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점심 식사
 점심 식사
ⓒ 박준형

관련사진보기


나는 몇 주 전부터 블로그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과 사진, 영상을 게시하는 작업을 포스팅(POSTING)이라고 한다.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느낀 감상문도 쓰고, 시도 쓰고, 식사 때 방문한 식당과 음식 사진, 맛 후기도 남긴다.

블로그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같이 새로운 내용을 포스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도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건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내용은 매일 바뀌는 식사 음식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매일 새로운 영화를 볼 수도 없고, 매일 새로운 책을 읽을 수도 없으니, 새롭게 포스팅하기 가장 수월한 것이 그 날의 식사인 것이다.

문제는 사람의 입 맛이란 게 거의 고정되어 있다 보니, 선호하는 음식들을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먹게 된다는 것이다. 월요일은 김치찌개, 화요일은 된장찌개, 수요일은 짜장면... 이런 식으로 몇 가지 메뉴가 순환되는 것이다.

주말을 즐기는 행동도 유사하다. 매주 신작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면, 매주 영화를 보러 간다. 행동 패턴(Pattern)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고민을 최소화 한다. 항상 갔던 길로 가고, 선호하는 음식을 계속 먹는다. 그래서, 한번 특정 상품에 습관화가 되어 버린 고객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마트에 가서 라면을 사면 무심하게 항상 먹던 라면만 카트에 담는 것이다.

새로운 맛의 신제품이 나와도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은 점점 호기심이 줄어들고, 뇌는 더 이상 새로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에 매일 다른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다면 어떨까?'

'항상 그렇게 해왔으니까'라는 개념을 없애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의식적으로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1차적으로 블로그에는 무수히 많은 컨텐츠가 쌓일 것이고, 나 자신에게는 다양한 경험지식이 남게 될 것이다.

일상화된 행동 패턴을 거스르는 것이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퇴근할 때 다른 길로도 가보고, 실패의 위험이 있지만 매번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유명하지도 않은 지역도 그냥 가보는 것이다. 지금껏 전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것이다.

꼭 어떤 목적을 염두하고 하는 행동이 아닌, 새로운 행동을 먼저 해보고 어떤 변화가 나에게 결과로 돌아올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껏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드럼을 배운다. 드럼을 배우면서 내 삶이 어떤 감흥으로 채워질지, 드럼을 잘 치게 되면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내가 드럼 연주로 유튜브 스타가 될지도.
 
패턴
 패턴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당장 오늘 아침부터 지금껏 먹어 본 적 없었던 식사를 주문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이 글이 남았다.

기존과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글이라는 산물(産物) 이 남은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생각과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고수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상(現象)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볼 수 없고,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팩트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한다면 현재와는 다른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과연 나의 이런 시도가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결과로 귀결될 지, 쓸데없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한번 해보기로 했다. 어떤 결과라도, 최소한 블로그에 컨텐츠는 풍부해질 것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준형 블로그 ( https://blog.naver.com/free_jhp ) 에도 실립니다.


태그:#변화, #시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