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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홍성의료원에서는 장례식장 쓰레기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홍성의료원에서는 장례식장 쓰레기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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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과일 몇 개만 사도 플라스틱이 딸려 오는 세상이다. 물론 인간의 마지막 통과의례인 장례도 예외는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들이 가장 먼저 권유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회용품 사용이다. 장례식장에서는 밥그릇과 국그릇은 물론 심지어 수저까지도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편의성을 선택한 결과다. 장례식의 끝은 결국 대량의 쓰레기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와 관련해 조성미 참교육학부모회홍성지회장은 "인간은 죽으면서 까지 후손들에게 쓰레기 폭탄을 안겨주고 떠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23일 충남 홍성의료원 대회실에서는 '쓰나미'(쓰레기는 나를 미치게 해) 주관으로 공공의료원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쓰나미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로컬스토리, 창작집단 끌 등 홍성지역 청년 활동가들이 만든 조직이다. 이날 토론은 공공의료원 장례식장에서라도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 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한국갤럽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장례 문화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사이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1994년도까지도 70% 이상은 장례식을 가정(집)에서 치렀다. 하지만 아파트 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5년도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이 6.9%로 떨어졌다. 장례문화가 '집'에서 전문장례식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일회용품 제한, 주민 의견 수렴해 조례 제정해야" 

문제는 장례식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보편화되고 설거지 문화가 사라지면서 일회용 쓰레기가 다량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박승옥 공주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공공병원의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만으로도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는 "충남도가 중앙정부에 앞서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소 중심이다.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의 고용안전을 꾀하기 위해 해당 노동자들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전환 배치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장례식장의 설거지 문화를 부활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책과 제도를 바꾸기 전에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공공의료원에서 일회용품을 없애는 일은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관련 조례를 제정 혹은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담당공무원들도 무리 없이 관련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주체, 즉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현장은 여전히 시장경제 논리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원에서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결국 경쟁력이 떨어져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성의료원 장례식장 황장하 장례지도사는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일회용품을 제한해야 하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장례식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금지)하지 않는 이상 개별 의료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장 사용이 불편할 경우 주민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인력을 떠 써야 하고 유가족이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고객이 타 장례식장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일회용품 사용, 이명박 정권이 뿌린 씨앗

장례식장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불편한 것보다는 편의성을 선호하는 고객의 기호에 맞추고, 생존 경쟁을 펼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레이크 장치 없이 무한 경쟁을 지속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슬픈 자화상이다.

물론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 쓰레기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 유독 플라스틱 사용에 관대했다.

박승옥 공주 한겨례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떠나 사실관계는 바로 알 필요가 있다"라면서 "노무현 정부 말기 일회용품에 대한 사용 제한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관련 규제를 풀었다, 그 결과 일회용품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다. 물론 그 결과 경제가 일시적으로 활성화 됐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미래세대는 막대한 환경비용을 떠안게 됐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태그:#장례식장 쓰레기 , #쓰나미 , #신은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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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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