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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 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 기획을 연재한다. [기자 말]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시설인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시설인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 한국남동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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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태양광 패널은 반도체의 한 종류인 다이오드(역전류 방지기능 전자판)로 구성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또 풍력은 블레이드(날개)·감속기·발전기·타워 등 주요 부품이 조선·해양 기자재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태양광과 풍력을 각각 제2의 반도체산업, 제2의 조선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풍력과 조선·해양 기술의 관련성이 크다고 말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황태규(45) 에너지환경센터장은 지난 1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풍력발전과 선박에 쓰이는 발전기,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같은 소재, 각종 기어류 등은 크기만 다를 뿐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 풍력산업이 세계적 추세에 밀리지만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조선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선급 이상래(41) 책임연구원도 같은 날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에 쓰이는 바지(Barge)나 스파(Spar), 리그(Rig), 터빈의 샤프트(Shaft) 등은 기존 조선업에서 쓰이는 기술과 100% 동일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2019년까지 해상풍력발전기 개발과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약 9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의 2010년 보도자료를 보면 2019년까지 서남해안에 2500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이 덴마크, 영국, 네덜란드인데 우리가 2020년에는 이 중 하나를 제치겠다는 야심만만한 구상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북 부안군과 전남 영광군 해상에 100MW 규모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실증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900MW급 시범단지를 추가하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500MW(5MW급 300기)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해서 총 규모 2500MW 규모의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2018년 현재 상업용은 탐라풍력단지 하나

하지만 이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9년 말 총 2500MW의 해상풍력단지가 완공되는 대신 전북 부안의 위도 실증단지에 3MW 풍력발전기 20기가 겨우 추가될 전망이다. 당초 부안, 고창, 영광 앞바다에 3~7MW급 풍력발전기 500기를 세우려던 계획은 찬반 논란 등에 휘말려 지연됐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국내 풍력발전기 설치현황' 2018년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해상풍력발전은 총 4개 단지에 13기의 풍력터빈이 설치된 게 고작이다.

이 중 제주도 월정리 해상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두산중공업이 각각 2MW와 3MW 1기씩을 2011년에 연구용으로 설치한 것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이 전북 군산 앞바다에 설치한 3MW급 1기도 연구용이다. 상업용으로는 두산중공업이 건설을 맡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3MW급 발전기 10기를 지난해 11월부터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다.
 
ⓒ 한국남동발전

대규모로 추진되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이 지연된 것은 지역주민들과의 어업권 피해보상 등 민원 문제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발전기 설치 인허가 갈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사업추진이 늦어지면서 당초 관심을 가졌던 기업들이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 3월 산자부 산하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재개됐다.

우선 1단계로 지난해 5월 60MW 실증단지를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전남 영광군 안마도 사이에 약 5000억 원을 들여 건설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2단계 시범단지(400MW)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단계 확산단지(2000MW)는 2021년 이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 주체는 한국전력 및 발전 6개사가 출자해 2012년 설립한 한국해상풍력이다.

삼면에서 부는 바닷바람, 정책 의지가 자원화 관건 

제주에너지공사 에너지효율처 김동주(36) 박사는 해상풍력이 육상풍력보다 장점이 많지만 현재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장점은 우선 땅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 이해관계자가 없고, 입지 면적의 한계에 부닥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해상은 육지보다 바람이 훨씬 강하고 풍부하기 때문에 발전 조건이 유리하다.

다만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에 발전기를 세우고 돌리는 것이 쉽지 않고, 아직은 해상풍력이 육상풍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며, 바다 생물 보호 문제도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계획입지 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해상풍력 육성을 위해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국내 지역들. 대부분 서·남해에 몰려 있다. 전북 군산, 전남 영광·완도·신안, 충남 태안, 경북 포항, 경남 사천, 제주 서귀포·제주시, 부산 기장, 인천 옹진, 부산 영도, 울산 북구 등 전국 18개 후보지가 표시돼 있다.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국내 지역들. 대부분 서·남해에 몰려 있다. 전북 군산, 전남 영광·완도·신안, 충남 태안, 경북 포항, 경남 사천, 제주 서귀포·제주시, 부산 기장, 인천 옹진, 부산 영도, 울산 북구 등 전국 18개 후보지가 표시돼 있다.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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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소가 들어서기에 적합한 후보지는 수심 30미터(m) 이내(제주도는 50m 이내), 변전소로부터의 거리가 30킬로미터(km) 이내인 지역이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 100m 높이에서 연평균풍속이 7.1초당 미터(m/s)인 지역이 바람직하다. 군사작전지역과 같은 제한구역, 환경보전구역, 항로나 어장은 제외된다.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유망 후보지들은 서해와 남해, 제주 해상에 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 등에서 최근 해상풍력단지 사업이 잇달아 무산될 만큼 실질적인 추진은 쉽지 않다.

