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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감옥에 가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감옥이 열려있더군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세바시에 나가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과 우리 헌법 10조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덴마크 감옥에 가봤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감옥이 열려있더군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세바시에 나가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과 우리 헌법 10조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 세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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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연호입니다.

제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15분)에 나가 강연을 했습니다. 그 영상이 27일 공개됐습니다.

이 글은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작성된 사전 원고입니다. 실제 강연은 이 원고의 핵심 내용과 흐름에선 대체로 같지만 일부 약간 달리 진행된 대목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에게 강연 영상과 더불어 원고도 같이 공개합니다.

보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오늘, 여기, 나부터, 꿈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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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을 볼까요? 어떤 장면 같습니까?
 
 덴마크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건 무슨 장면일까?
 덴마크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건 무슨 장면일까?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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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고등학교 3학년들의 졸업식입니다. 덴마크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기반 아이들이 다 같이 한 트럭에 올라타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시내를 돕니다. 마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카퍼레이드 같습니다. 대학에 간 친구도 안 간 친구도, 성적이 좋은 친구도 안 좋은 친구도 모두 춤을 춥니다.

그러면서 어디를 향해 도는 것일까요? 자기 반 25명 모두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 집 엄마 아빠한테 보고합니다. 만약 철수 집에 갔으면 이렇게 보고합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철수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고등학교를 평가할 때 서울대를 몇 명 갔는가, 스카이를 몇 명 갔는가, 인서울을 몇 명 갔는가로 따져왔습니다. 그러나 그 나머지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얼마나 주눅 들어 있는지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덴마크는 다릅니다. 자기 반 아이들이 얼마나 골고루 생생한가를 중시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성적이 낮더라도, 공부를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충분히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겁니다. 고3들이 졸업하면서 자기반 모든 아이들이 춤출 수 있다는 거, 참 부럽지요.

덴마크는 왜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요? 덴마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유엔이 매년 어느 나라가 가장 행복한가를 조사하는데, 덴마크는 2012년, 2013년, 2015년 세계 1위였습니다. 1위가 아닐 때도 근소한 차이로 2위나 3위를 하는 등 그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같은 유엔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몇 위 정도 했을까요? 50위 전후였습니다.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찾기 위해 저는 지난 5년간 덴마크를 17번 다녀왔습니다. 덴마크는 우리와 참 달랐습니다. 그 핵심적 차이를 저 졸업식 사진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1등을 해야 하고, 내가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하고, 내가 큰 집을 가져야 하는데, 덴마크는 달랐습니다. 나의 행복뿐 아니라 옆 친구의 행복을 늘 신경쓰는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반에서 20등을 해도, 택시기사를 해도, 작은 집에 살아도, 동창회에 나가 꿀리지 않는 사회였습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러운 것을 우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가지고 있냐고요?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도 헌법 10조에 이렇게 박아두었는데, 왜 주눅 든 사람들이 많을까요? 우리도 이런 말 그동안 많이 해왔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그런데 왜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여전하고,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 선호가 여전할까요?

덴마크가 행복한 것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가지고 있는데,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것을, 그들은 실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덴마크가 행복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10조를 잘 지켰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행복의 비밀은 말만이 아닌 실천이었습니다.

헌법 10조가 제대로 지켜지려면,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나는 인생의 패배자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최소화되어야겠지요. 나는 인생의 패배자야, 이런 생각을 가질 법한 사람에게도, 나도 이 사회에 쓸모가 있는 존재야,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해야겠지요?

