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선수들이 20일(한국 시간) 독일 겔젠키르헨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A 조별리그 1조 독일과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20일(한국 시간) 독일 겔젠키르헨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A 조별리그 1조 독일과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3개월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조별예선 경기를 모두 소화함에 따라 최종 승격팀과 강등팀이 나눠졌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강호들이 즐비한 리그A 소속 12개 국가들의 행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2‧3위를 차지한 프랑스, 크로아티아, 벨기에가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이변이 발생한 가운데 예상을 깨고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위스, 포르투갈이 살아남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독일은 지난 월드컵에 이어 네이션스리그에서도 무승의 굴욕 끝에 리그 B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4강 토너먼트는 내년 6월 포르투갈에서 진행되며, 이 중 한 팀이 초대 리그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부활… 프랑스-독일의 부진

그룹 A에서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가 한 조에 속하며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조1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예상 외로 들쭉날쭉했다. 첫 경기 독일전부터 다소 꼬였는데 아레올라 골키퍼의 슈퍼세이브 덕분에 가까스로 0-0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프랑스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네덜란드, 독일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조1위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정작 네덜란드 원정에서 열린 4차전에서 무기력한 졸전 끝에 0-2로 패하고 말았다. 실리적인 경기 운영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통했다면 이미 프랑스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했던 독일과 네덜란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키 플레이어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앙 음바페를 꽁꽁묶었고,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적절하게 차단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 스타디온에서 열린 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1조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뒤 괴로워하고 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 스타디온에서 열린 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1조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뒤 괴로워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그룹 A의 가장 큰 특징은 네덜란드의 부활을 꼽을 수 있다. 후방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버질 반 다이크가 중심을 잡고, 허리에서 프랭키 데 용의 뛰어난 경기 조율이 조화를 이뤘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멤피스 데파이, 라이언 바벨도 부활의 날갯짓을 피기 시작하면서 빈약했던 네덜란드 공격진에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로날드 쿠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독일전에서는 단단한 수비와 역습 축구를 통해 3-0으로 승리를 챙겼다면 월드 챔피언 프랑스를 상대로는 높은 볼 점유율과 역동성으로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2-0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독일 원정에서도 쿠만의 용병술이 빛났다. 0-2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센터백 반 다이크를 최전방으로 이동시킨 전술 변화로 2-2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퀸시 프로메스의 만회골로 따라붙은 뒤 추가시간 반 다이크가 동점골을 터뜨려 극적으로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질 수 있었다. 

또, 독일의 몰락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여파를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네이션스리그 4경기에서 2무 2패로 조하위를 기록, 리그 B로 강등됐다. 월드컵 탈락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축구협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요하임 뢰브 감독은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뚜렷한 상승세' 잉글랜드, 메이저대회 한 풀어낼 기회 잡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저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스페인, 크로아티아와 같은 조에 편성됐지만 난적들을 뿌리치고 조 1위를 차지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홈 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플랜 A였던 스리백을 탈피하고, 포백으로 전환을 꾀하는 초강수를 뒀다. 2차전 크로아티아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0-0으로 비기며 무실점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스페인 원정 3차전은 잉글랜드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다. 빠른 카운터 어택과 우월한 골 결정력으로 전반 38분 만에 3-0으로 앞서나간 것이다. 월드클래스로 성장하고 있는 라힘 스털링이 멀티골을 작렬했고, 에이스 해리 케인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이타적인 플레이와 공간 창출로 2도움을 올리는 등 스페인을 넉다운시켰다.

크로아티아와의 최종전에서도 잉글랜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90분 내내 빠른 공수 전환과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경기 운영으로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후반 초반 크라마리치에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일격을 당했으나 잉글랜드 특유의 장기인 세트피스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이전까지 무득점에 그친 케인은 이날 1골 1도움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잉글랜드의 4강행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깜짝 4강 진출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강호들이 대거 탈락함에 따라 자국에서 열린 1966 월드컵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크로아티아-벨기에, 월드컵 포스는 어디로?
 
 18일(현지 시각) 스위스 루체른 스위스폴라레나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스위스와 벨기에의 경기에서 스위스의 하리스 세페로비치(왼쪽)와 벨기에 악셀 비첼(오른쪽) 선수가 볼을 다투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스위스 루체른 스위스폴라레나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스위스와 벨기에의 경기에서 스위스의 하리스 세페로비치(왼쪽)와 벨기에 악셀 비첼(오른쪽) 선수가 볼을 다투고 있다. ⓒ AP/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준우승과 3위를 차지한 크로아티아, 벨기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크로아티아는 모든 기운을 월드컵에 올인한 듯한 모습이었다. 루카 모드리치, 이반 라키티치 등 핵심 미드필더들이 월드컵 후유증으로 인해 올 시즌 소속팀에서도 부진을 이어간 것이 뼈아팠다. 허리에서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지 못한 탓일까. 공수에서 심각한 난조를 보였다.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0-6으로 대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볼 점유율에서 밀리는 것은 둘째 치고 특유의 역동적이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온데간데 사라졌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선수들은 의욕을 잃은 나머지 쉽게 포기한 듯한 인상마저 줬다.

대패로 인해 복수심에 활활 타오른 크로아티아는 홈에서 스페인과의 리턴 매치를 3-2 승리로 가져가며 반전을 맞이하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잉글랜드전에서는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만약 1-0의 리드를 지켰다면 조 1위는 크로아티아의 차지였지만 월드컵에서의 단단한 수비와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월드컵 포스를 재현하지 못한 크로아티아는 끝내 리그B 강등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일단락됐다.

벨기에는 3경기를 잘하고도 1경기를 그르치며 4강 진출에 실패한 케이스다. 조편성은 매우 수월했다. 스위스, 아이슬란드와 한 조에 속했다. 벨기에는 별 무리 없이 3연승을 내달리며 조1위가 유력해 보였다.

마지막 스위스전에서는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전반 2분과 17분 토르강 아자르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후 급격한 난조에 빠지며 내리 5실점을 허용했다. 하리스 세페로비치는 해트트릭을, 제르당 샤키리는 2도움을 올리며 벨기에 수비를 궤멸시켰다.

물론 얀 베르통언, 케빈 데 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등 일부 주전이 결장했지만 두터운 벨기에의 스쿼드를 감안하면 응당 메우고도 남을 전력이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대응 전술은 실망스러웠고, 일찌감치 두 골의 리드를 잡은 것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나태하게 만들었다.

황금 세대의 등장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당당히 3위에 올랐던 상승세는 스위스전 대역전패로 완전히 한 풀 꺾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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