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4인조 록그룹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들이 남긴 명곡들 역시 덩달아 히트할 조짐이다. 

21일 기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원사이트 멜론의 해외 종합 부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We will rock you'와 'Don't stop me now'가 14위와 16위에, 그리고 'Radio Ga Ga'는 20위에 올랐다. 20위권 안에 네 곡을 올린 셈인데, 실로 대단한 기세다. 
 
 퀸의 대표작 < A Night at the Opera >

퀸의 대표작 < A Night at the Opera > ⓒ 아마존

 
그런데 퀸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퀸의 앨범 < A Night at the Opera >다. 이 앨범은 퀸이 1975년 발표한 앨범으로, 그들의 분신과도 같은 명반이다.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You're my best friend' 등 퀸을 대표하는 명곡들이 다 이 앨범에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퀸의 음악세계에서 이 앨범이 갖는 중요성은 비틀즈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와 견줄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Bohemian Rhapsody'가 1989년까지 금지곡으로 묶이면서 이 앨범은 한동안 접할 수 없었다. 그러다 1990년 EMI레코드사가 직접 이 앨범을 국내 발매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리드 보컬로서 수록곡 대부분을 불렀다. 첫 번째 곡 'Death on two legs'과 두 번째 곡 '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은 풋풋하게까지 들린다. 'Love of my life'에서는 평생의 연인 메리 오스틴을 향한 애틋함마저 느껴진다. 곡 후반부의 하프 연주는 그 애틋함을 더한다. 이 곡 'Love of my Life'는 'Bohemian Rhapsody'와 어우러져 '오페라가 있는 밤'이란 앨범 이름 그대로 오페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메이 

이 앨범은 또 프레디 머큐리 외에 다른 멤버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직접 곡을 쓰고 노래도 불렀다. 세 번째 곡 'I'm in love with my Car'는 로저 테일러가, 그리고 다섯 번째 곡 ''39'는 브라이언 메이가 작곡, 노래를 맡은 곡이다. 

난 앨범 수록곡 중에 ''39'를 특히 좋아했다. 우선 컨트리풍의 경쾌한 리듬이 좋았고, 브라이언 메이의 연주 실력 또한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왼쪽)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왼쪽)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브라이언 메이는 제프 백이나 에릭 클랩튼, 헤비메탈 밴드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에 비해 덜 주목 받은 편이다. 그러나 난 그가 연주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했던 탓 아니었을까? 어쨌든 이 곡 ''39'는 브라이언 메이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39'는 또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메이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곡의 노랫말은 이렇다. 

"39년에 여기에 지원자들이 모여 들었네요.
살아갈 땅이 얼마 안 남은 그날의 이야기지요.
우주선은 푸르고 맑은 아침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고,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지요.

낮이 지나 밤이 되었고,
은하수를 건너 항해하는 수십명의 용감한 사람들은
외로운 은하수를 오랫동안 항해했지만
뒤돌아보지도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고
이야기꾼들은 말하지요."


"살아갈 땅이 얼마 안남은 그날, 우주선을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는 노랫말은 자연스럽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곡의 마지막 대목은 <인터스텔라>의 마지막 장면과 완벽하게 겹친다. 

"39년에 우주로부터 돌아왔죠.
지원자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비록 지구가 늙고 황폐해져 마음이 무거웠지만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왔죠.

그 곳으로 갈 것입니다.
하지만 내 사랑은 그럴 수 없지요.
난 한 살 밖에 먹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거죠.
그대 눈 속에서 그대 어머니의 눈이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네요."


브라이언 메이 이야기를 더해야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는 솔로 활동을 선언하면서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에게 비꼬는 투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넌 천체물리학 논문을 썼겠지. 아무도 읽지 않을 테지만."

실제 브라이언 메이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천체물리학 공부를 이어나갔고, 2007년엔 박사논문 <황도 먼지 구름의 방사 속도에 대한 조사연구>(원제 : A Survey of Radial Velocities in the Zodiacal Dust Cloud)을 완성한다. (이 논문은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다) 브라이언 메이는 학위 취득 후엔 리버풀 존 무어 대학 학장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여전히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함께 퀸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렇듯 퀸 멤버들은 강한 개성과 남다른 열정으로 록 음악계를 호령했다. 이 앨범 < A Night at the Opera >는 이들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긴 대표작이다. 

24일은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지 27주기를 맞는 날이다. 올해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덕분에 27주기를 맞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엔 없다. 고이 잠들어 있을 그를 생각하며 명반 < A Night at the Opera >를 감상해야겠다.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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