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첫 방송된 SBS의 새 오디션 예능 < 더 팬 >

24일 첫 방송된 SBS의 새 오디션 예능 < 더 팬 > ⓒ SBS

 
24일 방송을 시작한 SBS <더 팬>은 연예인 심사위원이 아닌, 대중들이 참가자를 평가해서 우승자를 결정하는 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당초 프로그램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 <더 팬>에 대한 기대감은 솔직히 높지 않았다.

유명 스타가 자신이 먼저 알아본 예비스타를 국민들에게 추천한다는 방식이 다소 특이했지만 각종 보도자료 및 제작발표회 내용만으론 지난해 막을 내린 < K팝스타 >와 비교해서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회가 방영된 직후 인터넷 및 각종 SNS상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당 부분은 <더 팬> 및 참가자들의 이름으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한발 앞서 방영된 동시간대 오디션 MBC <언더나인틴>과는 사못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실력파 참가자들의 대거 등장... 화제몰이 성공
 
 SBS < 더 팬 > 첫 회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경연자는 타이거JK+윤미래 부부가 추천한 비비(김형서)였다.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SBS < 더 팬 > 첫 회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경연자는 타이거JK+윤미래 부부가 추천한 비비(김형서)였다.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 SBS

 
기존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를 비롯해서 워낙 많은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범람한 요즘 SBS <더 팬>의 신설은 다소 무모해 보였다. 첫 회가 의외의 화제를 몰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파 참가자들의 등장 덕분이다.

첫 번째 경연자로 등장한 박용주는 지난 2015년에 진행된 MBC 뮤직 한중 합작 오디션 <슈퍼아이돌>의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보컬 유망주였다. 하지만 중국인 멤버들과 달리 정식 데뷔가 좌절되었고 <더 팬>으로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제가 음악은 잘 모르지만 매력이 있고, 실력도 있다. 많은 분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추천한 <슈퍼아이돌> 특별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한채영의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더 팬> 첫 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마지막 경연자로 나선 비비(김형서)였다.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가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에 등록된 음악 하나만 듣고 수소문해서 찾아낸 그녀는 독특한 음색과 자유분방한 매력을 선사하며 유희열, 보아, 김이나 등 연예인 팬 마스터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 결과 방청객 300명 중 무려 285명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같은 시간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화제를 일으켰다.

15명 소수 인원에 집중 + 유명 스타들의 추천... 나름의 차별성 마련
 
 배우 한채영의 추천으로 SBS< 더 팬 >에 출연한 박용주.  과거 그는 지난 2015년 한중 합작 오디션 < 슈퍼아이돌 >(사진 아래)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데뷔가 좌절된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배우 한채영의 추천으로 SBS< 더 팬 >에 출연한 박용주. 과거 그는 지난 2015년 한중 합작 오디션 < 슈퍼아이돌 >(사진 아래)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데뷔가 좌절된 아픔을 겪기도 했다. ⓒ SBS, MBC뮤직

  
<더 팬>이 기존 오디션과 방식을 다르게 가져간 부분 중 하나는 참가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는 점이다. 해외 예심까지 치를 만큼 수천 명 이상 도전하던 < K팝스타 >, 엠넷 <슈퍼스타K> 등에 비하면 15명으로 소수정예화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기량을 지닌 덕분에 완성도 높은 경연을 방송 초반부터 만들어냈다.  

유명 스타 연예인들이 추천하는 유망주들이라는 점 역시 참가자들에겐 일종의 "보증서"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첫 회 경연자 대부분 양질의 노래 및 무대로 추천의 당위성을 보여줬다. 또한 초반 1~3회분이 방영되는 동안 15명 참가자들 모두가 고른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도 균형감 및 경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더 팬>만의 장점이 될 만하다.

이날 "아이돌계의 유시민"(?) 배우 겸 방송인 박소현은 2년 전 본 유튜브 직캠 하나만 믿고 "리틀 BTS 지민" 임지민군을 추천했다. 이번 방송으로 처음 만났을 만큼 두 사람은 이렇다 할 인연조차 없었지만 그는 예사롭지 않은 춤솜씨로 그녀의 추천에 부응했다. 역시 3년 전 한 방송을 통한 찰나의 만남만으로 박용주를 추천한 한채영의 사례처럼 진정성이 담긴 유명 스타들의 팬심은 <더 팬> 첫 회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또한 아이돌 지망생들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폭넓은 연령층의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팬>만의 차별성이 될 만하다.

현장 투표 방식 논란... 보완책도 필요해
 
 지난 24일 방영된 SBS < 더 팬 >. 배우 겸 방송인 박소현이 2년전 본 직캠 하나만으로 추천한 "리틀 BTS 지민" 임지민은 이날 놀라운 퍼포먼스로 방청객들을 사로 잡았다.

지난 24일 방영된 SBS < 더 팬 >. 배우 겸 방송인 박소현이 2년전 본 직캠 하나만으로 추천한 "리틀 BTS 지민" 임지민은 이날 놀라운 퍼포먼스로 방청객들을 사로 잡았다. ⓒ SBS

 
하지만 <더 팬> 첫 회에선 진행 방식 등 몇 가지 물음표도 등장했다. <복면가왕> 같은 각종 음악 예능에선 일단 무대를 마친 후 투표가 이뤄지는 데 반해 <더 팬>의 참가자가 무대를 펼치고 난 후 "팬마스터" 4인방의 평가 및 지지 여부가 발표된 다음에야 방청객 300인의 투표가 진행된다.

물론 200표 이상 받지 못하더라도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한 부활의 기회가 남아 있다지만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방청객들의 투표는 결과적으로 유희열, 보아 등 팬 마스터의 칭찬 혹은 질책의 말 한마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락을 결정하는 심사위원 역할이 아니라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임무를 지닌 것처럼 비치기 마련이다.

시청자들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팬 마스터 제도를 도입한 제작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칫 4명의 취향이 300명 투표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은 다소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우승자를 가린다곤 하지만 <더 팬>의 최종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시청자로선 의문이 들었다. <프로듀스> 시리즈처럼 그룹 멤버로 데뷔한다거나 < K팝스타 >처럼 특정 기획사 소속이 된다거나, 우승자 음반을 제작한다든지 같은 향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제시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첫 회 참가자 대부분 기획사 소속인 데다 추천 연예인 또한 타이거JK, 쌈디처럼 해당 업체의 수장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인 경우도 있어 일부에선 "결국 활동 혹은 데뷔를 앞둔 연습생 홍보 무대에 불과하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밖에 1시간 30분 이상 되는 방영시간 동안 4명의 참가자만 소개되다 보니 다소 늘어지는 분위기로 방송이 진행되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팬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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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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