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성난황소>, <완벽한 타인>, <출국>

<보헤미안 랩소디>, <성난황소>, <완벽한 타인>, <출국> ⓒ 이십세기폭스, 쇼박스, 롯데, 디씨드

  
영화에서 힘이 보인다는 건 비슷한데 결과는 크게 다르다. 비슷한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흥행은 극과 극이다. 왜 그럴까?
 
최근 박스오피스에는 이런 차이를 보이는 영화들이 대비되고 있다. 뚝배기처럼 서서히 불을 지피며 뜨거워지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냄비처럼 금방 끓다가 식거나 아예 온기가 올라오기도 전에 식는 영화들도 보인다.
 
관객에게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영화의 만듦새나 누가 추천하느냐,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 등도 흥행에 미치는 역할이 크다. 박스오피스 상위에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성난황소>, <완벽한 타인> 그리고 흥행이 종료된 것과 다름없는 <출국>은 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힘을 받은 역주행과 힘이 넘치는 식상함
 
개봉 첫 주말 42만. 2주차 주말 63만. 3주차 주말 64만. 그리고 4주차 주말 77만.
 
<보헤미안 랩소디>의 지난 4주간 관객 흐름이다. 박스오피스에서 수치로 확인되는 기적의 역주행은 영화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첫 주를 정점으로 서서히 하락하는 기존 흥행 공식과는 다르게 4주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좋은 영화를 찾아가는 관객의 힘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성난황소>

<보헤미안 랩소디>와 <성난황소>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쇼박스

 
25일까지 464만 관객을 기록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주중 500만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맘마미아>의 457만 관객을 넘어섰고, <레미제라블>의 592만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추월 가능성이 높다.
 
음향 시설이 좋은 극장을 찾아 다시 보는 반복 관람과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특화된 상영은 영화의 여운을 잊지 못하는 관객들을 다시금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음향이 좋기로 소문난 파주 명필름 아트센터에서도 상영이 시작되면서 'N차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극장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퀸의 라이브를 세세하게 재현한 음악과 영화의 힘이 앙상블을 이루며 박스오피스에서 특별한 흥행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5주차에 접어들며 개봉 한 달을 맞이하는 가운데도 그 힘은 쉽게 약해지지 않을 분위기다.
 
영화에 나오는 힘은 <성난황소>도 만만치 않다. 순한 양처럼 있다가 위기가 닥치는 순간 거침없이 돌진하는 마동석의 액션에는 힘이 넘친다. 여러 명의 악당이 달려들다가 주먹 한방에 떨어지는 순간, 쾌감을 느끼게도 된다.
 
하지만 액션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성난황소>는 개봉 첫주 100만 돌파에 실패했다. 첫 주 4일 간의 시간 동안 100만을 넘기지 못한 것은 영화의 힘이 약함을 보여 준다. 개봉 첫날 반짝 1위를 차지했으나 다음날부터 2위로 하락하고, 개봉 4주차를 맞는 영화도 밀렸다. 
 
<성난황소>는 액션이 볼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배우 마동석의 캐릭터가 너무 정형화되고 고착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틀 안에 갇힌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범죄도시>의 흥행이 작용한 것이지만 이미 비슷한 캐릭터로 나온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 상태에서 신선함보다는 식상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 평론가는 "마동석 배우가 소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난황소>는 예매율이 한 자리수로 하락하면서 뒷심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100만 돌파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흐름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힘'과 흥행의 힘은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58억에 500만 관객, 65억에 7만 관객의 차이
 
 <완벽한 타인>, <출국> 포스터

<완벽한 타인>, <출국> 포스터 ⓒ 롯데컬처웍스, 디에스이이디

 
총제작비 58억과 65억.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비슷하지만 흥행 결과는 극과 극이다. 58억이 들어간 <완벽한 타인>은 490만 관객에 다다르며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총제작비 65억이 들어간 <출국>은 누적관객 7만 1천으로 사실상 종영 수순에 들어갔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내용과 적당한 웃음 코드를 장착한 <완벽한 타인>은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이 흥행 동력이었다. 영화를 호평한 관객들은 포털에 남긴 관람평을 통해 "구성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며 "나에게 세 명의 사람이 있단 말이 특히 공감된다. 영화가 끝나고 우와! 라는 말이 나왔고 영화 잘 고른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완벽한 타인>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60억) 정도로 만들었지만 대작상업영화 못지않은 흥행을 기록하면서 가성비 높은 영화로 꼽히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권에서 모태펀드 지원만으로 순제작비 이상을 확보해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부른 <출국>은 수익률이 -95% 정도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손익분기점이 180~200만 정도로 추산되는 <출국>은 10만 관객에도 미달할 상황이다. 이른바 망작으로 평가되는 <리얼>도 47만 관객(손익분기점 300만 정도)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출국>은 거의 몰락한 셈이다.
 
포털의 평점에서 <출국>은 9점대 이상으로 <완벽한 타인>의 7~8점대보다 높았다. 하지만 관람평은 "빨갱이가 어떤 것들인지, 공산당 안에 사리사욕에 눈먼 것들..인간은 다 똑같다"거나 영화를 보고 눈물 흘렸는데 앞으로 좌빨 빨갱이들이 더욱더 혐오스러울 거 같습니다" 등으로 혐오적인 내용이 많았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관람을 독려했고 강효상, 정갑윤, 정종섭 의원 등이 관람에 나서며 영화를 응원했으나, 흥행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단체관람을 주선하며 "진보를 대변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보수색체를 가진 영화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보수적 성향의 영화 인사와 그런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 문화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와 문화를 진영 논리로 이해하려는 이들의 인식이야 말로 블랙리스트 정권에 기여했던 이들의 한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논란의 <출국>이 관객에게 외면받은 근본적 이유기도 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성난황소 완벽한 타인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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