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툴리> 포스터.

영화 <툴리>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는 두 아이를 키우는 임산부다. 큰 딸은 의젓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에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둘째 아들은 조금 특별하다. 예민한 게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 와중에 그녀는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운명이다.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큰 딸을 최소한으로 챙기고 둘째 아들에게는 여전한 관심을 쏟는 와중에, 정녕 밤낮 없이 셋째 키우기가 계속된다. 와중에 남편 드류(론 리빙스턴)은 아이들과 적당히 놀아주고는 게임 삼매경이다. 반면 마를로의 삶은 사소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나'라는 존재는 없다. 

마를로의 오빠 크레이그(마큐 듀플라스)는 자신들이 야간 보모의 손에 키워졌다며 마를로에게 야간 보모를 권유한다. 어떻게 되든 아이를 엄마 손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완강히 거절하는 마를로, 하지만 나날이 지치고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것 같다. 결국 그녀는 오빠의 권유를 받아 들인다.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가 등장한다. 

툴리는 엄마 마를로를 돌보러 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졌지만 점점 믿음직하게 와닿는다. 마를로는 툴리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툴리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누구이길래 마를로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를로까지 능수능란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 

끔찍한 현실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끔찍한 현실을 그려내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끔찍한 현실을 그려내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영화 <툴리>는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헌사이면서도 동시에 끔찍한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 같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그때 D-Day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찬사를 받았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육아 전쟁' 편을 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툴리>의 그것이 더 끔찍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세 아이의 엄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22kg나 살 찌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제작에도 이름을 올린 샤를리즈 테론은 이 영화에서 <몬스터>의 에일린,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를 잇는 대반전 변신 캐릭터로 분했다. 그리고 <툴리>에서 역시 이전 영화들 만큼이나 대단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완벽하게 육아에 무관심한 '지질한' 남편으로 분한 론 리빙스턴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툴리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는 특유의 저음과 표정으로 샤를리즈 테론과 훌륭한 짝을 이룬다. 

한편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전히 젊은 나이이지만 10대에 연출 데뷔를 한 만큼 다수의 연출작을 보유한 그는, 우리에게 <주노> <인 디 에어>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코미디가 가미된 드라마에 특화된 그는 이 영화에서 육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캐치해 낸다. 그의 영화들을 보고는 생각지도 못한 점을 인지하게 돼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은데 <툴리>도 그러하다. 

참담, 경악, 슬픔을 수반시키는 엄마의 모습
 
 엄마의 모습은 참담, 경악, 슬픔을 수반시킨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엄마의 모습은 참담, 경악, 슬픔을 수반시킨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툴리>의 마를로를 보고 있자면 참담하고 놀라우며 동시에 슬프다. 내 한 몸 온전히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기를 포함해 세 아이를 온전히 키워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매일 한시도 쉼 없이 똑같은 전쟁을 치르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야말로 참담했다.

영화는 점차 그 참담함을 들여다본다. 디테일들은 놀랍다. 물론 아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테다. 그럴수록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놀랄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줄 젖을 짜는 유축기 사용 장면은, 사용자 엄마의 태연한 모습과 대비해 충격을 준다. 제때 젖을 짜주지 않아 가슴 아파하는 엄마의 모습도 그렇다. 실로 많은 걸 배운다.

이 영화가 주는 슬픔은 말할 수 없는 반전과 함께 온다. 갑자기 영화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나올 때쯤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바로 그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가장 이해되고 가슴에 와닿게 된다. 그러며 세 아이의 엄마가 여자이자 아내라는 걸 한순간에 깨닫게 된다. 

치유와 위로의 긍정적 목적
 
 영화는 치유와 위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영화는 치유와 위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화 <툴리>의 한 장면. ⓒ 리틀빅픽처스


영화의 감정선은 당사자에겐 치유, 보는 이들에겐 위로를 주기 위한 장치다. 당사자인 주인공 마를로, 마를로로 대변되는 '엄마'는 자신의 엄마로서의 모습을 누구한테고 보여주기 힘들다. 거기에 부정이나 긍정, 무관심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든 상처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를로는, 샤를리즈 테론은 가감없이 대신해주었다. 그 자체로 치유다.

보는 이들이 이 영화에, 마를로의 모습에 마냥 감동하긴 힘들 것이다. 이 영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져왔다시피 했기 때문. 그러나 영화는 영화로서의 함의를 잊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워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이 영화가 대신해주는 치유의 역할에 묘한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 '엄마'들에게 이 영화는 또 하나의 현실일 뿐이라서 그저 공감하는 데 그칠 지도 모른다. 반면 엄마가 아닌 모든 사람은 이 영화를 반드시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실상을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 사회 수많은 엄마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툴리 엄마와 육아 샤를리즈 테론 참담, 경악, 슬픔 치유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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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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