제주대 대학원 허종철(64·풍력공학부)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협의, 공유수면 점유 및 사용허가, 어업피해조사 등 풍력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과 개발사업 시행승인 과정에서 인허가 사항이 중첩돼 지구 지정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육근형(44)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도 지난 6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존 어민과의 갈등, 돌고래 등 보호종 출현 문제, 공공자원으로서의 배분 문제, 해안 경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계획처럼 해상에서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를 고려하면서 바다를 이용하는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풍력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 어획량 증가 효과도

그러나 제주대 대학원 김범석(44·풍력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심 50m 정도의 연약층을 타깃으로 하는 재킷(jacket)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사소음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풍력발전기 때문에 어획량이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덴마크의 호른스 레브(Horns Rev)와 니스테드(Nysted) 지역에서 해양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덴마크 조사 결과 해상에 설치된 구조물이 인공어초의 역할을 해 오히려 어획량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발전이 생태계 파괴와 어획량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덴마크 등의 연구는 오히려 어획량 증가 등 긍정적 영향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경면의 탐라해상풍력단지.
 해상풍력발전이 생태계 파괴와 어획량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덴마크 등의 연구는 오히려 어획량 증가 등 긍정적 영향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경면의 탐라해상풍력단지.
ⓒ 한국남동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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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풍력이 아직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육상풍력에 비해 해상풍력은 설치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더 낮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에너지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금융 등 직간접 비용을 모두 감안한 단가)은 메가와트시(MWh)당 풍력 99~155달러, 태양광 106~151달러, 액화천연가스(LNG)복합 89~96달러, 석탄 58~66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한국전력거래소에 제출한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원가 산정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원전 LCOE는 MWh당 약 54.5~60.9달러(현재 환율 기준)다. 그러나 2018년 현재 전 세계 평균 LCOE는 MWh당 원전 99.1달러, 태양광 66.8달러, 육상풍력 52.2달러로 풍력, 태양광이 원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2022년의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전망한 자료를 보면 MWh당 풍력 52.2달러, 가스복합 56.5달러, 태양광 66.8달러, 원자력 99.1달러, 석탄 140달러 순으로 풍력이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풍력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에서 가중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등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면 해상풍력의 경제성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풍력에너지학회 '국내외 풍력발전 산업 및 기술개발 현황' 2018년 기술보고서는 "해상풍력 산업에 정부가 R&D 투자를 확대해 풍력의 기술습득 학습률이 태양광과 같은 10%대로 증가한다면 향후 10년 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습률이 10%라는 것은 누적설비용량이 2배가 될 때 가격은 10%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 안 불 땐 어쩌나' 에너지저장장치로 해결 

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바람이 잘 불지 않을 땐 풍력발전기가 전기를 만들 수 없으므로 공급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풍력업계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이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김범석 교수는 "아직은 에너지저장장치를 추가 설비할 때 초기투자비용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술개발과 양산체제를 구축하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를 전지(배터리)에 저장하는 장치 생산은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종합 제조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 에스디아이(SDI)도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SDI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급 완료한 에너지저장장치(ESS). 4만 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삼성SDI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급 완료한 에너지저장장치(ESS). 4만 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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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으로 육상과 해상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총 573기이며 설비용량은 약 1140MW다. 이 중 덴마크의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Vestas)가 점유율 1위(35%)를 차지했다. 이어 우리나라 업체인 두산중공업이 2위(13%), 유니슨이 3위(11%)였다. 이외에 효성중공업, 한진산업 등이 풍력설비 제조 경험이 있다. 과거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풍력터빈 시장에 도전했으나 조선업 불황 등의 업계 여건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국내기업 중 풍력발전 시장점유율 1위였던 두산중공업 커뮤니케이션팀 이성민 과장은 21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풍력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두산중공업도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국내 실적을 쌓고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사 매출 중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화력·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신규 풍력터빈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것이 예상되는 유니슨의 언론담당 권수진 과장은 21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풍력산업은 해외 업체에 비해 아직 트랙 레코드(실적)가 부족하고 가격경쟁력도 약하다"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정책을 발표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 문제, 입지 규제, 산업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 등 아직 산적한 현안이 있다"며 "과거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조선기업들이 풍력사업을 추진하다가 철수한 것도 같은 이유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전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국내 풍력산업이 커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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