저는 덴마크가 그걸 어떻게 하는지를 보려고 덴마크의 감옥을 가봤습니다. 감옥까지 갈 정도면 인생의 패배자라고 불릴만한데, 그런 사람들까지도 어떻게 쓸모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덴마크에서 감옥을 방문했을 때, 우리를 안내한 한 죄수의 감방. 냉장고, 오디오, 프린터... 없는 게 없다.
 덴마크에서 감옥을 방문했을 때, 우리를 안내한 한 죄수의 감방. 냉장고, 오디오, 프린터... 없는 게 없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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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습니다. 감옥이 열려 있더군요. 물론 살인범, 강간범 같은 중범자들은 닫힌 감옥에 있지만 그 외는 열린 감옥에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 30명과 함께 감옥을 방문했더니 우리를 안내한 사람이 죄수였습니다. 마약 밀매범. 이 죄수가 우리를 한 시간 동안 감옥의 이곳저곳을 안내했습니다. 그러더니 그 다음 우리를 앉혀놓고 이러더군요. "지금부터는 제가 강연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죄수로부터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강연 제목은 '열린 감옥의 장점'.

이 열린 감옥에서는 죄수가 회사원이면, 낮 시간에 전에 다니던 회사에 출근을 한답니다. 거기서 원래처럼 일하고 밤 7시에 감방으로 돌아오면 된답니다. 죄수가 대학생이면, 원래 다니던 대학에 낮 시간 수업하고, 밤 7시가 되면 돌아오면 됩니다.

그런데 그 감방이 어떻게 생겼나? 강연을 하던 이 죄수가 우리에게 자기 방을 구경시켜줬는데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없는 것이 없지요? 냉장고, 오디오, 프린터…… 그런데 신기한 게 창문이 참 넓지요? 쇠창살도 없지요? 그것이 너무 신기해서 밖을 내다봤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나오더군요. 너무나 아름다운 어린이 놀이터.
 
 덴마크 감방 안 창문에서 본 밖 풍경이다. 정말 예쁜 놀이터였다. 이걸 왜 만들어놨을까?
 덴마크 감방 안 창문에서 본 밖 풍경이다. 정말 예쁜 놀이터였다. 이걸 왜 만들어놨을까?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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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왜 이렇게 예쁜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두었을까요? 갇혀 있는 아빠를 면회오는 아이가 있으면 여기서 아빠랑 함께 놀면서 면회하라는 겁니다. 아빠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는 거죠. 이게 무슨 사인인가요? 당신은 죄수지만, 한때 인생의 경영에 실패했지만, 영원한 실패자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인지 이 죄수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생기가 있었습니다. 헤어지는데 저한테 웃으며 당부하더군요. 다시 또 한국 사람들 데리고 오면 딴 감옥 가지 말고 여기 우리 감옥으로 오라고. 덴마크 감옥 홍보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나도 쓸모가 있다는 재미겠지요?

저는 이 생기 있는 죄수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때 한참 제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덴마크는 죄수도 이렇게 생생한데 왜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주눅 들어야 할까?

한 고등학생은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우리 학교 급식에 나오는 소고기는 다 1등급인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3등급 이하가 많을까."

참 슬픈 절규이지요? 그러면서 묻게 되었습니다. 승자 10퍼센트만 살릴 것인가, 헌법 10조를 살릴 것인가. 대한민국이 덴마크처럼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헌법 10조를 살려야 합니다. 승자 10퍼센트만 살리면, 90퍼센트가 주눅 들고, 그러면 사회 전체가 불안해져서 10퍼센트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승자 10퍼센트만 살리면 다들 그 10퍼센트에 들기 위해 경주마 신세가 됩니다. 경주마는 옆을 못 보게 막아두지요? 내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돌아볼 겨를 없이 그냥 달립니다.

얼마 전 한 서울대생이 제가 덴마크에 대해 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서울대 합격통보 다음날 아침, 나는 마치 그동안의 억눌린 감정이 터지듯 펑펑 울었다. 내 힘으로 멈출 수 없는 기차에 타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밖에서는 빛나는 서울대생이지만 한 번도 인생을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나의 마음은 기형적으로 성장해 있었다. 마치 수없이 짓이겨진 깡통처럼 우그러들고 위축돼 있는 느낌이었다."

10퍼센트만 승자가 되는 세상은 이렇게 10퍼센트 안에 들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인생을 만들어냅니다.

