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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그는 두 번의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반려견 비니와의 사별이었다. 16년을 함께 산 식구였기에 떠나보내기 쉽지 않았다. 비니와의 추억을 글로 옮겨 적었다. 빈 종이에 비니와 함께한 시간을 채워 넣을수록 그의 텅 빈 마음이 다시 차올랐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한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외아들의 결혼. 남들보다 일찍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그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만큼은 천천히 독립하길 원했다. 조금 더 오래 부모 곁에 머물러주길 바랐지만, 아들은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20대에 애인을 집에 데려와 소개했고, 그녀와 결혼해 새 둥지를 틀었다.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의 마음은 "상실을 겪은 듯 헛헛"했다. 단순히 집을 떠나는 것과는 다른 충격이었다. 마침 '갭이어' 차원에서 그동안 해오던 일을 줄이고 대학원 학위 논문을 쓰던 그였다. 그의 나이 52세. 일도 가족도 새로운 장에 접어든 2018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강대호 시민기자의 이야기다.

'갱보'의 열정
 
 강대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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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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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낸 첫 기사 제목은 '철새와 텃새의 한판 승부'.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는 탄천을 관찰하며 쓴 글이다. 이후에도 '탄천 한바퀴'라는 연재명을 붙여 탄천에 사는 물새와 각종 동식물의 일상을 여럿 썼다.

탄천은 반려견 비니와 함께 산책하던 곳이다. 더는 비니와 동행할 수 없게 됐지만, 홀로 걷는 덕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하게 됐다. 탄천에 둥둥 떠 살아가는 오리와 각종 철새. 그가 탄천 관찰기를 쓴 이유는 뭘까.

"탄천을 산책하다 보면 오리와 물새들이 인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보게 돼요. 인간보다 따뜻한 모습에서 영화 못지않은 감동이나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반면에 차갑고 매정한 모습에서 자연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되곤 하더군요. 남들이 주목하는 글감은 아니었지만 쓰는 저는 즐거웠어요. 오리에 대해 썼지만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탄천 관찰기를 접한 친구들은 그에게 '갱보'라는 별명을 새로 지어줬다. 얼핏 프랑스 시인 랭보를 떠올리게 하는 고급스러운 별명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갱년기 보이', 줄여서 갱보. "나이에 안 어울리게 웬 소년 감수성이냐"라는 놀림이었다. 그래도 그는 '갱보'라는 별명에 굴하지 않았다. 나이 오십 넘어 뒤늦게 찾아온 순수한 열정은 그를 계속 쓰게 했고, 탄천을 배경으로 쓴 수필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받았다.

강대호 시민기자가 탄천 오리 이야기만 쓰는 건 아니다. 책을 즐겨 읽는 그는 서평도 자주 쓴다. 최근에는 개인의 사는이야기도 쓴다. 그의 글을 편집한 에디터로서 세 편의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초보 시아버지의 마음가짐. 하루아침에 시댁 어르신 된 그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 글을 한 편 썼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시아버지가 되면서 겪은 고충을 적었다. 며느리에게 '양파의 기막힌 효능' 같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시아버지가 되고 싶었는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 그만 '카톡 참사'가 벌어진 사연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그동안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많이 나왔지만, 시아버지가 화자인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의 고백은 신선했고, 솔직한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런 걸 고민하는 시아버지가 많지 않다"며 응원하는 댓글도 달렸다(관련 기사 : 사라지지 않는 가족단톡창 1, 그렇게 시아버지가 된다).

아직 뭔가 해볼 수 있는 나이

또 하나는 뒤늦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사연. 그는 40대의 끝 무렵 대학원에 들어갔다. 세월이 흐를수록 밑도 끝도 없이 깊어지는 두려움 끝에 그가 내린 답이었다.
40, 50대는 더 이상 은퇴를 준비하며 후퇴하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 더 길게 가기 위해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 아직은 무언가를 시작해볼 수 있는 나이라는 것. 그가 인생의 중턱에 선 사람들에게 전한 중년의 의미다(관련 기사 : 자식이 곧 노후였던 아버지... 그런 시대는 끝났다).

