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부산시청에서 청년 유니온과 만나 단기 스태프들의 고충을 듣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지난 22일 부산시청에서 청년 유니온과 만나 단기 스태프들의 고충을 듣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 부산시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단기 스태프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제 단기계약직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영화제 측은 22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청년유니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시간 외 수당' 미지급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영화제측은 "단기계약직 스태프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도적인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국내 대표 영화제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롤 모델로 삼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온 상황에 무한한 책임과 문제해결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있으며, 국내 모든 영화제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체불임금 연내 해결, 청년들에게 고통준 점 사과
 
부산영화제 측은 이어 "부산시의 예산지원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스스로가 자구책 마련에 앞장서는 것이 지금까지 헌신적인 노력을 다한 스태프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길이며,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의 기틀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절대다수가 청년인 영화제 스태프들의 처우개선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대화의 자리를 청년유니온과 마련하여 영화제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2일 부산시청에서 청년 유니온 등과 만나 부산영화제 단기 스태프의 고충을 듣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22일 부산시청에서 청년 유니온 등과 만나 부산영화제 단기 스태프의 고충을 듣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 부산시

 
오거돈 부산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스태프들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면서 "'혹여나 영화제에 누가 될까봐 영화제가 끝난 후 지금에서야 이런 고충을 말하게 됐다'는 이 한마디가 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다"며 "올해를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원년이라 선포했지만, 영화제를 꾸려가는 직원들이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반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우선, 청년 스태프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연내로 체불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부산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BIFF 이용관 이사장도 '영화제 측에서 미리 이런 상황이 없도록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청년들에게 고통을 주게 되어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 시장은 "비단 부산국제영화제뿐만이 아니고 노동을 경시하는 부산시 전반의 잘못된 악습들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임금체불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단기 스태프 임금 미지급 문제는 올해 행사가 끝난 직후인 지난 10월 19일 청년유니온과 이용득 국회의원실이 함께 조사해 발표한 '영화제 스태프 노동실태 조사'를 통해 불거졌다.

청년유니온과 이용득 의원실은 영화제 스태프들이 잦은 실업상태에 놓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고용기간이 짧아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과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는 '공짜야근' 관행의 만연 등을 지적했다(관련기사 : 20년 된 '공짜야근'... 톱스타 뒤에서 우는 사람들).
 
시간 외 수당은 단기 스태프로만 한정하면 안 돼
 
 1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관객 안내를 위해 개막식장에 배치된 스태프들이 통로에 서서 입장하는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1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관객 안내를 위해 개막식장에 배치된 스태프들이 통로에 서서 입장하는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 이정민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입장은 20년 넘게 관행처럼 되풀이 된 현실을 시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영화제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영화제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 영화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좀 더 근원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영화제가 "조만간 국내 영화제들과 본 현안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올바른 개선방안 및 운영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이런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제의 출발이 부산영화제다보니 그간 여타 국내 영화제들은 운영과 관련해 부산영화제의 사례를 답습해 왔다. 개별적 영화제의 시정보다는 국내 영화제의 맏형 격인 부산영화제가 중심이 돼 해결책을 논의해야 진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거다.
 
사실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고용기간이 짧은 단기 스태프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외국 사례를 연구해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영화제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선 이번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발표가 단기 스태프에 집중한 나머지 상근 직원들에 대한 부분은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간 외 수당 문제는 영화제에서 일하는 모든 스태프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계약직 프로그래머와 처우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영화제들 간 논의 과정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일단 영화제들이 논의를 한다고 했으니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 "단기 스태프들에게만 한정해서는 안 되고 전체 영화제 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 조치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부산시 시간 외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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