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영화 <저니스 엔드>의 포스터. ⓒ 스톰픽쳐스코리아

 
독일군의 야욕이 지배했던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영화는 많다. 인물과 사건, 공간 배경을 달리하며 탄생한 숱한 할리우드 전쟁 영화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그 참상을 고발하면서 거기서 빛난 인간미를 강조했다는 것.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저니스 엔드> 역시 표면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영국 유명 극작가이면서 실제로 1차 대전 참전 용사였던 로버트 케드릭 셰리프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해당 영화의 그 결과는 조금 달랐다. 전쟁,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인간에 대한 어떤 아름다움이나 미화가 전혀 없었다. 

최전방에 내몰린 세 남자

1918년 프랑스 영토 내 최전방 참호가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다. 걷는 것조차 힘들 만큼 진흙으로 가득 찬 참호는 평소 사람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 여기서 중대장 스탠호프(샘 클라플린), 부중대장 오스본(폴 베타니), 그리고 친구인 스탠포드를 찾아 전방으로 오게 된 신참 소위 롤리(에이사 버터필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적군의 집중 포격은 앞으로 4일 뒤. 영화는 디데이 4일 전부터 시작해 참호 안 풍경과 각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종종 참호 밖에서 날아오는 총알과 정체 모를 소음으로 중대원들은 심약한 상태에 빠지고, 결국 윗선에 의해 기습작전까지 펼치게 되자 불안감은 극에 다다른다.
 
 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 스톰픽쳐스코리아

 
연합군과 독일군 간 백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던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여타 블록버스터처럼 화려한 전투신을 보이진 않는다. 대신 신경쇠약에 빠진 스탠호프와 그런 그를 다독이는 오스본, 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롤리 간 감정 변화 묘사에 주력했다. 더불어 이들을 따르고 있지만 내심 불만을 품고 있기도 한 부대원들의 에피소드를 등장시키며 관객이 외부 적이 아닌 내부의 불안한 에너지를 체감하게 한다.

예산의 제한도 있었겠지만 이런 설정이 영화 안에서 제법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불안에 떠는 부대원들을 어르고 달래다가도 어느 순간 윽박지르기 일쑤인 스탠호프는 그 자체로 전쟁이 만들어낸 불행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화는 애초에 전쟁 묘사가 아닌 거기에 뛰어들었던 사람들 묘사에 집중했다. 굳이 급격한 감정 변화가 아니더라도 보급품 품목 하나에 식단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부 캐릭터들을 지켜보면 절로 불안감이 증폭된다. 

꽤 영리한 설정이다. 영화 어느 곳에서도 끔찍한 참상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 않음에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전쟁의 끔찍함이 온 감각으로 다가온다. 전쟁 영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관객이라도 이런 영화의 참맛을 즐기려면 극장 스크린으로 관람할 것을 권한다.

한 줄 평: 밀도 높은 이야기와 감정표현, 그 자체가 미덕
평점 : ★★★☆(3.5/5)

 
영화 <저니스 엔드> 관련 정보

연출 : 사울 딥
출연 : 샘 클라플린, 에이사 버터필드, 폴 베타니
제공 : KBS미디어
수입 및 배급 : 스톰픽쳐스코리아
러닝타임 : 107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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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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