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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의 현실

이젠 사회적경제가 대세라고들 한다. 정부는 일자리와 관련해서 틈만 나면 사회적경제를 언급하고, 도시재생을 하더라도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한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뜻에 따라 각자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부서를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지역에 사회적경제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업하겠다는 사람들 역시 모이기만 하면 협동조합 이야기다. 정부에서 워낙 사회적경제를 강조하니 협동조합을 하면 엄청난 혜택이 있는 듯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로 공공구매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를 마냥 장밋빛 미래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록 여기저기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경제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사회적경제를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비록 예전처럼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대신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사회적경제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대부분 기업들의 매출이 공적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터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휘둘리기 십상이며, 아직까지 시장에서 일반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령 북핵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어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였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정부의 예산은 대개가 남북과 관련된 쪽에 쓰일 것이며, 경기는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과연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이야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복지의 차원에서라도 사회적경제 쪽에 예산이 가고 힘이 실리고 있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지금과 같은 지원은 힘들 것이며, 사람들의 관심 역시 줄어들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그 사회가 불황일 때 각광을 받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이다.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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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전략으로 남북 평화 시대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여름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을 살고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이다.

박 시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강북 주거환경을 개선해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를 강조했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마을 단위의 '생활상권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인데, 이는 사회적경제의 지역화와 관계가 깊다. 결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을 단위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이기 때문이다.

책 <마을에서 함께 읽는 지역관리기업 이야기>는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 사례를 들어 이런 사회적경제의 지역화를 살펴본다. '지역관리기업, 사회관계를 엮다'의 해설서이기도 한 이 책은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성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과 결합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지역관리기업의 전문성
 
지역관리기업에 관한 도서들 <지역관리기업, 사회관계를 엮다>와 <마을에서 함께 읽는 지역관리기업 이야기>
▲ 지역관리기업에 관한 도서들 <지역관리기업, 사회관계를 엮다>와 <마을에서 함께 읽는 지역관리기업 이야기>
ⓒ 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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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리기업의 발상은 아주 단순하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만든 기업이 지역의 청소 및 환경 미화, 건물들의 유지 관리, 녹지 관리, 크고 작은 공사 등을 도맡아 진행하면 지역의 일자리도 늘리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매우 쉽고 단순해 보이는 생각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갖는 부분은 바로 전문성이다. 주민들이 만든 기업이 과연 지역의 관리를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을까?
 
"여기 사는 우리는 일자리도 없는데 멀리서 사는 사람이 자가용 타고 와서 관리하는 꼴이 거슬린다. 우리들은 차를 타고 오지 않아도 되고, 전화박스를 관리하는 일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여기 사는 우리는 하면 안 되고 멀리 사는 사람이 와서 해야 하나?" (지역관리기업 지역 주민)- 109p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행정이 해야 할 일이 전문적인 일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앞서 인용한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의 일은 비전문적인 분야도 얼마든지 있고, 이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행정이 모든 분야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시키는 편의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지역의 일은 전문성 보다 중재와 공동체성 회복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결국 삶의 빈곤함이란 관계의 빈곤함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지역을 좀 더 잘 살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신뢰관계 회복이 우선이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아파트 층간 소음은 방음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간의 관계 회복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지역관리기기업은 바로 이와 같은 분야에 적합하다. 주민들 간의 관계와 공동체성을 회복시킴으로써 마을에 필요한 의제들을 발굴하고 보수하고 유지시킨다. 그 지역의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이다. 지역관리기업은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만 그 기업이 펼치는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리추구가 아닌 주민 참여에 있다. 그것이 지역관리기업이 추구하는 경제이다.
 
'지역의 욕구를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힘겨워하는지, 무엇이 걸림돌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사람들의 구체적 사연을 들어야 제대로 알 수 있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지역이란 그냥 물리적인 공간으로 퉁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기에 지역관리기업은 그들의 사연에서 시작한다.' - 18p

'지역관리기업은 경제에 대해 달리 사고한다. 경제가 사회와 떨어진 것이 아니고, 정치와도 무관한 것이 아니며, 시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장만 바라보며 활동하지 않고 더 주민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들의 생활세계에서 필요를 찾아내고 그 경험을 살려 제대로 된 활동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 115p
 
지역관리기업의 정체성

문제는 이와 같은 지역관리기업의 정체성이다. 사업 자체가 공공 분야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관리기업은 행정으로부터 많은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고, 행정의 일을 대신하는 용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역의 취약계층들을 고용한다는 면에서 그 위험성은 더 크다. 이는 곧 자활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자활센터나 복지관을 보자. 그들도 처음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점차적으로 공공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 제도화된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센터의 역할이 단순히 실업자의 복지를 위한 창업보육센터의 역할로 한정되어버린 것이다.
 
'자활지원 사업이 제도화 되면서 자활지원센터는 탈빈곤 정책의 도구가 되었고,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목적은 '탈수급', 즉 더 이상 공공부조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자활의 의미가 탈수급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렇듯 지역 내 풀뿌리 단체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운동으로 시작된 활동이 제도화를 거치면, 많은 경우 그 제도의 관리와 통제를 받으며 도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 89p
 
책에 소개된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은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자활지원의 기능만 부각되었지만, 스스로를 제3섹터로 규정하고, 지역공동체경제를 이야기했으며, 연대의 경제를 정체성의 근거로 삼았다.

행정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단순한 지원기관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전문성과 동시에 운동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으며, 주민을 적극적으로 조직했다. 결국 지역관리기업의 힘은 주민의 참여이기 때문이었다.
 
"개별 사회적기업이 정부와 상대하는 것은 쨉이 안 된다. 집단의 힘으로 가야 한다. 주민을 조직하면 정치적 힘을 가진다. 사회적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주민을 개입시킴으로써 힘을 키우는 방식을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한다."(부께나이씨 프랑스 지역관리기업 전국네트워크 사무총장) - 45p
 
저자는 그 결과 현재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이 한국의 자활센터와 다른 위상을 지닌다고 이야기 한다. 그들은 단순히 복지국가 재분배 시스템 논리를 따르는 기관이 아니라 연대의 경제 구축과 지역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결사체다.

지역관리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 주민과 지역 단체, 지자체, 사회주택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협동해서 운영해야 하며, 민간의 전국네트워크가 지역관리기업이라는 라벨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설립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 사례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지역이 답이다.

마을에서 함께 읽는 지역관리기업 이야기

김신양 지음, 착한책가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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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