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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력이라는 말이 있죠. 쉽게 얘기해서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 또는 힘을 뜻합니다.

문장력이 에세이를 쓰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있으면 좋은 요소이기는 하죠.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논리 개념으로 말하자면,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장력을 갖추면 같은 내용이라도 투박한 문체보다 전달력이 강해집니다. 또 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고, 나아가 매혹시킬 수도 있죠. 게다가 문장력이 슬슬 생기기 시작하면 본인 스스로가 자꾸만 문장을 만지작거리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망이나 버릇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문장력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물론 저절로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닐 테지요.

글쓰기 방법론을 업으로 삼는 제 입장에서 나름 원리를 알려드리자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문장이나 글귀들 또는 단어 하나라도 부지런히 '저장'하고 '편집'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때 김정운씨가 쓴 책 <에디톨로지>(부제: 창조는 편집이다)가 항간에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책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저자의 본업인 문화심리학자 입장에서 '창조'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얘기하는 책이었죠. 그는 이 책에서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도처에 널려있는 지식들을 자신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잘 조직하고 구성해내는 것이 곧 창조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이 말이 에세이 쓰기, 나아가 모든 장르의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법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조는 편집"이라는 기술을 글쓰기에 적용하자면, 본인이 하나둘씩 모아놓은 문장 글귀 단어 등이 정작 자신이 새로운 글을 쓸 때 문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들인 셈입니다.

물론 자신이 저장해놓은 자료들을 융통성 없이 똑같이 활용하면 그것은 표절이죠. 그는 편집이 아닙니다. 요샛말로 'ctrl C+V'에 불과하죠. 편집이라는 말은 저장해놓은 것들의 내용과 형식을 일부 변형시켜 조금 다른 맥락과 차원으로 응용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를 쓰면서 특정 대목에 이르러 자신의 상실감을 표현한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무턱대고 기형도 시인의 시 <빈집>에서 "가여운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라는 문장을 인용 없이 써버린다면 그것은 표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두커니 방에 갇혀 우리들의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기형도의 말처럼 가여운 이 방만큼 내 가슴 속에도 휑하게 빈집 하나가 들어선 기분이다"처럼 쓴다면 이는 분명 정확한 인용이자 '창조적인 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돌이켜보면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어릴 적부터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어휘들이 있을 때마다 노트나 컴퓨터 등에 틈틈이 메모를 했었습니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소설가나 비평가의 글에서, 혹은 무심코 읽었던 온오프라인 상의 글에서, 그야말로 장르를 불문하고 제가 전범(모델)으로 삼을만한 표현들이 보일 때마다 보석을 발견한 양 힘껏 챙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쓸 때마다 저만의 '표현 저장고'에서 보석들을 하나둘씩 꺼내서 제 방식대로 이리저리 세공을 하고 전시를 했었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처럼 신기하게도 창조적인 편집을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만의 고유하고 특유한 표현들도 탄생하더군요.

좋은 문장을 쓰려면 일단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려면 좋은 문장들이라 불리는 것들을 많이 알아둬야 합니다. 이를테면 문장력을 키워주는 패턴과 샘플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훌륭한 바둑기사나 체스 선수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수많은 공격 및 수비 패턴을 외우고 있다고 하죠. 요즘 대중가요 뮤지션들은 각종 샘플 CD에서 음원들을 추출하고 조합하여 인기곡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 시대에 빼어난 운동선수들은 모두 이전 시대 스타들의 기술 등을 모방하여 본인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일궈낸 사람들입니다. 모두 좋은 전범(모델)들을 성실하게 저장하고 나름의 노하우로 편집해내는 예시들이라 할 수 있죠.

글쓰기라고 위 사례들과 무엇이 크게 다를까요? 문장력도 결국 본질적으로는 표현의 '기술'입니다. 어떤 영역의 기술이든 그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우선 양질의 샘플을 많이 보고 그 패턴을 익히는 것이 기본입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으셨다면 오늘부터 실천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문장, 문구, 어휘 등을 담아낼 나만의 '표현력 메모장'을 만드는 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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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The 나아지는 글쓰기》 저자 / 글쓰기 면접 《크리티카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