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Strip'을 통해 걸그룹에 대한 편견과 젠더 권력에 맞선 영국 걸그룹 리틀 믹스.

신곡 'Strip'을 통해 걸그룹에 대한 편견과 젠더 권력에 맞선 영국 걸그룹 리틀 믹스. ⓒ 'Strip' 뮤직비디오 캡처.


"못생기고(Ugly) 흔한(Common), 
약하고(Weak), 멍청하며(Stupid), 싸 보이는(Slutty)."


걸그룹 리틀 믹스(Little Mix)가 신곡 'Strip' 뮤직비디오에서 몸에 새긴 문구다. 2011년 유명 오디션 '엑스 팩터(X-Factor)' 출신으로, 전 세계 4500만 장 앨범 판매고와 네 곡의 UK 차트 1위 곡을 보유한 글로벌 히트 그룹인 이들은 '당당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trip'은 두꺼운 메이크업과 불편한 의상, 거추장스러운 젠더 편견에 맞선다. 음악의 역량 대신 외모로만 평가받는 아이돌 그룹의 현실을 '보디 페인팅'으로 새기고, 여성에 엄격한 고정관념을 다양한 인종과 개성의 여성들, 노메이크업의 강렬한 흑백 화면으로 격파한다. 힘 있는 멤버들의 보컬과 힙합 리듬은 곡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Strip'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10일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스파이스 걸스, 걸스 얼라우드로 이어진 영국 걸그룹의 계보를 잇는 리틀 믹스는 선배들의 주눅 들지 않는 걸 파워(Girl Power)를 더욱 당당하게 표출해왔다. 이미 스파이스 걸스의 대표곡 'Wannabe'는 지난 2016년 UN의 불평등과 가난 근절 프로그램 '글로벌 골스(Global Goals)'를 통해 멋진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세계 다양한 여성들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새 뮤직비디오는 노랫말 속 '내가 정말 정말 원하는 건(What I Really Really Want)' 구절로 조혼 금지, 폭력 근절, 동등한 교육 수준 제공과 남녀 임금차 철폐를 자유분방하고도 명료하게 주장했다.
 
 영국 걸그룹 리틀 믹스의 네번째 정규 앨범 <Glory Days> 앨범 커버. 21세기 영국 여성 아티스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다.

영국 걸그룹 리틀 믹스의 네번째 정규 앨범 앨범 커버. 21세기 영국 여성 아티스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다. ⓒ 소니뮤직 코리아


이렇듯 1990년대 걸-파워로부터 지대한 영감을 받은 리틀 믹스 역시 초창기부터 꾸준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데뷔 싱글 'Wings'부터 과감한 사랑의 비법을 공개한 'Black magic'부터 특징이 도드라졌고, 21세기 영국에서 가장 많은 여성 아티스트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2017년 앨범 < Glory Days >는 그 문법이 본격화된 작품이었다. 

'넌 남자지만, 파워는 내가 가졌지. 내가 힘을 가졌어'라 노래하며 젠더 권력의 전복을 꿈꾼 'Power'는 영국의 인기 래퍼 스톰지(Stormzy)의 찬사를 덧붙여 여성의 위상을 드높였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에게 당당히 이별을 고한 'Shout out to my ex'는 발매 하루 만에 영국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며 리틀 믹스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1월 16일 국내 발매된 리틀 믹스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LM5 > 커버.

지난해 11월 16일 국내 발매된 리틀 믹스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LM5 > 커버. ⓒ 소니뮤직 코리아


리틀 믹스는 11월 16일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LM5 >를 발매하며 21세기 더욱 과감하고 강렬해진 걸-파워를 내뿜고 있다. 영국 인기 가수 에드 시런과 제스 글린이 작곡한 첫 싱글 'Woman like me'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성에게 "나 같은 여자를 사랑할 수 있겠어?"라고 직설을 날린다. 전통적 젠더 관념을 콜라주 기법으로 풍자한 리릭-비디오(가사 뮤직비디오)는 이 곡과 앨범의 방향을 미리 정의해 보인다.

선 공개곡 'Joan of Arc'에선 그 자긍심이 클레오파트라, 잔다르크, 하트 여왕으로 뻗어나간다. "너 페미니스트야?"라는 질문에 "그럼 당연하지!(Hell Yeah!)"라 답하고, "남자는 필요 없어. 내 돈은 내가 챙겨"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또 하나의 결정적 곡은 딜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Woman's world'다. "딸아, 예쁜 게 전부가 아니라, 모든 남자들보다 훨씬 열심히 일해야만 살아갈 수 있단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출발하는 이 곡은 성별 임금 격차와 '유리천장'의 한계를 설파하며 용기 있는 고백과 적극적인 의견 피력, 미투 운동의 지지를 촉구한다. 

"네가 무엇을 입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면, 
그 들은 것들에 대해 소리치지 못했다면, 
넌 여성의 세상에 살지 않는 거야." 
- 'Woman's world' 중에서.

 
 리틀 믹스의 'Strip'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리틀 믹스의 'Strip'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 'Strip' 뮤직비디오 캡처.


인기 영상 플랫폼 바이스(Vice)와의 인터뷰에서 리틀 믹스 멤버들은 < LM5 >를 '언제나 만들고 싶었던 앨범'으로 정의했다. 영국 매체 <핫프레스(Hotpress)>는 앨범을 두고 '여성에게 힘을 주는, 여성의 권리를 드높이는 앨범'이라 평가했다. 영국을 넘어 세계를 누비는 리틀 믹스의 '여풍당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67)에도 실렸습니다.
리틀 믹스 걸그룹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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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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