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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나는 동네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지나갈 때마다 내쪽으로 가래침을 뱉었다. 어떤 사람은 "네가 아무리 아버지를 모시고 있어도 이 동네에선 인정 못 받아!"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저런 싸가지 없는 ×은 고발을 해버려야 해!"라고 했다. 그 밖에도 "저 ××가 동네에 똥칠을 하고 다니는구만!"이라거나 "저 ×××이 왜 저 ××을 한 대?"라고도 했다. 얼마 전엔 누군가 집 앞에 죽은 뱀을 던져 놓아서 싸움이 붙은 적도 있었다.

내가 동네에서 공공의 적이 된 사연은 이렇다.

 [민원1]  '소독' 불평등

 몇 년 전 의료원 소독담당자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아프신데 모기가 많아 걱정입니다. 소독기사에게 소독 좀 해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전 이장집, 현 이장집, 퇴직공무원 집은 부탁 안 해도 마당까지 들어가 소독을 해주는데." 
 
담당부서 소개 지자체는 민원을 장려한다
▲ 담당부서 소개 지자체는 민원을 장려한다
ⓒ 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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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정보보호에 관한 법 개인정보등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민원인정보보호에 관한 법 개인정보등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행정안전부 민원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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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을 하면 공평하게 소독을 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소독은 없었다. 엉뚱한 데서 전화가 왔다.

"그런 민원하지 마! 우리 동네만 손해야.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전화한 사람은 이장이었다. 이장집만 소독해준다는 불만 제기를 이장을 통해 하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이장과 관련된 민원을 바로 이장에게 일러바치는 건 무슨 짓인가?

의료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민원내용을 관련자에게 유출해도 됩니까?' 너무 당연하게도 "이장이니까 알아야 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민원인 정보유출 책임을 따지겠다며 한창 실랑이를 한 후에야 그는 마지못해 사과했다. 이후 소독기사는 적어도 우리 동네에선 집집마다 소독을 해주었다. 민원을 할 땐 무시하고 정보를 유출해 무마를 시도하더니 자기에게 불이익이 생길 것 같으니 즉시 해결을 해주었다.

 [민원2]  정보공개
 
정보공개제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 정보공개제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 한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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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중증치매라 혼자 둘 수 없다. 그러니 동네에 일이 있어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동네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동네일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마을회관에 5년간 지원된 각종 지원금과 전기요금 등의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읍사무소 담당자는 짜증을 내며 해마다 똑같으니 1년치만 받아보라고 했고, 나는 똑같은지는 직접 보고 판단할 테니 요청한 대로 달라고 했다. 내 태도가 거슬렸던 걸까?

바로 다음날 아침, 내가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을 동네 사람을 통해 들었다. 내가 부식비나 전기요금이 얼마나 지원되는지 알아봤느냐고 물으며 그 때문에 이장이 술을 마시며 나쁜 새끼, 동네에 똥칠을 하고 다닌다 등의 욕을 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장은 소독민원 문제로 내게 전화했다가 담당자가 난감한 처지에 처하자 이번엔 내게 직접 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민원내용이 즉시 새나간 건 똑같았다. 이번 건은 돈 문제라서 그랬는지 반응이 컸다. 회관(겸 경로당)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험악해졌다.

민원인 정보를 왜 유출했느냐고 따지자 담당 공무원은 "동네에 어려움이 있나 해서 도와주려 했다"라며 오히려 반말을 늘어놓으며 항의하는 나를 탓했다.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요청한 자료는 제대로 안 주겠다던 사람이 요청하지도 않은 마음의 소리까지 알아듣고 처리해준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퍽치기를 하다 붙잡히면 부축해주려 했다고 핑계 대듯, 들키고 나니 선의였다고 한다.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민원 하나를 인터넷신문고에 올렸다.

[민원3] 기부금 강요 
 
적십자회비 모금 인구, 세대, 지역별로 목표모금액을 설정함으로써 실제로 무리한 모금을 하게 되어 기부금 강요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 적십자회비 모금 인구, 세대, 지역별로 목표모금액을 설정함으로써 실제로 무리한 모금을 하게 되어 기부금 강요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 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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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사무소에선 해마다 적십자회비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동네별로 할당하고, 동네에선 그 할당액에 맞추어 회비를 걷는다. 정작 기부금을 받아야 할 '불우이웃'들은 군에서 지원되는 공동급식이나 지원금 혜택도 못 받는 경우도 많은데, 기부금을 낼 때는 꼭 내게 된다. 그래서 '불우한 이웃'이 불우이웃성금만 내는 일도 생긴다.

인터넷신문고에 다음과 같이 민원을 올렸다. 

"공무원들은 민간업체가 할 일을 대리해 기부금을 강요하지 마시고, 그 시간에 세금을 집행하는 사회복지업무 등 공무원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주세요."

혹시나 또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비공유'를 선택했다. 
 
인터넷신문고화면 민원신청을 할 때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서 비공유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바로 유출되었다.
▲ 인터넷신문고화면 민원신청을 할 때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서 비공유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바로 유출되었다.
ⓒ 한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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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유로 해도 민원인 정보는 다 유출된다

다음날 아침 바로 마을 총무가 찾아왔다. 전날 저녁 인터넷신문고에 '비공유'로 제기한 민원내용이 총무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욕을 먹은 지 며칠만에 이런 일이 생기자 동네 사람들과 나의 갈등은 최악이 되어버렸다. '비공유'의 뜻을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가?

상습적인 민원인 정보유출

소독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을 때, 자료공개를 요청했을 때, 인터넷신문고에 민원을 올렸을 때 하나 같이 관련자인 이장에게 정보가 유출되었다. 이런 일이 한번만 생겨도 놀라운데, 매번 이런 일이 생기니 내가 외계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이 이상한 나라엔 공무원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민원인을 위한 보복 매뉴얼이라도 있는 건가? 모든 공무원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내 민원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모두 정보를 유출해 내 뒤통수를 쳤다.
 
인터넷신문고 인증사진 인터넷신문고에 글을 올리기 위해선 인증을 해야 한다. 아무나 볼 수 없게 하자는 것인데 결국은 아무나 인증된 개인정보를 보게 된다
▲ 인터넷신문고 인증사진 인터넷신문고에 글을 올리기 위해선 인증을 해야 한다. 아무나 볼 수 없게 하자는 것인데 결국은 아무나 인증된 개인정보를 보게 된다
ⓒ 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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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를 쓸 때 인증을 하는 이유는 민원인의 정보를 지키려는 것인가? 아니면 민원인의 정확한 정보를 유출하기 위해서인가?

반복된 정보유출로 동네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갈등하고, 죽은 뱀이 집 앞에 던져지고, 이런 과정에서 나는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싸움을 피하려고 동네사람을 피해다니는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행정안전부민원편람 민원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매뉴얼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 행정안전부민원편람 민원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매뉴얼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 한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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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민원정보를 유출한 공무원들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길 바란다. 상사의 갑질에 괴로워하다 상부기관에 진정을 했는데 그 내용이 상사에게 고스란히 흘러들어갔다면? 그로 인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다면? 그런 일로 출근도 하기 싫고, 그 좋다는 공무원도 때려치우고 싶어진대도 괜찮은가?

그 때도 그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위해 똑같은 변명을 해주겠는가? 나는 공무원들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또 나 같은 민원인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자에겐 민형사소송 등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해 최대한의 책임을 지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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