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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인가, 숙명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사명과 영혼의 경계'를 읽고
18.11.22 01:0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아픈 자신을 치료 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그 결과가 오히려 좋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순응을 해야 할 것인가.

   
사명과 영혼의 관계 책 표지 ⓒ 대교베텔스만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 <사명과 영혼의 경계>에서, 의료사고 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자신의 목숨을 맡긴 환자와 그를 살려야만 하는 의사가 가진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느 날 데이도 대학병원에 병원의 의료과실을 대중에게 공개하라는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병원 측에서는 어떠한 의료과실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데이도 대학병원 심장외과 수련의 유키는 과거 중학생 시절 심장수술 실패로 아버지를 잃었고, 당시 수술의 집도의 니시노조를 스승이자 새 아버지 두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 새 아버지인 니시노조가 과거에 의료사고를 핑계로 아버지의 수술을 의도적으로 실패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키는 이러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 한다. 의료사고 사망자의 딸로서는 집도의였던 니시노조의 의사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의심이 든다. 그 반면, 존경하는 의사 밑에서 배우는 수련의로서는 니시노조의 뛰어난 실력에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 본 의료사고

의료법 상에서는 의료행위로부터 유해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그 모든 것을 의료실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중에서 불가항력에 의해 발생한 것을 제외한 사례를 의료사고라고 간주한다. 이에 따르면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이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가 애매하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 이유는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원인에 대한 견해가 환자 측과 병원 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포함한 병원 측 사람들은 그 원인을 질병의 특성이나 환자의 특수한 체질 등 피할 수 없는 선천적 인자에서 찾으려 한다. 한편,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사나 간호사가 갖춘 역량의 부족, 수술 과정에서의 부주의 등 개인적인 요인을 문제로 삼으려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명과 영혼의 경계>에서 이와 같은 '의료사고의 정의'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의료사고를 환자 본인, 가족, 의사 등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전기가 끊긴 최악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사,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맡기는 환자, 그들을 바라보는 의료사고 사망자의 딸이자 제자. 그들을 통해 의료사고 논쟁 이전에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그 목숨을 책임진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무게를 기꺼이 견디게 하는 투철한 사명감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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