덴마크 행복사회와의 만남은 뜻하지 않게 저를 학교 설립자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전까지 주로 정치 변화에 관심이 있었고 교육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제가 학교를 설립하게 될 줄이야!

덴마크 행복사회가 행복한 교육, 행복한 교실에서 출발한다고 제가 책에서 강조했고 또 강연에서도 강조했더니, 학부모들이 덴마크의 교육이 여러모로 부럽지만 특히 에프터스콜레 시스템이 참 부럽다고 했습니다. 중3을 졸업하고 1년간 쉬었다 가는 인생설계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후 2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에 강화도에 꿈틀리인생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학교의 설립자이자 국어 선생님입니다. 정원 30명의 이 학교는 3가지의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이미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아이들의 가슴에 헌법 10조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중3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1년 동안 쉬었다 가는 선택을 한다는 것, 이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나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 학교의 정원이 30명밖에 안되지만 매해 3000명이 입학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생을 아는 친구, 선생님, 이웃이 모두 100명은 될 것 아닙니까? 그들에게 "아! 우리사회에서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이렇게 뭔가 다르게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걸 보여주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네요. 정리해보겠습니다.

행복하려면 사랑하라. 텐텐(10/10) 하면서 사랑하라. 헌법 10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다음 10가지를 실천해보자.

1. "다음 생에는"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

인생은 내내 성장기다.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10대도, 30대도, 70대도 성장기다.

2.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라.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90퍼센트가 엄마가 깨워야 일어난다. 엄마가 안 깨워도 스스로 일어나는 10퍼센트에 들어라. 그 자기 주도성이 있으면 서울대 안 가도, 인서울 안 해도 즐겁다. 자기 주도성이 있으면 모든 대학이 좋은 대학이다. 모든 직장이 좋은 직장이다.

3. 시험문제를 스스로 내라.

왜? 왜? 왜? 왜를 묻고 다녀라. 선생님이 밑줄 그으라고 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가슴에 꽂힌 그 무엇이다. 선생님이 매겨준 점수보다 내 가슴의 온도계를 재어보라. 내 인생의 최종평가는 선생님이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가 하는 것도 아니고, 동창회가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한다.

4. 경주마가 되지 말고 야생마가 되라.

옆을 보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가 되지 말고, 옆을 보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야생마가 되라. 그동안 "한눈팔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는가? 한눈을 팔아라. 그것이 당신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4차 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로 만들 것이다.

5. 같은 반 친구가 시험 못 봤다고 울면 속으로 기뻐하지 말라, 함께 슬퍼하라.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6. 친구가 수학 잘한다고 질투하지 말라, 그와 한 팀이 되라.

나의 장점과 친구의 장점을 합치면 더 큰 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나는 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 속에도 있다.

7. 엄마 아빠들이여,  동창회에 나가서 아들딸이 서울대 합격했다고 한턱내지 마라, 인서울 못해도 인생이 즐겁다고 하면 한턱 쏘라.

부모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이것이다. "그래, 인생은 즐겁구나."

8. 엄마 아빠들이여, 아이의 인생에 매달리지 말라.

아이들한테 의사 되라, 변호사 되라, 공무원 하라, 하지 말라. 그렇게 되고 싶으면 아이들 시키지 말고 본인이 하라. 카페에서, 페이스북에서 아이들 이야기는 30퍼센트만 하라. 내 인생 이야기를 하라. 나는 어떻게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사는지를 이야기하라. 

9. 아이든, 부모든, 다 내가 못난 탓이라고 자학하지 말자.

남과 비교하며 주눅 들지 말자. 덴마크처럼, 쉬었다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 가지의 괜찮아가 구현되는 사회에 당신이 산다면, 당신도 당당히 가슴 펴며 살 수 있다. 당신도 꽤 멋있는 사람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우리 안에 덴마크를 만들자. 

10.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우선 있는 그대로의 나, 부족한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옆 사람을 사랑하라. 그러면 나의 가슴에도, 친구의 가슴에도 헌법 10조를 심을 수 있다. 거기에서 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이 온다.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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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