덩크>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승리'를 말하는 책이다. 일본에서 스포츠 닥터로 일하며 선수의 정신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저자와 만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이라는 책은 책을 읽기 전 제목부터 뭔가 가슴에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만화 <슬램덩크>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인용해 스포츠 선수가 갖는 승리의 조건을 일반 독자를 상대로 설명하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한다.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라 살짝 실망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이라는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가 만화에서 동경한 강백호와 주인공들이 거쳐온 '노력'이라는 이름의 길이다. 책을 읽으면서 농구코트를 달리는 운동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노력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하빌리스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하빌리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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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첫 번째 장은 '승리로 이어지는 올바른 노력'이라는 제목이 달린, 노력에 대한 얘기다. 첫 번째 장에는 '강백호'라는 이름 석 자가 처음 채소연을 통해 채치수에게 전해지는 장면이 실려있다. 첫 번째 장을 읽으면서 대충 책이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첫 장 '승리로 이어지는 올바른 노력'에서 노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올바른 노력은 올바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시간을 들여 기술을 익히고, 나쁜 버릇을 교정했다 한들, 시합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간의 노력은 헛된 것이 된다.

올바른 사고방식이란 실력을 키우기 위한 마음의 준비이기도 하다. 강백호는 부족한 슛 결정력을 키우기 위해 슛 연습 2만 번이라는 듣기만 해도 아득해지는 과제를 받지만, 묵묵하게 해야 하라 일을 해낸다. 올바른 사고방식, 올바르게 노력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단기간에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 본문 12쪽


올바른 사고방식에서 출발하는 올바른 노력. 강백호는 지역 예선을 통과할 때만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리바운드, 레이업, 골밑슛, 덩크 네 가지가 전부였다. 전국 무대 데뷔를 위해서 강백호는 남은 기간 철저하게 점프슛 연습을 하는데, 그 연습은 무려 '2만 번'의 골을 넣는 아득한 목표가 있었다.

끈기가 없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을 강백호가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바로, 승리에 대한 집착과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올바른 노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카메라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며 분석했고, 조금씩 실수를 줄여나가며 성장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강백호는 전국 무대 데뷔에서 점프슛을 성공하며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었다. 강백호는 스스로 재능 있는 천재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노력이 만든 천재인 거다. 만화 <슬램덩크>의 많은 독자가 강백호에 열광한 이유는 그가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건 만화니까 가능하지, 우리가 노력한다고 항상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잖아?'라며 부정적인 사고를 하며 올바른 노력에 대한 가치를 부정할 수도 있다. 확실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짧은 기간에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강조하기에 당연히 그런 사고방식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과 결과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노력과 행동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그 형태는 원하지 않던 모습일 수도 있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결과가 나오면 갈 길이 멀게 느껴지고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이 승부의 분수령이다. 만족할 수 없는 결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발견하고,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다음 승부의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부에 졌을 때 낙담하고, 결과가 나쁠 때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다음 행동이나 사고가 억제되어. 본디 가지고 있는 힘조차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과를 직시하지 못하고 도망치게 된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고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 본문 202쪽


노력이 항상 우리에게 노력한 만큼 보답해주는 건 아니다. 때때로 노력은 너무나 잔인한 모습으로 우리가 절망이라는 이름을 마주하게 한다. 이 절망을 이겨내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 다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더 노력하는 일'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다.

우리는 강백호처럼 노력할 수 있을까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하빌리스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하빌리스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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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과 행동에 따르는 결과가 원하는 모습일 때보다 오히려 원하지 않던 모습일 때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진짜 노력'이라는 건 바로 이 결과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누어진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서도 무엇을 배우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포기한 사람과 전혀 다른 길을 걷기 마련이다.

처음 강백호는 몇 번이고 5파울을 범하며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번번이 퇴장을 당했다고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퇴장을 당하지 않을지 골똘히 실패를 통해 배우고자 했고, 요원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서 온 힘을 다해 실천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강백호는 빠르게 농구를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강백호의 성장은 일약 '리바운드왕'이라는 별명을 지니게 했고, 끈질긴 근성은 노력과 행동으로 이어져 마침내 전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했다. 너무나 만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거기에는 만화 같은 노력이 뒤따랐다.

과연 우리는 강백호처럼 노력할 수 있을까?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이라는 제목은 저자가 강백호를 꿈꿨던 독자에게 '승리하기 위한 간단명료한 방정식'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강백호가 보낸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은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절대 꾸준한 실천이 쉽지 않은 '승리'를 손에 질 수 있는 승리학을 말한다.

"그저 목표를 세우기만 해선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 철저하게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도달하기 위한 길,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을 의식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무턱대고 목표를 좇기만 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좋은 결과는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다가온다. 해야 하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면 결과는 도망쳐 버린다." - 본문 46쪽

간혹 주변 사람과 좋아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나는 아직 너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 좋아하는 걸 찾지 못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때마다 겸연쩍게 웃으면서 '너도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은 가슴 속에 따로 남아있었다.

바로, "내가 보기에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열심히 안 했던 건 아닐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열심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해. 해야 할 일에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일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법이거든"이라는 말이다.

이런 말을 곧바로 상대방 앞에서 말한다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어 쉽게 꺼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열심히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이유는 지금 해야 할 일에 열심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사람만이 오로지 과정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 사이에 그 일이 좋아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문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말은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의 거장 이나모리 가즈오도 그의 저서 <왜 일하는가>를 통해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절대로 일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은 유토피아를 찾는 것과 같다. 유토피아는 화려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일 뿐이다. 그래도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이루고 싶다면, 지금 자신 앞에 놓인 일을 먼저 사랑하라." - 본문 58쪽


강백호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에 채소연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농구를 한다고 말했고, 그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농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와장창 깨지면서도 계속해서 농구를 했다. 매일 같이 고된 기초 연습을 반복하고, 넘어서지 못할 것 같은 벽에 부딪혀 깨지면서도 한사코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에게 농구는 주어진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역시 난 천재!'라며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농구를 즐겼다. 덕분에 그는 진심으로 농구를 좋아할 수 있게 되었고, 산왕고교와 승부에서 나오는 명대사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좋아해요. 농구"라고 말할 정도로 농구를 사랑하게 됐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서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단순한 호기심 혹은 의무감으로 시작한 일이라서 즐겁지도 않고,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즐기며 일한다면, 그 끝에는 마냥 불평불만만 한 사람이 겪지 못한 영광을 겪을 수 있다. 마치 강백호처럼.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부득이하게 괴로운 마음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즐기면서 할 것인가. 이 차이는 결국 만족감, 충실도의 차이로 나타난다. 마음가짐이 큰 차이를 만드는 셈이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자. 나에게 베풀자. 이 마음가짐이 습관이 되면 일류 선수로 가는 지름길이 열린다." - 본문 217쪽


책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은 단순한 자기계발서 혹은 성공과 승리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마주한 끊임없는 노력, 실패, 그리고 성장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슬램덩크>의 명장면 중에서 강백호가 산왕고교의 시합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자신을 빼려고 하는 안 감독에게 "영강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며 물은 뒤, "전 지금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지금이 우리에게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이며 많은 걸 해낼 수 있는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 슬램덩크 승리학

츠지 슈이치 지음, 이노우에 타케히코 그림, 하빌리스(2018)


태그:#강백호처럼 영광의 순간을,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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