마지막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기. 왜 많은 중년 아저씨들이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지 잘 설명한 글이다. 나이는 들었는데 나이 듦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은 어른들에게 스크린 속 젊은 프레디는 노래로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삶은 계속되는 거야('Show Must Go On')." 그는 영화 속 프레디의 노래에 위로 받았고, 그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그의 영화 관람기는 페이스북 '좋아요' 수 1000개를 돌파했다. "영화를 안 본 친구들도 그의 기사를 보자마자 연이어 극장으로 달려갔다"라는 후문이다(관련 기사 : 50대 중년의 나, 왜 프레디 노래에 눈물이 터졌을까). 그는 개인의 이야기를 매체에 싣는 게 부담될 때도 있지만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볼 때마다 '좀 더 잘 써보자'고 다짐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실 가족들이 제 글을 읽지 않아서 용감하게 쓰는 면도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제겐 즐거운 일입니다. 이왕이면 사적인 이야기로만 끝내기보다는 제 경험에 의미와 사유, 통찰을 얹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강대호 시민기자는 조금 더 좋은 글을 내놓기 위해 매일 수련하듯 쓰고 읽으며 배운다. 주로 소설가나 시인이 쓴 에세이를 참고하는 편이다. 그에게 문학인의 산문은 "자기의 세상을 사유하는 법, 좋은 문장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재다. 현재 비교적 시간이 많은 그는 "매일 아침 2시간은 꼬박 글을 쓰고, 늦은 오후에는 책을 읽거나 퇴고"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책이라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풀려 다시 책상에 앉게 되는 경험을 자주 했거든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강대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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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가 손이 아닌 엉덩이의 힘으로 글을 썼다고 증언하는 것처럼, 그 역시 머리보다 몸으로 쓰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프로 작가는 아니지만 프로 작가처럼 쓰려 애를 쓴다. 글쓰기는 지겹고 머리 아픈 반복 노동이지만, 그에게는 그 고통을 감내할 동력과 열정, 꿈이 있다.

"사실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나이 들어서 나만의 일,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연마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노력에 보답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는 프로 작가들의 말을 따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강대호 시민기자는 요즘에도 탄천에 나간다. 새끼였던 오리들은 청년으로 자랐고, 새끼 고양이들은 어느덧 부모가 됐다. 그는 다시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번에는 탄천 식구들의 이야기로 내년에는 아동문학에 도전해볼 생각이란다.

"올해는 습작을 많이 썼는데요, 내년에는 주요 어린이 문학상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는 얼마 전 읽고 서평을 쓴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 <펭귄 하이웨이>에서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더 훌륭하다"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조금 바꿔 '어제 내가 쓴 글보다 오늘 내가 쓴 글이 더 훌륭하다'라고 믿는다고 했다. 전날 쓴 글을 다음 날 퇴고하면서 어색한 문장이나 사고의 허점을 고쳐가듯이.

아직 프로 작가처럼 유명해지거나 세상이 인정하는 명작을 내놓진 못했지만,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믿음으로 계속 쓴다는 강대호 시민기자. 그는 50대에 등단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어느 작가를 롤모델로 삼으며 나아가는 중이다.

자연 속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한 평 남짓 고시원에 사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글이 있다. 인생이 제각각이므로 쓸 수 있는 글도 다르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서 한 줄씩 써서 나아가면 된다. 살아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글감이 있다는 것이다. 책 <쓰기의 말들> 저자인 은유의 말이다.

강대호 시민기자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오리와 중년에 대해 쓸 수 있는 사람, 자신만의 글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 그는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중년들에게 '근육을 단련하라'고 조언했다.

"운동하면 몸에 근육이 늘어나듯이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삶을 연마하고 다듬는 기간입니다. 매일 조금이라도 글 쓰는 근육을 단련해 간다면 분명 기회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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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